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4

아내와 행복한 걷기

아내와 행복한 걷기 아내가 제주도에서 부름을 받아 강의를 한다고 했다. 제주도에 가게 된 아내가 묘수를 냈다. 주일에 먼저 강의를 가고, 하루 일과를 마친 내가 주일 밤에 가서 만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종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아이들 없이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결혼 15주년을 맞아 시간을 내서 한 번 도전해 보았다. 제주 사려니숲을 근 두시간 반 가량 아내와 걸었다. 그냥 좋았다. 해야 할 일 걱정 안해서 좋았고, 완전히 망가진 체력이었지만 조금이나마 운동이 된다고 생각하니 좋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야생 수국이 지천에 깔려 있는 게 신기하고 예뻤다. 쭉쭉 뻗은 삼나무 숲 길, 붉은 흙을 밟으며,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또 걸었다. 좋았다. 마냥 그렇게 걸었으면 했다...

미안해는 남자의 언어

2006-3-16에 썼던 글 - 지금도 100% 동의함 --------------------------------------- 결혼 7년차, 아내가 '미안해'라고 먼저 말하지 않는 이유가 풀렸다. 나는 아내와 갈등이 생기면, 우선 그 어색함과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잘못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가급적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편이다. 아주 명백하게 내가 잘못한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 먼저 잘못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난 후 아내와 이것저것 갈등의 이유를 풀어보는데, 그러다보면 꼭 내가 먼저 잘못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럴 땐 좀 억울하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 보아도 어떤 사안에 경우 분명 아내가 잘못한 것 같은데, 내 아내는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잘 안한다.(최근 1~..

남편은 쓰레기 통이다

쓰레기통이 꽉 찼나보다. 쓰레기를 받을 자리가 없다. ㅜㅜ 쓰레기 비우고 와야지... 아래의 글은 2005-12-9 에 쓴 글. --------- 시부모님과 한집살이 하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특히나 어머니께서 며느리에게 좀 거칠게 말씀하신다거나, 이런 저런 일로 부려먹을 때(?) 괜히 아내 편 들었다가 한 소리 듣기 쉽상이다. 워낙 깐깐하고 대가 쎈 어머니시라, 아들인 나도 그런 얘기 쉽게 못한다. 사람들 앞에서 싹싹하고 거절 못하고 항상 밝은 얼굴로 대하는 아내, 알아서, 앞서서 다 뒤치다꺼리 하고 난 후, 늦은 밤이 되면 얼굴에 그늘이 진다. 그리고는 쉬임없는 불평이 쏟아진다. "당신하고 결혼했다는 것 때문에 왜 내가 이 고생해야 돼?" "당신이 먼저 고생을 자초..

최고의 선물

어느 새벽, 차가운 교회당 의자에 앉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묵상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발자국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은혜가 가슴 가득히 차오르다가 눈물 샘을 자극했다. 낯선 이방인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황할 때, 늘 한결같이 곁에서 위로와 격려로 도움을 준 아내의 존재가 유달리 크게 느껴졌다. 날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증거는 바로 내 아내 '정신실' 아니던가! 인생길 걱정되고 좌절될 때마다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준 아내의 손길, 실패로 점철된 인생을 섭리의 관점으로 다시 보게끔 도와준 아내의 기도... 아내는 하나님이 날 사랑한다고 주신 선물이다. 관계문제, 정체성문제, 양육문제, 생계문제.... 등등의 것들이 한꺼번에 아내에게 들이닥친 모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