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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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기를 사랑하는 이유

방금 걷고 왔다. 걷기 전에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걷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율동공원 쪽으로 걷는다. 한바퀴를 걷고 돌아오면 5km는 족히 될 것이다. 습관을 따라 걷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지난 9년 간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 낡은 아파트 담벼락 옆에 숲을 향한 작은 오솔길이 눈에 보인다.  뭐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는 본능적으로 숲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대강 길을 예상하면서 4월 초 잿빛으로 가득한 숲을 걷는다. 홀로 숲을 걸을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걷기를 사랑한다. 아무 방해 없이 오로지 사유에 골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유의 흐름은 중구난방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가히 ..

<하나님 나라의 스캔들>, 달라스 윌라드

가히 명불허전이다. 책을 손에 쥐며 품었던 기대에 한 치의 오차 없이 만족스럽다. 진부하지 않은 새로운 해석이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고, 맨날 들었던 교훈이되 이상하게도 가슴 뛰게 만든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설명하나, 달라스 윌라드는 '하나님 나라'를 보여준다. 그 나라 안에서 살며 체화된 것들을 증언하기 때문이다.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갈망하나 내 육신과 사고와 감정은 너무나 자주 그 나라 밖으로 튕겨나가 버려, 그 나라의 실재가 신기루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달라스 윌라드는 하나님의 나라를 가져와 보여주니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분명 그의 평생의 열망처럼 영성 훈련의 결과일 것이고, 그로 인해 형성된 그의..

천국을 향한 기다림

시니어매일성경 2025년 3-4월호 기고 잠들다 죽는 게 가장 큰 은혜 삶 저 너머 영원에 속한 무언가가 순식간에 여기 일상으로 넘어와 번쩍일 때가 있다.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뚫고 기쁨이라는 유전이 솟구치며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 2018년 6월의 싱그러운 어느 날, 7, 80대 어르신들 여덟 분을 모시고 교회에서 나들이를 갔었다. 숲속 나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일상과 영원이 잇대어지며 기쁨이 솟구치는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다. “나이를 먹으니까, 귀가 안 들려. 근데 그거 좋은 거야. 그 권사는 너무 잘 들려서 괴롭대. 좀 안 들어도 되는 것까지 자세하게 다 들린대. 난 잘 안 들리니 얼마나 좋아~”“늙으면 죽어야 하는데,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내 맘대로 안 돼...

<부끄러움>, 아니 에르노

구정 연휴 기간에 읽을 만한 얇은 소설을 찾았다. 아내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소설인줄 알고 읽었는데 소설이기보다는 어린 시절에 대한 여러 편린들을 추적하는 성찰적 글이라 느껴졌다. 그런데 중간 어느 지점에서부터 공명이 일어났다. 저자가 어린 시절, 그 심각한 사건(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사건) 이후로, 자신의 가정과 부모 배경이 모두 사립학교에 다니던 저자의 동료, 교사 등의 사람들로부터 경멸의 대상에 속한다는 것을 느낀다. 부모의 처세술, 처세에 근거한 얕은 가정 교육,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과 행동, 그 이면의 이중성, 기독교 사립학교에서의 의무적 종교교육이 가져다 주는 수치심... 저자는 그 사건이 있었던 열두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싹튼 부끄..

<인간 치유>, 폴 투르니에

폴 투르니에의 는 그의 첫 번째 책이자, 입문서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서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 본질에 대한 이런 이해 속에서 폴 투르니에는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해 왔는데, 그는 기도와 묵상이 얼마나 큰 처방인지 이해해왔다. "의식계의 위축"이란 학설은 피에르 재니트가 주장한 것으로 정신분석학 학자들에 의하여 발전하였다. 이 학설은 신경증에 대하여 가장 뛰어난 설명을 제시했다. 이 방면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심층심리에는 자아의 도덕적 이상에 역행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 성향의 실제를 스스로 의식하였을 경우 나 또는 이와 같은 성향이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고 행동으로 나타날 경우, 이러한 죄책감 또는 행동은 의식계에서 축출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하였..

[사도행전 8:14-25] 하나님의 선물을 돈으로 사려고 생각하였으니

사도행전 8:14-2514 사마리아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이 듣고서, 베드로와 요한을 그들에게로 보냈다. 15 두 사람은 내려가서, 사마리아 사람들이 성령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16 사마리아 사람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만 받았을 뿐이요,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아직 성령이 내리시지 않았던 것이었다. 17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이 그들에게 손을 얹으니, 그들이 성령을 받았다.18 시몬은 사도들이 손을 얹어서 성령을 받게 하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돈을 내고서, 19 말하기를 “내가 손을 얹는 사람마다, 성령을 받도록 내게도 그런 권능을 주십시오” 하니,20 베드로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으로 사려고 생각하..

렉시오 디비나 2025.01.30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선행을 비범한 시선으로 묘사하여 위대하게 만든다. 그의 얇은 중단편 소설 두 권을 연달아 읽었는데, 왠지 매우 감동적인 설교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이다. 내 안에 선한 바람을 일으킨다. 나도 선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는 두 종류의 생각이 충돌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평범성을 다소 이기적으로, 그러나 소시민적으로 지키려는 생각이다. 적당히 타인의 불행에 무관심하는 태도다.  주인공 펄롱의 아내 아일린의 생각이 그렇다. 펄롱이 수녀원에서 본 여자 아이들의 불행한 형편에 대해서 넌지시 이야기하자, 아일린은 왠지 모를 방어적 태도로 남편을 제지하려 한다. "이런 생각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아일린이 말했다. "생각할수록 울적해지기만 한다고...

[사도행전 8:4-13] 흩어진 사람들은 두루 돌아다니면서

사도행전 8:4-134 그런데 흩어진 사람들은 두루 돌아다니면서 말씀을 전하였다. 5 빌립은 사마리아 성에 내려가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선포하였다. 6 무리는 빌립이 행하는 표징을 듣고 보면서, 그가 하는 말에 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7 그것은, 귀신 들린 많은 사람에게서 악한 귀신들이 큰 소리를 지르면서 나갔고, 많은 중풍병 환자와 지체장애인이 고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8 그래서 그 성에는 큰 기쁨이 넘쳤다.9 그 성에 시몬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마술을 부려서 사마리아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스스로 큰 인물인 체하는 사람이었다. 10 그래서 낮은 사람으로부터 높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사람이야말로 이른바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하고 말하면서, 그를 따랐다. 11 사람..

렉시오 디비나 2025.01.29

<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잠수종이 한결 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나의 정신은 비로소 나비처럼 나들이길에 나선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시간 속으로, 혹은 공간을 넘나들며 날아다닐 수도 있다. 불의 나라를 방문하기도 하고, 미다스 왕의 황금 궁전을 거닐 수도 있다. 「잠수종과 나비」(장 도미니크 보비), 16p   40대 초반의 남자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20여일이 지나고 깼으나 전신이 마비됐다. 정신은 온전한데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의사들은 이 증상을 '로크트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 감금증후군)이라고 불렀다. 그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부위는 왼쪽 눈을 깜빡이는 것 뿐이다.  프랑스의 패션잡지 엘르 지의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잘 나가던 삶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도행전 7:54-8:3]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사도행전 7:54-8:354 그들은 이 말을 듣고 격분해서, 스데반에게 이를 갈았다.55 그런데 스데반이 성령이 충만하여 하늘을 쳐다보니, 하나님의 영광이 보이고, 예수께서 하나님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였다. 56 그래서 그는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하나님의 오른쪽에 인자가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하고 말하였다.57 사람들은 귀를 막고, 큰 소리를 지르고서, 일제히 스데반에게 달려들어, 58 그를 성 바깥으로 끌어내서 돌로 쳤다. 증인들은 옷을 벗어서, 사울이라는 청년의 발 앞에 두었다.59 사람들이 스데반을 돌로 칠 때에, 스데반은 “주 예수님, 내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60 그리고 무릎을 꿇고서 큰 소리로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하고 외쳤..

렉시오 디비나 202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