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책에서 만난 문장 43

케빈 밴후저, 불안이라는 질병

우리는 모두 20세기와 21세기의 나쁜 경험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불안 치료제가 넘쳐나며, 불안의 유형 또한 그러하다. 미국인의 40퍼센트가 불안 장애로 고통당하고 있으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예를 들면, 프로작, 팍실, 졸로푸트)를 처방받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약으로 얻은 평정은 "'평강'이 없으나 평강이 있다 함"(겔 13:10)과 다름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이데거가 불안이라고 불렀던 것과 가장 근접한 의학 용어는 아마도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일 것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거미나 대중 연설처럼 구체적 대상에 대한 두려움인 공포증과 달리) 불안을 촉발하는 특별한 자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안이란 절망의 경계에 서 있는 영적 상황이며, 구체적인 느낌이라..

승효상, 默想, 여행의 기술

5월에 두 주간 베네딕토 수도원 순례길에 오른다. 아내는 혼자서라도 가겠다는 결기를 보여줬고, 결국 나도 따르기로 했다. 애초에 '베네딕토'에게도, '수도원'에게도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3개월 안식월을 제대로 보내려니 마땅한 계획이 잘 세워지지 않는다. 4월엔 홀로 제주살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독과 침묵을 친구 삼아보려는 마음인데, 어쩌면 베네딕토 수도원 순례와 접점이 있을지 모르겠다 싶었다. 가기로 결정하니 홀가분해졌다. 그러나 나는 베네딕토에 대해서도 모르고, 수도원에 대해서도 모른다. 신학교 시절 교회사 공부를 할 때 중세 1,500년은 한 10여분 만에 건너뛰었고, 내겐 관심 밖이었다. 초대교회에서 곧바로 종교개혁시대로 건너가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곧바로 리서치에 ..

제럴드 싯처, '아케디아'에 관하여

"그러므로 기도와 노동의 일과에 안주할 때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유혹이 '아케디아'(acedia)라는 것은 놀랍지 않다. 아케디아는 쉽게 번역하기 힘든 헬라어 단어로 1,600년 전에 에바그리우스가 수도자들에게 지적했던 것이다. "나태"는 게으름을 뜻하므로 옳지 않은데, 이는 아케디아의 의미라기보다는 결과다. 아케디아는 권태, 불안, 부주의로 정의하는 것이 좋다. 일과로 인해 우리는 성급해질 수 있다. 그래서 신앙 성숙과 삶의 풍성한 수확에 이르는 더 쉽고 빠른 길이 있기를 바란다. 또 지름길을 택하기 원한다. 그래서 도중에 즐거운 일을 찾고,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이 눈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단조로움과 지루함에 싫증 나기 충분할 정도로 오랫동안 기도와 노동의 일과를 따를 때, 수도원에서 '..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제주 도착 다음날부터 비가 왔다. 신창리에 있는 무명서점에 갔다가 그냥 나오기 민망해서 아무 책이나 골랐다.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얇았다. 저자가 누군지 몰랐는데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다. 아침 그리고 저녁마다 감상에 젖곤 했는데 제목이 좋았다. 그래서 골랐다. 언듯 보면 이유 없어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다 이유는 있다. 어제 오후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오늘 오전에 다 읽었다. 주인공 요하네스가 태어나던 순간, 그의 아버지의 시선은 그 탄생 순간에 머물러 있다. 그것이 '아침'이다. 이야기는 곧장 태어난 아기 요하네스의 죽음의 순간으로 이동한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는 요하네스가 죽음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다. 마침내 주인공은 자신의 죽음을 깨닫고 받아들인다. 먼저 죽은 친구 페테르가 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훈련

한 형제가 압바 포이멘에게 물었다. "어째서 제가 원로들에게 제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겁니까?" 원로가 대답했다. "압바 요한 콜로부스가 말하기를 '원수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가장 기뻐한다'고 했습니다." 하느님을 본받아 따르는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원로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법을 익힘으로써 수도사는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사막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훈련의 책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로완 윌리암스, 90-91. '원수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가장 기뻐한다' '하느님을 본받아 따르는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원로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모든 훈련의 핵심이다.'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드러내려면 연약한 자신을 공개적으로 인정..

지옥은 왜 있는가

지옥 비슷한 것을 경험했다. 그곳은 바로 강대상 위에서였다. 말씀을 전할 만한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죄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가 마구 떠오르는데, 입으로는 천국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도망갈 수도 없다. 하나님의 생명의 빛이 비치는 곳에 죄인이 서 있다. 숨을 수도 없다. 영혼이 뜨거워진다. 입이 바싹 마른다. 여긴 천국인가 지옥인가. 하나님의 사랑의 눈은 어느새 죄인의 마음엔 진노의 눈으로 보인다. 강렬한 사랑의 빛 안에 머물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는 이 곳은 지옥의 한 켠이다. **** * 달라스 윌라드, , 75p. 지옥은 왜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을 피하여 숨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분과 최대한 멀리 있기를 원한다. 하나님과 함께 있는 것을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성경 사용 설명서] 2장 성경 묵상이 뭐지?

[성경 사용 설명서] 2 2장 성경 묵상이 뭐지? : 성경 묵상 새롭게 이해하기 1.1 성경 묵상 1. 성경 묵상의 정의 성경 묵상은(*** 숙지할 것) ① 성경 말씀을 주의 깊게 생각하고 곱씹어서 ②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그에 합당하게 반응하면서 ③ 하나님과 만나 교제하는 행위 첫째. 숙고하고 곱씹는 요소 - 율법을 묵상하라(시 1:2; 수 1:8)고 할 때 사용되는 히브리어 ‘하가’는 ‘주의 깊게 생각하다’(comtemplate)와 ‘곱씹다’(chew) 둘째.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그에 합당하게 반응하는 요소. - 첫째 요소가 성경에 대한 행위라면, 둘째 요소는 그 행위의 내재적 측면 셋째. 하나님과 만나 교제하는 요소. - 앞선 행위에 따른 결과. → “성경 묵상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즐거..

[성경 사용 설명서] 1장 왜 성경을 주셨을까?

(이진섭, 새물결플러스) 1장 왜 성경을 주셨을까? : 그 의도를 성취하는 길, 묵상 1.1 성경의 이중저작권 *성경은 누가 누구에게, 누구를 위해 쓴 글인가? 첫째, 성경은 고대의 인간 저자(들)가 그 당시 사람들을 위해 쓴 글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누군지 독자가 누군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여하튼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원래의 인간 저저와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일차 저자와 독자를 바르게 이해하지 않으면 성경의 원래 의미를 오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성경의 궁극적 저자는 하나님이시며, 그 하나님께서 오늘의 ‘나’와 ‘우리’에게 성경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정리하자면, 성경은 하나님이 인간 저자를 통해서 쓰신 글입니다. 성경에는 일차 독자가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은 성경을..

한 눈으로 보는 비주얼 성경 읽기 2

[한 눈으로 보는 비주얼 성경 읽기] 2 Chapter. 2. 성경은 어떻게 기록되었는가? 1. 인간적으로 표현된 성경 • 구약은 대부분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 히브리어는 주전 3세기경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용한 언어다. 그러나 그들이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면서 히브리어는 거의 사어가 되었고, 그들은 당대 국제언어인 아람어를 사용하였다. • 신약은 대부분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다. 알렉산더가 제국을 건설한 이래로 로마 제국 하에서도 헬라 제국 하에서는 대부분 그리스어를 사용했다.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사도 바울이 읽고 인용한 구약 성경은 히브리어를 헬라어로 번역한 그리스어 성경이었다. • 구약과 신약에 아람어로 된 지명이 종종 등장한다. 구약 세군데에서는 아람어로 쓰였다. 다니엘 2:4-7: 28, 에스..

한눈으로 보는 비주얼 성경 읽기 1

[한 눈으로 보는 비주얼 성경 읽기] 1 Chapter. 1 성경은 무엇인가? 1. 성경이란? ‘성경’(Bible)이란 단어는 비블로스(biblos)라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파생됐는데, 이는 초기 형태의 종이를 만드는 데 쓰였던 파피루스를 뜻한다. 이 단어는 책이나 두루마리를 칭하는 의미로 확대되다가 차츰 ‘신성한’ 책이나 두루마리를 뜻하는 의미로 좁혀졌다. 그리고 라틴어와 기타 유럽 언어로 스며들어 결국엔 특정한 책, 곧 기독교의 성경을 뜻하게 되었다. 2. 약속 • 성경은 크게 구약과 신약이라는 두 약속(Testament)으로 나뉜다. • 약속이란 말로 번역된 단어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언약’이다. 그러니까 구약은 ‘옛 언약’이고 신약은 ‘새 언약’이다. 언약은 양자 간에 맺는 계약이다. • 구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