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캄보디아를 걷다 4

LOM TOEM. 땀 형제

땀 형제는 캄보디아에서 이주노동자로 왔다. 4년 10개월짜리 비자를 두 번 받았고 10여 년을 한국(경기도 광주 지역)에서 살았다. 마침 광주에 있는 올프렌즈에 합류하여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했다. 우직한 성격인데 말이 없다. 캄보디아 사역자가 캄보디아로 돌아가자 급하게 임시 통역자로 몇 차례 섬기게 됐다. 평소 말은 잘 안 하는데 통역할 때는 유창하게 하는 듯싶다. 2018년 캄보디아에 처음 방문했다. 올프렌즈 이주노동자 친구들이 서로 돈을 모아 땀 형제 마을, 셋째 누나의 땅에 작은 교회를 세웠던 것이다. 현판을 걸기 위해 올프렌즈에 갔다. 땀도 잠시 휴가를 내서 동행했고, 거기에서 처음으로 함께 예배를 인도했다. 그 이후 2019년 광주 올프렌즈에서, 2023년 캄보디아 올프렌즈에서 또 같이 설교한 ..

한 사람의 진정성

깜짝 놀랐다. 캄보디아라는 나라, 그것도 깜뽕잠 주 시골 뜨러바엑 마을에서 축구대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청소년 12팀이 참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말 그대로 동네축구를 생각했다. 축구장은 정말 동네 축구하기에 딱 좋은 곳이였다. 운동장 규격과 골대도 규정보다 작았다. 동네축구가 열리겠구나. 부디 경기가 과열되어 싸움이 일어나면 안되는데, 큰 부상이 일어나면 안되는데, 그 정도 생각만 했다. 그런 대회를 연상했는데, 우리 준비단 심판진들의 복장을 보는 순간, 뭔가 부조화가 느껴졌다. 피파 국제 경기도 아닌데, 복장과 포스는 완전 국제심판이다. 완벽하게 갖췄다. 주심을 제외면 나머지 세 분은 축구 경기를 평소 하는 분들이 아니여서, 따로 모여 심판 교육도 받았단다. 주심 두 명, 선심 세 명, 다섯 명이 운..

캄보디아 아이들 : 생하이와 코엑

깜뽕잠 주에 있는 올프렌즈센터 교회에 가면 뜨러바엑 마을의 아이들이 몰려든다. 한국사람들이 와서 선물을 준다는 소문이 퍼지면, 평소 70~80여명 되는 주일학교 아이들이 150여명으로 늘어난다. 선물 받으로 교회 가는 것은 어느 나라나 다 똑같다. 순하고 착한 아이들, 말썽쟁이 아이들, 동생 손 꼭 잡고 있는 언니/누나들, 누구 하나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다. 예배 마치고 아이들이 선물 하나씩 받고 귀가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온다. 반면에 청소년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다. 선물을 받고 나가는 아이들은 캄보디아 식으로 인사를 한다. 두 손을 가슴께 모으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쭘 립 리어'라고 한다. 실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한 네 가지 방식으로 인사한다. 좀 큰 아이들에게는 캄..

팜슈가나무

캄보디아에 네 번째 방문이다. 수도 프놈펜 숙소를 나와서 올프렌즈센터가 있는 깜뽕짬으로 이동한다. 1시간 조금 넘게 달리다가 큰 도로에서 골목 사이길로 들어간다. 한 50여미터 골목길을 지나면 곧장 드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좌우로 시선을 사로잡는 나무들이 등장한다. 와우! 볼 때마다 감탄이다.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와 있음이 절로 느껴진다. 캄보디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광이다. 6가정에 심방을 갔다. 아기들 분유, 기저귀, 베이비 로션을 가지고 방문한다. 아기들은 존재 그 자체로 빛나고 예쁘다. 예쁘지 않은 아기를 본 적이 없다. 아기들을 위해 기도한다. 아기들은 내가 뭐라 기도하는지 모른다. 아기들의 엄마, 이모, 할머니도 내가 뭐라 기도하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을 다해 기도한다. 목사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