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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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

언제부터인가 책읽는 습관이 달라졌다. 여러권을 동시에 읽게 된다. 그러다가 필이 꽂히는 책이 있으면 다 제쳐두고 읽게 된다. 사실 읽는 게 전부는 아니어야 한다. 읽고 난 후 정리해둬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용과 소감을 정리할 여력이 없어, 일단은 읽고 있는 책만 기록해 둔다. 1. 오늘날의 성령의 사역 -존 스토트, 조병수, 개혁주의신행협회 학교 과제로 대충 훑어본 적이 있는 책이다. 성령강림주일을 맞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존 스토트 + 성령 + 사역 = 좋다.^^ 2. 톰 라이트 예배를 말하다 -톰 라이트, 최현만, 에클레시아북스 신학을 처음 알고 난 이후로 늘 목마른 점이 있다면 신학의 역사성이라고나 할까? 신앙의 역사성이 잘 해소..

기다리는 사람

오랜만이에요. 헨리! ^^ 사실 얼마전에 누군가와 인터뷰한 내용을 곁에서 슬쩍 들은 적이 있어요. 고독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주의 깊게 듣질 못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고독에 대한 훈련을 해야 한다는 내용 같았어요. 사실 저도 그 훈련이 쉽진 않아요. 일부러 혼자 있음을 선택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 때는 늘 책을 읽는 편이거든요. 그냥 아무 것도 안하면서 잠잠히 내면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에게 귀 기울이고, 정직하게 반응하기란!!! 휴~ 매일 새벽마다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정작 해야 할 산적한 일들을 머리속으로 계획만 하고 있더라구요... 오랜만에 헨리의 명 설교를 듣게 되니 마음이 뿌듯해져요. ^^ 그런데 솔직히 말씀 드려야 ..

나는 누구인가?

1945년 초, 본회퍼가 옥중에서 쓴 시.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가끔 나더러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온화하고 명랑하며 확고한지 마치 자기 성곽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또 나에게 말하기를 감시원과 말하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자유롭고 친절하고 분명한지 마치 내가 그들의 상전과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또 나에게 말하기를 불우한 날들을 참고 지내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평온하게 웃으며 당당한지 마치 승리만을 아는 투사와 같다는데 남의 말의 내가 참 나인가? 아니면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인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그리워하며 약한 나, 목에 졸린 사람처럼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나, 빛과 꽃과 새소리에 주리고 친절한 말 따뜻한 말동무에 목말라 하고..

내면을 정확하게 읽을 줄 아는 목회자

"기도의 사람이란 다른 사람에게서 메시아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며, 숨겨진 것을 드러내고, 구체적으로 잡지 못하던 것의 실체를 파악하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기도의 사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구체적 이유는, 그가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역사를 정확하게 표현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혼란으로부터 빠져 나와 그들도 명료하게 인식하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의 긍휼을 통해, 사람들이 배타적인 내부 집단을 벗어나 전인류의 넓은 세계로 나아가도록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비판적인 묵상을 통해, 이 세대의 강박적인 파괴성을 다가올 새 세상을 위한 창조적 사역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68-69) 나우웬 신부님! 오랜만입니다. 아니 사실 저는 매일 밤 당신의 일기를 훔쳐보고 있으니, 오랜..

성공과 좌절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서 과거사 정리가 제대로 안 된 채 권력만 민주화되면서 힘이 빠져버리니까 기득권 가진 사람들, 특히 부당하게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 中 -p.125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국민이 적다는 게 비극이다. 그런 국민들의 역사 불감증을 부채질 하는 주류 언론이 공룡처럼 건재하다는 게 비극이다. 이 부당한 기득권을 해체하는 일에 조금도 기여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비극이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다. 그분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줄 믿는다. 예수님이 가신 길, 희생과 섬김과 십자가의 길은 부당한 기득권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내 처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혁명의 길, 개혁의 길, 묵상의 길, 신비의 길....이 아니라, ..

멋진 우연을 위하여

"멋진 우연은 내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보다 준비되었을 때 더 많이 일어난다" -, p121 영감이 넘치는, 환상적인 일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선물'이다. 다시 연출해 보려고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 보아도,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을 보면, 선물임이 분명하다. 1907년 평양 대부흥은 조선 땅에 떨어진 '벼락같은 축복'이었다. 지난 겨울 TNT수련회에 부어진 은혜 역시 내 인생 최고의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간혹 설교 시간에 예상치 못한 '은혜'가 임할 때가 있다. 내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내 설교 행위는 큰 열정에 의해 위로 이끌린다. 청중도 평소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기도에 자신의 의지를 쏟아붓는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주에 나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

내 마음속 대통령

울고 또 울었다. 슬픔 때문에 울고, 억울해서 울었다. 사무실에서 울고 지하철에서 울었다. 눈으로 울고 목소리로 울고, 마음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시간이 흐른 뒤라 더 울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책을 받아보는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마음의 슬픔은 사라지질 않는다. 용기있는 사람, 정의로운 사람, 겸손한 사람, 가난한 자들과 함께 했던 사람, 겸손한 사람... 내 마음속 대통령... 5월 23일, 그 날로부터 어언 5개월이 지났다. 서거에 얽힌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죽음은 사실이다. 그분을 부엉이 바위위에서 뛰어내리게 한 세력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전국의 오백만의 국민들이 분향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자발적 분향을 막고 방해한 공권력의 치졸함도 사실이다. 그분의 죽음에 담긴 뜻, ..

역사적 단절의식을 가진 젊은이들

나우웬 신부님께 신부님, 그토록 소망하던 '주님 곁'에서의 삶은 어떠신지요? 이 땅 위에서 당신이 있는 그 곳을 앙망하는 믿음은 목숨 걸고 지켜내야 할 귀한 것, 맞는거죠? ^^ 불현듯 신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손상된 내면을 부둥켜 안고 지리멸렬하게 살던 저를 건강하게 해주셨지요. 제 안을 성찰하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당신 덕분에 저는 제 안에 내주하고 계신 성령님의 음성을 이젠 조금씩 분별하게 되었지요. 두려움이 밀려 올 때,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이젠 씩씩하게 '영적 발돋움'을 잘 한답니다. 당신을 알게 되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신부님의 이름을 부르고, 신부님의 얼굴을 생각만 해도, 저는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답니다. 사실 예수님의 이름, 예수님의 ..

다시 길을 찾다 - 길에 들어서서

결심을 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결심을 확정하려고 글을 쓰고 있다. 요 며칠 결심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일이 있었다. 이런 서성거림이야말로 나의 주특기...ㅠ 보나마나다. 이러다 말 일이다. 그래서 성장이 느린 게다. 매번 그 모양인 게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지 모른다. 에이~ 될 지 안 될 지 모르지만, 일단 여기에 새겨둔다. 내 사랑하는 티엔터 블로거들이 참새들처럼 짹짹 거리며 응원해 줄 줄 믿고 결심선언문을 발표하는 바이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다. 나는 우리 개신교의 치명적인 결점 중 하나는 영성훈련의 부재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예수믿고 구원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열심히 봉사하고, 예배 참석하고, 헌금하고, 전도하면 된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라는 값비..

설교, 그 이후

어김없이 주일 밤이 찾아왔다. 거룩한 강단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설교를 했고, 지금은 강단 '아래'에 내려와 있다. 지금 이 시간은 힘들다. 내 입을 통해서 쏟아져 나온 '말씀의 칼 끝'이 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렇게도 경계했던 일을 저지르고 말았기 때문이다. '설교'를 하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해서 내 불편한 감정이 묻어나 있는 오염된 말을 섞지 않겠다던 내 맹세가 깨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나는 준비된 말씀 이외의 (잔소리 같은) 말을 즉흥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오래전부터 맹세했건만, 오늘은 금지의 선악과를 따먹고 말았다.ㅠ 예배 인원의 4분의 3 이상이 지각을 한다. 설교 도중에 들락날락 하는 사람들이 여럿 된다. 조는 거야 생리적인 현상이니 그건 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