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책에서 만난 문장

<인간 치유>, 폴 투르니에

신의피리 2025. 1. 30. 12:20

폴 투르니에의 <인간 치유>는 그의 첫 번째 책이자, 입문서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서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 본질에 대한 이런 이해 속에서 폴 투르니에는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해 왔는데, 그는 기도와 묵상이 얼마나 큰 처방인지 이해해왔다. 

"의식계의 위축"이란 학설은 피에르 재니트가 주장한 것으로 정신분석학 학자들에 의하여 발전하였다. 이 학설은 신경증에 대하여 가장 뛰어난 설명을 제시했다. 이 방면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심층심리에는 자아의 도덕적 이상에 역행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 성향의 실제를 스스로 의식하였을 경우 나 또는 이와 같은 성향이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고 행동으로 나타날 경우, 이러한 죄책감 또는 행동은 의식계에서 축출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리하여 이 최책감과 행동은 억압된 성향 또는 억압된 기억으로 머물고 있다가 꿈이나 괴상한 행동, 신경증의 증세, 마비 현상, 기능 혼란, 망상 등으로 변장하여 다시 나타난다.

이와 같은 학설은 인간의 성격에 대한 기독교의 가르침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기독교는 "자아의 도덕적 이상에 역행하는 심층심리의 성향"을 죄라고 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인간의 본성에는 자신의 과오와 고통에 대하여 눈을 감아 버리려는 성향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의식의 영역에서 죄와 연관된 어떤 생각이나 기억, 사건, 또는 유혹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을 인용하여 보지 못하는 눈과 듣지 못하는 귀, 그리고 깨닫지 못하는 마음에 대해 말씀하셨다(막 8;17-18). 의식의 위축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의식의 위축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19-120p)

 

죄를 죄라고 말하지 못하는 세대가 된 것 같다. 실은 그 반대 현상 때문이다. 지나치게 모든 것을 다 죄 때문이라고 한 전통적 설교와 교리 때문에 도리어 기괴한 종교현상이 심화되었다. 그 반작용 때문에 오늘날 합리적인 젊은 목회자들은 죄라는 단어보다 정신심리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려 한다. 나도 다르지 않다. 그러다가 너무 극단으로 갔다. 죄를 죄라 부르지 못하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교회는 복음의 능력을 상실하게 됐다. 폴 투르니에의 책들은 이런 나약한 목회자들에게 격려하고 지지한다. 좀더 담대해질 필요가 있다. 인간은 영적 존재이다.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하는 그 죄가 수많은 정신적 문제를 일으킨다. 불신자이든, 기신자이든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