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행복한 걷기 아내가 제주도에서 부름을 받아 강의를 한다고 했다. 제주도에 가게 된 아내가 묘수를 냈다. 주일에 먼저 강의를 가고, 하루 일과를 마친 내가 주일 밤에 가서 만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종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아이들 없이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결혼 15주년을 맞아 시간을 내서 한 번 도전해 보았다. 제주 사려니숲을 근 두시간 반 가량 아내와 걸었다. 그냥 좋았다. 해야 할 일 걱정 안해서 좋았고, 완전히 망가진 체력이었지만 조금이나마 운동이 된다고 생각하니 좋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야생 수국이 지천에 깔려 있는 게 신기하고 예뻤다. 쭉쭉 뻗은 삼나무 숲 길, 붉은 흙을 밟으며,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또 걸었다. 좋았다. 마냥 그렇게 걸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