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기고/QTzine

환대를 느낄 때

신의피리 2015. 5. 25. 23:09

QTzine [2005/06]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자녀들은 종종 하나님의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물론 자신들이야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겠지만, 그들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위로도 하고, 경고도 하고, 결국은 하나님께로 나아가 무릎을 꿇게끔 합니다. 저는 요즘 이들로부터 엄청난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막 말문이 열려 가르치지도 않은 말을 해서 부모를 깜짝 놀래키는 3살 난 현승이, 깜찍하게 노래를 잘 부르는 6살 난 채윤이, 두 아이를 통해 저는 환대가 가져오는 기적을 매일 체험하고 있답니다.


드라마나 광고에서 종종 보듯이 저는 출근 때마다 베란다에서 ‘아빠 잘 다녀오세요’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동네가 떠나가라 하며 쩡쩡 울려대는 두 아이의 소리를 들으며 손을 흔들어대는 제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또 퇴근 때에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저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아이들을 번쩍 들어올리는 기쁨은 그날의 수고를 말끔히 덜어내지요. 때론 고다난 모습으로 때론 자존감이 낮아져 우울한 모습으로 들어갈지언정 아이들의 환대는 이렇든 저렇든 변함없습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그들에게 환영받게 되면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머뭇거리는 제자의 발언 하나하나 소중히 생각하고 기꺼이 들어주는 선생의 태도는 제자를 진리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공동체에 출현한 낯선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를 무장해제 시킵니다. 육체적 고통으로 정신까지 피폐해진 환자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아주는 의사의 친절은 질병을 이미 고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타박하거나 위협하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하며 훈계하는 부모는 자녀에게 하나님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저는 환대를 느낄 때 천국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환대가 인간관계의 궁극적 목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조금은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매일 아침 말씀을 펴들 때마다 역시 누추한 나의 내면을 환히 비추시는 따뜻한 성령의 환대를 느끼게 됩니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불안에서 자유로, 우울에서 기쁨으로, 무기력에서 환희로 삶의 모드를 전환시켜 주는 것, 그건 바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환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