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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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7:45-56 / 왜 버리셨나이까

마태복음 27:45-5645 낮 열두 시부터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46 세 시쯤에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어 말씀하셨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것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47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 몇이 이 말을 듣고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엘리야를 부르고 있다." 48 그러자 그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에 적셔서, 갈대에 꿰어, 그에게 마시게 하였다. 49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어디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하여 주나 두고 보자" 하고 말하였다.50 예수께서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숨을 거두셨다.51 그런데 보아라,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

[제주안식25] 제주 카페 순례

카페가 쉼과 재활의 공간이라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된 것은 2000년 때부터다. 아내가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음악치료사로 취업했다. 내가 기윤길 간사를 할 때인지 그만두었을 때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공원 동쪽 롯데타워 인근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서점은 기다리기 좋은 장소였고, 사우나도 나름 괜찮았다. 우연찮게 '할리스'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커피란 자고로 달달해야 하는데, 자판기 커피 또는 맥심만 마시던 내게 할리스 아메리카노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것 같다. 아내를 기다릴 때 할리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으니 기다린다는 사실을 종종 잊기도 했다.  그 이후로 여러 프랜차이즈 ..

마태복음 27:39-44 / 모욕과 조롱

마태복음 27:39-4439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여 40 말하였다.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너나 구원하여라.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41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장로들과 함께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42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가 이스라엘 왕이시니,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오시라지! 그러면 우리가 그를 믿을 터인데! 43 그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으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시라지. 그가 말하기를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하였으니 말이다."44 함께 십자가에 달린 강도들도 마찬가지로 예수를 욕하였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그때 총독의 병사들은 십자가..

렉시오 디비나 2024.04.25

[제주안식24] 사랑 받는 자

집으로 돌아갈 때가 가까워졌다. 가족들이야 보고 싶지만 아쉬움과 불안감이 교차한다. 무얼 먹을까 무얼 마실까 무얼 입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더 못해서 아쉽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걱정이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시간을 지날 것이고, 나는 다시 일상에서 늘 하던 대로 하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의 나는 안식 이전의 나와 같은 나일 것이다. 좀 더 나아진 나일까. 비양도에 들어간다. 예매할 것도 없다. 점심시간에 맞춰 무작정 갔더니, 마침 낮시간 배가 증설됐단다. 10분 후에 배가 출발하니 가서 승선 준비하란다. 앗사라비오~. 숙소에서 해지는 쪽 반대로 고개를 돌리면 동그란 섬이 하나 보인다. 비양도다. 처음엔 무인도인줄 알았다. 언듯 보면 그냥 하나의 오름 같이 보인다. 그러나 ..

마태복음 27:27-38 / 무지한 병사들

마태복음 27:27-38 27 총독의 병사들이 예수를 총독 관저로 끌고 들어가서, 온 부대를 다 그의 앞에 불러 모았다. 28 그리고 예수의 옷을 벗기고, 주홍색 걸침 옷을 걸치게 한 다음에, 29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그의 오른손에 갈대를 들게 하였다. 그리고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대인의 왕 만세!" 하고 말하면서 그를 희롱하였다. 30 또 그들은 그에게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서, 머리를 쳤다. 31 이렇게 희롱한 다음에, 그들은 주홍 옷을 벗기고, 그의 옷을 도로 입혔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그를 끌고 나갔다. 32 그들은 나가다가,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을 만나서,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33 그들은 골고다 곧 '해골 곳'이라는 곳에 이..

렉시오 디비나 2024.04.24

[제주안식23] 환대

글을 쓰려고 앉았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한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아직도 명료하지 않다. 그럼에도 글을 쓰기 시작한다. 괜찮다. 예전엔 사유로 글을 썼다면, 이젠 손가락으로 사유한다. 내 머릿속엔 모든 재료가 있다. 내 몸이 기억한다. 그것을 분류하고 배열하여 재종합하는 것은 사유가 하는 게 아니다. 손가락이 한다. 노트북을 켜고 하얀 페이지를 펼쳐놓는다.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는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머리가 따라가 본다. 복잡하게 부유하던 개념과 이미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손가락이 사유를 시작했다. 손가락이 의미를 창출하기 위해 두뇌에 자극을 주었다. 손가락을 믿는다. 열 개의 손가락이 서로 신비하게 조합하여 움직이는 것에 내 존재를 맡긴다. 손가락에서 손가락으로 사유의 전기가 들어..

마태복음 27:11-26 / 빌라도의 책임 회피

마태복음 27:11-26 11 예수께서 총독 앞에 서시니, 총독이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 하고 말씀하셨다. 12 예수께서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고발하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3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께 말하였다. "사람들이 저렇게 여러 가지로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들리지 않소?" 14 예수께서 한 마디도, 단 한 가지 고발에도 대답하지 않으시니, 총독은 매우 이상히 여겼다. 15 명절 때마다 총독이 무리가 원하는 죄수 하나를 놓아주는 관례가 있었다. 16 그런데 그때에 [예수] 바라바라고 하는 소문난 죄수가 있었다. 17 무리가 모였을 때에,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내가 누구를 놓아주기를 바..

렉시오 디비나 2024.04.23

[제주안식 22] 나는 아빠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다시 한주의 첫날을 맞았다. 지난번 아내가 돌아갔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파가 있다. 날씨도 흐리고 몸의 상태도 썩 좋지 않다. 어디 가고 싶은 데도 없다. 종일 숙소에서 읽다 소파에 누어 졸기를 반복한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이 차다. 또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스무 살 대학 1학년 시절이 떠오른다. 그 나이는 불안이라는 나이였다. 그냥 하루를 사는 그 자체가 불안이었다. 하루를 잘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무의미를 숙고했다. 빌레몬서에 등장하는 오네시모라는 종은 원래 '무익한'이란 뜻이었는데, 그가 바울을 통해 예수를 만나고 유익한 사람이 되었단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때 만난 복음송가가 있다. 내가 아는 국내 복음송가 중에 가장 좋은 가사였다. 빛이 ..

마태복음 27:1-10 / 유다의 비극

마태복음 27:1-10 1 새벽이 되어서,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모두 예수를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2 그들은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주었다. 3 그때에, 예수를 넘겨준 유다는,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신 것을 보고 뉘우쳐, 그 은돈 서른 닢을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돌려주고, 4 말하였다. "내가 죄 없는 피를 팔아넘김으로 죄를 지었소." 그러나 그들은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요? 그대의 문제요" 하고 말하였다. 5 유다는 그 은돈을 성전에 내던지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다. 6 대제사장들은 그 은돈을 거두고 말하였다. "이것은 피 값이니, 성전 금고에 넣으면 안 되오." 7 그들은 의논한 끝에, 그 돈으로 토기장이의 밭을 사서, 나그네들의 묘지로 사용하기로..

렉시오 디비나 2024.04.22

[제주안식 21] 그 사람을 가졌는가

2017년 여름이었다. 병원심방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환우를 위해 기도할 때면 늘 시편 23편을 먼저 외우며 기도하곤 했다. 시편 23편이 환우들에게 큰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편을 수백 번도 더 암송했기 때문에 ‘여호와는~’ 하고 시작하면 막힘 없이 끝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2절을 암송하고 3절로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된 것이다. 그날 저녁부터 불안증세가 시작됐다. 다음날 아침 일어났는데 여전히 불안감이 엄습했다. 교회를 가면 좀 나아지려니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런 증세가 수요일까지 계속됐다. 다음날에도 사라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려 했다. 감사하게도 수요일 밤 음악치료사인 아내가 눈물로 기도해 주고 사랑으로 찬양해 주자 그날 밤부터 평온을 되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