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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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7:27-38 / 무지한 병사들

마태복음 27:27-38 27 총독의 병사들이 예수를 총독 관저로 끌고 들어가서, 온 부대를 다 그의 앞에 불러 모았다. 28 그리고 예수의 옷을 벗기고, 주홍색 걸침 옷을 걸치게 한 다음에, 29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그의 오른손에 갈대를 들게 하였다. 그리고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대인의 왕 만세!" 하고 말하면서 그를 희롱하였다. 30 또 그들은 그에게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서, 머리를 쳤다. 31 이렇게 희롱한 다음에, 그들은 주홍 옷을 벗기고, 그의 옷을 도로 입혔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그를 끌고 나갔다. 32 그들은 나가다가,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을 만나서,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33 그들은 골고다 곧 '해골 곳'이라는 곳에 이..

렉시오 디비나 2024.04.24

[제주안식23] 환대

글을 쓰려고 앉았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한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아직도 명료하지 않다. 그럼에도 글을 쓰기 시작한다. 괜찮다. 예전엔 사유로 글을 썼다면, 이젠 손가락으로 사유한다. 내 머릿속엔 모든 재료가 있다. 내 몸이 기억한다. 그것을 분류하고 배열하여 재종합하는 것은 사유가 하는 게 아니다. 손가락이 한다. 노트북을 켜고 하얀 페이지를 펼쳐놓는다.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는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머리가 따라가 본다. 복잡하게 부유하던 개념과 이미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손가락이 사유를 시작했다. 손가락이 의미를 창출하기 위해 두뇌에 자극을 주었다. 손가락을 믿는다. 열 개의 손가락이 서로 신비하게 조합하여 움직이는 것에 내 존재를 맡긴다. 손가락에서 손가락으로 사유의 전기가 들어..

마태복음 27:11-26 / 빌라도의 책임 회피

마태복음 27:11-26 11 예수께서 총독 앞에 서시니, 총독이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 하고 말씀하셨다. 12 예수께서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고발하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3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께 말하였다. "사람들이 저렇게 여러 가지로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들리지 않소?" 14 예수께서 한 마디도, 단 한 가지 고발에도 대답하지 않으시니, 총독은 매우 이상히 여겼다. 15 명절 때마다 총독이 무리가 원하는 죄수 하나를 놓아주는 관례가 있었다. 16 그런데 그때에 [예수] 바라바라고 하는 소문난 죄수가 있었다. 17 무리가 모였을 때에,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내가 누구를 놓아주기를 바..

렉시오 디비나 2024.04.23

[제주안식 22] 나는 아빠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다시 한주의 첫날을 맞았다. 지난번 아내가 돌아갔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파가 있다. 날씨도 흐리고 몸의 상태도 썩 좋지 않다. 어디 가고 싶은 데도 없다. 종일 숙소에서 읽다 소파에 누어 졸기를 반복한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이 차다. 또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스무 살 대학 1학년 시절이 떠오른다. 그 나이는 불안이라는 나이였다. 그냥 하루를 사는 그 자체가 불안이었다. 하루를 잘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무의미를 숙고했다. 빌레몬서에 등장하는 오네시모라는 종은 원래 '무익한'이란 뜻이었는데, 그가 바울을 통해 예수를 만나고 유익한 사람이 되었단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때 만난 복음송가가 있다. 내가 아는 국내 복음송가 중에 가장 좋은 가사였다. 빛이 ..

마태복음 27:1-10 / 유다의 비극

마태복음 27:1-10 1 새벽이 되어서,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모두 예수를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2 그들은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주었다. 3 그때에, 예수를 넘겨준 유다는,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신 것을 보고 뉘우쳐, 그 은돈 서른 닢을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돌려주고, 4 말하였다. "내가 죄 없는 피를 팔아넘김으로 죄를 지었소." 그러나 그들은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요? 그대의 문제요" 하고 말하였다. 5 유다는 그 은돈을 성전에 내던지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다. 6 대제사장들은 그 은돈을 거두고 말하였다. "이것은 피 값이니, 성전 금고에 넣으면 안 되오." 7 그들은 의논한 끝에, 그 돈으로 토기장이의 밭을 사서, 나그네들의 묘지로 사용하기로..

렉시오 디비나 2024.04.22

[제주안식 21] 그 사람을 가졌는가

2017년 여름이었다. 병원심방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환우를 위해 기도할 때면 늘 시편 23편을 먼저 외우며 기도하곤 했다. 시편 23편이 환우들에게 큰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편을 수백 번도 더 암송했기 때문에 ‘여호와는~’ 하고 시작하면 막힘 없이 끝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2절을 암송하고 3절로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된 것이다. 그날 저녁부터 불안증세가 시작됐다. 다음날 아침 일어났는데 여전히 불안감이 엄습했다. 교회를 가면 좀 나아지려니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런 증세가 수요일까지 계속됐다. 다음날에도 사라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려 했다. 감사하게도 수요일 밤 음악치료사인 아내가 눈물로 기도해 주고 사랑으로 찬양해 주자 그날 밤부터 평온을 되찾았다. ..

[제주안식20] 친구들

친구들이 왔다. 평소 나 때문에 만나는 데 제약이 많았다. 나는 목회자라서 주말이 바쁘니, 이래저래 함께 모이는 게 어려웠다. 내가 안식월을 맞아 제주한달살이 하겠다고 하니, 주말을 껴서 세 친구, 수영이, 종진이 신구가 내려온 것이다. 처자식들 다 두고 제주에 온 목사친구와 함께 하려고 내려왔다. 그래서 친구다. 안타깝게도 종일 비 소식이다. 동선을 짠다. 오늘은 내가 제주 가이드가 된다. 먼저 카페이시도르에 가서 에스프레소 커피와 막 나온 겉바속촉 치아바타를 먹는다. 예술이다. 죄다 보자마자 사진을 찍더니 가족들에게 카톡 한다. ㅎㅎㅎ 그런 거다. 아름다운 걸 보면 곧장 사랑하는 이에게 공유하는 게 정상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를 잠시 들린 후 신창리 싱게물공원부터 해안길로 드라이브 간다. 생이기..

[마태복음 26:69-75] 몹시 울었다

마태복음 26:69-75 69 베드로가 안뜰 바깥쪽에 앉아 있었는데, 한 하녀가 그에게 다가와서 말하였다. "당신도 저 갈릴리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닌 사람이네요." 70 베드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부인하였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71 그리고서 베드로가 대문 있는 데로 나갔을 때에, 다른 하녀가 그를 보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나사렛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입니다." 72 그러자 베드로는 맹세하고 다시 부인하였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73 조금 뒤에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서 베드로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틀림없이 그들과 한패요. 당신의 말씨를 보니, 당신이 누군지 분명히 드러나오." 74 그때에 베드로는 저주하며 맹세하여 ..

렉시오 디비나 2024.04.20

[제주안식19] 4월엔 가파도에서 청보리밭을 거닐어야 한다

드디어 가파도다. 4월 제주는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 가파도에 가야 한다. 날씨가 맑으면 금상첨화다. 주초부터 수시로 날씨를 체크하며 예매 사이트를 들락거린다. 항상 매진이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또 들어간다. 역시! 엊그제 아침 묵상을 마치고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니 금요일 마지막 타임에 한자리가 나왔다. 성인 1명! 날씨 맑음! 나를 위한 초대장 아닌가! 너무 설렛나 보다. 웬만해선 그런 일이 없는데, 시간을 착각해서 1시간이나 일찍 간 것이다. 30분 일찍 가는 습관이 있으니. 1시간 30분 일찍 간 셈이다. 출발 40분 전에 반드시 와야 한다고 하니, 총 2시간 10분 일찍 도착이다. 3시 50분 출발인데 1시 40분에 도착했다. 배 승선 30분 전부터 줄을 선다. 내 바로 뒤에 60대 초반 ..

[마태복음 26:57-68] '멀찍이' 따르며 '틈에' 숨은 자

마태복음 26:57-68 57 예수를 잡은 사람들은 그를 대제사장 가야바에게로 끌고 갔다. 거기에는 율법학자들과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58 그런데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를 뒤따라 대제사장의 집 안마당에까지 갔다. 그는 결말을 보려고 안으로 들어가서, 하인들 틈에 끼여 앉았다. 59 대제사장들과 온 공의회가 예수를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을 고발할 거짓 증거를 찾고 있었다. 60 많은 사람이 나서서 거짓 증언을 하였으나, 쓸 만한 증거는 얻지 못하였다. 그런데 마침내 두 사람이 나서서 61 말하였다. "이 사람이 하나님의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세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62 그러자, 대제사장이 일어서서, 예수께 말하였다. "이 사람들이 그대에게 불리하게 증언하는데도, 아무 답변도 하지 않소..

렉시오 디비나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