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기고/QTzine 11

설거지 묵상

QTzine [2005/09]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결혼한 후 아내에게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설거지만큼은 내가 하겠다, 당신을 돕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나의 일이기에 하겠다, 라고 말이죠. 그런 정신으로 하다 보니 아내에게서 자동식기세척기란 별칭도 얻었는데, 요샌 좀 녹슬어서 작동이 안될 때도 있지만, 아직 폐기처분할 만큼은 아니랍니다. 여전히 주방은 저희 부부의 좋은 대화 장소로서 손색이 없죠. 제가 설거지에 열심인 이유는 처음엔 밥값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요리도 못하면서 차려진 밥을 먹기만 하고 다시 TV로 휙 돌아서는 것만큼 크나큰 죄악(?)은 없단 생각이 있었고, 남녀의 삐뚤어진 역할문화를 나라도 좀 바꿔보리라 하는 다짐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기고/QTzine 2015.05.25

먼저 조율하고 그후 연주하라

[QTzine 2005/08]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저는 요새 교회 성도 열댓명을 데리고 기타(Guitar) 강습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을 앉혀 놓고 기타 튕기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답니다. 사실 제겐 그다지 연주 실력은 없고, 다만 반주 정도는 그럭저럭 잘한다는 소린 듣습니다. 한때는 ‘아리랑 자동반주기’란 소리도 들었고, 그러다보니 교회 후배들, 제자들이 간혹 제게 기타에 대해 묻기도 합니다. 줄 맞춰 주는 건 기본이구요. 기타 치는 친구들이 기타 줄 못 맞춰(조율, 튜닝) 쩔쩔 매는 모습을 보면 좀 우습기도 하고, 그까이 꺼 대~충해도 조율쯤이야 금세 해버리는 저로서는 우쭐해지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기타 강습 첫날, ..

기고/QTzine 2015.05.25

지금 무릎을 꿇으라

QTzine [2005/07]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저는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 합리적 유추, 비판적 관점을 무엇보다 중시여기는 풍토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 선배는 후배들에게 “왜 그런가?”를 삶의 모토로 삼아야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저는 선배들의 그런 사고의 습관을 수용하면 수용할수록 무언가가 퇴화되고 있음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기도였습니다. 예전엔 일상 속에서 언제든 주께 묻고 듣고 간구하고 응답받는 일이 자연스러웠는데, ‘의심’하는 습관이 생기면서부터는 그게 잘 안되더라는 것이죠. 물론 모든 기독인 철학도가 다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만, 저는 유달리 뜨겁게 기도하던 기독인들을 향해 냉소의 시선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기고/QTzine 2015.05.25

환대를 느낄 때

QTzine [2005/06]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자녀들은 종종 하나님의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물론 자신들이야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겠지만, 그들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위로도 하고, 경고도 하고, 결국은 하나님께로 나아가 무릎을 꿇게끔 합니다. 저는 요즘 이들로부터 엄청난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막 말문이 열려 가르치지도 않은 말을 해서 부모를 깜짝 놀래키는 3살 난 현승이, 깜찍하게 노래를 잘 부르는 6살 난 채윤이, 두 아이를 통해 저는 환대가 가져오는 기적을 매일 체험하고 있답니다. 드라마나 광고에서 종종 보듯이 저는 출근 때마다 베란다에서 ‘아빠 잘 다녀오세요’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동네가 떠나가라 하며 쩡쩡 울려대는 두 아이의 소리를 들으며 손을 흔들어대..

기고/QTzine 2015.05.25

영웅시대

QTzine [2005/05]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젊음과 패기 위에 최소한의 저항의식마저 있는 사람치고, 속으로라도 반미구호를 외쳐본 사람치고 남미 민중의 영웅, 체 게바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몇 해 전 그의 평전이 출간되었을 당시, 젊은이들에게 체 게바라는 시대의 코드가 된 적이 있었죠.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은 누구나 그의 초상화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을 법 합니다. 저는 원래 유행을 싫어하는 성미 때문에 베레모의 시거를 물고 있는 그의 사진이 박힌 티셔츠 하나 장만하지 못했었지요. 독자들은 어떠신가요? 저는 요즘 한 드라마의 열혈시청자가 되어 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제가 얼마나 그에게 빠져 있는지 알려드릴까요? 그를 다룬 소설을 독파하였고, 7..

기고/QTzine 2015.05.25

창조주를 기억하라

QTzine [2005/04]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코람 데오. 읽는 책마다, 쓰는 노트마다 이 글귀를 새겨놓고 하나님을 마음에 단단히 새겨놓으려고 노력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내 전 존재가 마치 ‘하나님 앞에’ 있는 것처럼, 그렇게 경건하게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채우길 원하던 때였죠. 그래서 하루는 이런 결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내 의식이 깨어있는 동안, ‘하나님을 기쁘게 하자’, ‘성령님의 도움을 구하자’,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들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도록 자각하고 또 자각하라리 다짐했었지요. 그리고는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이 결심이 얼마나 갔을까요? 혹시 영화 의 주인공이 앓던 그 기억상실증에 나도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 단5분도 못 ..

기고/QTzine 2015.05.25

묵상이 안될 때

QTzine [2005/03]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슬럼프’라는 말 아시지요? 펄펄 날듯이 잘하는 선수들이 갑자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대표적 케이스겠죠. 운동 선수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슬럼프에 빠집니다. 매너리즘도 그 중 하나겠지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왠지 윤기 없는 얼굴에 휑하니 들어간 눈을 하고 다니는 주변 사람들 종종 보셨지요? 우리 모두는 대개 그런 경우를 겪어 보았을 겁니다. 열정은 식고 의욕도 없어집니다. 비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일은 나 몰라라 하게 되구요. 좀 심해지면 주변 사람들까지 괜시리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일상의 모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 가득 들어찰 때가 ..

기고/QTzine 2015.05.25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QTzine [2005/02]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계의 내 노라 하는 리더들이 온다 하길래 토론의 진수를 보겠구나 하는 기대로 참석했었지요. 그렇지만 제 기대는 첫 시간부터 보기 좋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교장단의 대표로 오신 분이 토론회의 주제며 방식이며 통 잘못되었다고 성토하더니, 교원단체의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걸 핑계 삼아 퇴장해 버린 것입니다. 그 이후의 토론은 안봐도 비디오겠죠?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사실 2004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육계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죠.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들처럼 고집과 고집이 맞붙어 싸우는 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

기고/QTzine 2015.05.25

12월에 부르는 노래

QTzine [2004/12]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몇 해 전의 일입니다. 송구영신예배를 두서너 시간 앞두고 목사님께서 느닷없이 예배 찬양인도를 맡기셨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찬송을 제일 먼저 선택하시겠습니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그 떨림과 긴장된 시간에 어떤 찬송이 가장 적절할까? 고민과 기도를 거듭하던 저는 마음이 암담해지게 되었습니다.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던 제 과거 역사가 하나같이 실패와 좌절, 배신과 게으름이 원인이 되었던 일들이었고, 미성숙과 불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픈 기억들이 스치면서 동시에 여러 노래들이 귓가에 부딪혔지만 제 삶과 그 노래들은 헛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제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들..

기고/QTzine 2015.05.25

우리는 그러지 맙시다

QTzine [2004/11]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실례인 줄 알지만 군대 얘기 좀 꺼내겠습니다. 저는 강원도에서 보병으로 군복무를 했습니다. 보병이다 보니 무진장 걸었지요. 군장 걸머지고 하이바 눌러 쓰고 밤낮 걸었고 더위에 늘어지고 추위에 얼어붙은 두 다리를 이끌고서도 참 많이 걸었지요. 눈길, 빗길, 산길, 길 아닌 길, 안 다닌 곳이 없고, 어쩌다 물집이라도 잡히는 날은 영락없는 가시밭길이었습니다. 한번은 행군 도중 이런 일이 있었지요. 그날따라 몸과 마음 모두 컨디션이 최고였던지라 ‘누구든 도와주리라’ 하고 마음 먹었더랬죠. 마침 퍼지기 일보 직전에 있던 후임병이 눈에 띄었습니다. 순간, 이 친구를 돕는 명분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여 주겠다는 결기가 솟더군요..

기고/QTzine 201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