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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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성을 갈망하는 야심

경안천의 가시박이 겨우 내내 눈엣 가시다. 온 땅을 흉흉하게 만드는 자연계의 암덩어리다. 그럼에도 봄의 생명은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한가. 저 마른 덩굴 사이로 연녹색 이름 모를 잡초들이 솟아오른다. 머잖아 칙칙한 회색을 다 덮어 푸른 땅을 만들 것이다. 조금씩 잃어버린 땅을 다시 점령해가고 있는 연두색 기사단을 응원한다. 내 마른 심령 안에 푸른 기사단이 있다. 마음의 암덩어리들이 더이상 번지지 못하게 생명의 힘이 붙잡고 있다. 위에선 생명의 원천으로부터 빛이 내린다. 속도의 문제일 뿐, 머잖아 역전될 것이다. 방향만 올곧게 붙들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금세 마음엔 푸른 기사단이 내 마음과 생각을 하나님의 평화로 지켜낼 것이다. 책을 편다. 제임스 K.A. 스미스가 쓴 (비아토르)다. 제 5장, '..

<송골매를 찾아서>, 존 A. 베이커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는 영국의 런던 동북부의 작은 도시 첼름스퍼드에 거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1960년대 그는 자전거를 타고 쌍안경을 들고 첼머강을 따라 동쪽으로 나아가 몰든에서 하구 어귀로 나아가는 곳에서 '송골매'를 관찰했다. 무려 10년간! 그리고 마치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한 시즌의 일기의 형식을 빌어 자신이 탐조한 송골매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했다. 저자는 식물과 조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오감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그 모든 것들의 '이름'을 다 아는 것 같다. 최대한 감각을 열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뿐 아니라, 저자는 동원 가능한 모든 비유법을 사용하여, 자신이 본 새와 나무, 그리고 송골매의 그 모든 동작을 묘사한다. 송골매는 조류 최강의 포식자다. ..

염려라는 독 빼내기

월요일, 나의 안식일이다. 아내가 경기도 파주에서 무려 5시간이나 강의를 한다. 같이 가자고 해서, 가는 길에 아들 집에 반찬 가져다주고 파주로 왔다. 오후 4시부터 9시까지는 오롯이 내 시간이다. 해지기 전까지는 걸을 것이다. 이왕이면 새로운 새를 만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해 진 후엔 헤이리 카페에서 책을 읽을 것이다. 그 정도면 아주 좋은 혼자만의 안식이다.아내는 민족화해센터에서 강의를 한다. 그곳 바로 길 건너에서부터 살래길을 걸을 수 있다. 울창한 숲이다. 벌써 기분이 좋다. 박새들이 우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고, 길 건너에서 꿩 울음소리가 들린다. 2 시간여를 걷는 동안 사람은 총 4명을 봤다. 월요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나무들 사이 어디선가..

지식의 상대성을 생각할 것

하남에 갔다가 광주 집으로 올 때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일부러 들리는 곳이 있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이다. 걷기 좋은 곳이다. 겨울엔 큰고니들의 소리가 장관인 곳이다. 자연습지와 인공습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이다.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으면 더 좋고, 여럿이 걸어도 좋은 곳이다. 4계절 다 좋다. 오늘은 혼자 걷는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고 있다. 한 주만 더 일찍 왔다면 눈부시게 찬란한 벚꽃의 자태를 보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좋다. 그러나 허전하다. 이 넓은 곳의 주인은 백로와 왜가리가 됐다. 원래부터 늘 주인이었던가? 습지 외곽으로 나무데크가 운치 있게 설치되어 있다. 아무데나 서서 사진을 찍으면 죄다 작품이 될 만한 곳들이다. 60대 어르신 부부도 있고, 20대 젊은 커플도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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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17:14-21 /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

■ 마태복음 17:14-21 14 그들이 무리에게 오니, 한 사람이 예수께 다가와서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15 “주님, 내 아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간질병으로 몹시 고통받고 있습니다. 자주 불 속에 빠지기도 하고, 물 속에 빠지기도 합니다. 16 그래서 아이를 선생님의 제자들에게 데리고 왔으나, 그들은 고치지 못하였습니다.” 17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여,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같이 있어야 하겠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에게 참아야 하겠느냐? 아이를 내게 데려오너라.” 18 그리고 예수께서 귀신을 꾸짖으셨다. 그러자 귀신이 아이에게서 나가고, 아이는 그 순간에 나았다. 19 그 때에 제자들이 따로 예수께 다가가서 물었다. “우리는 어찌하여 귀신을 쫓아내지 못했습니까?..

렉시오 디비나 2024.03.09 1

탁월성을 갈망하는 야심

경안천의 가시박이 겨우 내내 눈엣 가시다. 온 땅을 흉흉하게 만드는 자연계의 암덩어리다. 그럼에도 봄의 생명은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한가. 저 마른 덩굴 사이로 연녹색 이름 모를 잡초들이 솟아오른다. 머잖아 칙칙한 회색을 다 덮어 푸른 땅을 만들 것이다. 조금씩 잃어버린 땅을 다시 점령해가고 있는 연두색 기사단을 응원한다. 내 마른 심령 안에 푸른 기사단이 있다. 마음의 암덩어리들이 더이상 번지지 못하게 생명의 힘이 붙잡고 있다. 위에선 생명의 원천으로부터 빛이 내린다. 속도의 문제일 뿐, 머잖아 역전될 것이다. 방향만 올곧게 붙들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금세 마음엔 푸른 기사단이 내 마음과 생각을 하나님의 평화로 지켜낼 것이다. 책을 편다. 제임스 K.A. 스미스가 쓴 (비아토르)다. 제 5장, '..

마태복음 18:15-20 / 나를 아프게 한 사람에게

마태복음 18:15-20 15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그에게 충고하여라. 그가 너의 말을 들으면, 너는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16 그러나 듣지 않거든, 한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그가 하는 모든 말을, 두세 증인의 입을 빌어서 확정 지으려는 것이다. 17 그러나 그 형제가 그들의 말도 듣지 않거든, 교회에 말하여라. 교회의 말조차 듣지 않거든, 그를 이방 사람이나 세리와 같이 여겨라." 18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19 내가 [진정으로] 거듭 너희에게 말한다. 땅에서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합심하여 무슨 일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렉시오 디비나 2024.03.13 3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유홍준이 쓴 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만고불변의 진리를 정확하게 표현해 낸 멋진 문장이다. 뭐든지 간에 애정이 생기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다. 경안천 산책을 하다가 큰고니 때문에 새들에게 애정이 생겼다. 쌍안경을 구비해서 목에 걸고 경안천을 나가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의 세계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기쁨이 솟구친다.보 위쪽은 물이 풍부하고 잔잔하다. 오늘은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 한 점 없다. 멀리 고니들이 놀이터를 옮겨왔다. 그 사이에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낯선 새 한 마리가 혼자 놀고 있다.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 바로 이때를 위하여 내가 쌍안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