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기고/QTzine

먼저 조율하고 그후 연주하라

신의피리 2015. 5. 25. 23:12

[QTzine 2005/08]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저는 요새 교회 성도 열댓명을 데리고 기타(Guitar) 강습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을 앉혀 놓고 기타 튕기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답니다. 사실 제겐 그다지 연주 실력은 없고, 다만 반주 정도는 그럭저럭 잘한다는 소린 듣습니다. 한때는 ‘아리랑 자동반주기’란 소리도 들었고, 그러다보니 교회 후배들, 제자들이 간혹 제게 기타에 대해 묻기도 합니다. 줄 맞춰 주는 건 기본이구요.


기타 치는 친구들이 기타 줄 못 맞춰(조율, 튜닝) 쩔쩔 매는 모습을 보면 좀 우습기도 하고, 그까이 꺼 대~충해도 조율쯤이야 금세 해버리는 저로서는 우쭐해지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기타 강습 첫날, 저의 자존심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왕초보자들 앞에서 한껏 폼을 잡고 각자의 기타를 조율해주던 차, 누군가 전자튜닝기를 선보이더군요. 기타 위에 가만히 얹혀 놓고 한줄 한줄 튕기기만 해도 음이 잡이는 전.자.튜.닝.기! 제가 조율해 놓은 기타들은 전자튜닝기에 의해 모조리 재조율에 들어가야만 했답니다.


제 딴엔 완벽한 조율이라 여기고 그간 반주를 해왔는데, 가만 따지고 보니 엉터리 연주임이 드러난 셈입니다. 음악에 둔감한 사람들이야 박수를 쳐 주었을망정, 진정 귀가 발달한 사람들에겐 제 기타 소린 어쩌면 소음이었을지 모른단 생각이 드니, 조금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순간 내 삶의 연주와 조율도 이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의 비약이 찾아왔습니다.


‘주님, 찬양 받으소서’하며 하루의 삶을 연주하고자 하는 자가, 조율은 대충하고 연주에 열중한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매사 일의 시작에 앞서, 만남에 앞서, 하루를 맞이하기에 앞서, 고요한 가운데 내 영혼의 줄이 하나님 손에 잡혀 연주될만한지 점검하고 조율하는 일이야 말로 그날의 연주를 좌우하는 성패가 아니던가?

 

잘 연주된 삶이 되길 원하신다면 먼저 조율부터 잘 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