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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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준비

갑작스럽게 새벽설교를 하게 되었다. 이틀 전에 통보받았다. ㅠㅠ 수련회를 한 주 앞두고 온통 정신이 그리로 쏠려있는데, 목사님께서 한 번 더 하라 하셨다. 지난 겨울 수요예배 때 처음 강단에 서보고, 이번 새벽기도회에 두 번 강단에 섰다. 이상하다. 그리도 그리던 설교단이었고, 그리도 떨리던 설교단이었는데, 이번엔 별로 떨리지 않는다. 오히려 얼른 강단 위로 뛰어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처음이라 그런가? 설교준비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을 별로 경험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 마음 한결같이 죽는 그 날까지 계속 가야할텐데...

조기숙, 마법에 걸린 나라

마법에 걸린 나라 조기숙 I 지식공작소 I 2007.02.03 지난 대선이 있기 한참 전, 언론과 관련된 100분 토론에서 이분을 처음 봤다. 백분 토론을 볼 때마다 한심한 토론수준 때문에 속이 터졌는데, 모처럼 시원시원하게 토론을 잘 하는 분을 본 것이다. 그것도 말의 현란한 논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극단을 피하되, 역사적 단계에 걸맞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그의 중도적인 입장이 아주 좋았다고나 할까. 여성 정치학자로서 조기숙은 지난 대선 투표 전날 사건을 만들었다. 정몽준이 노무현과 결별을 선언한 날, 조선일보는 만세를 불렀다. 투표가 있는 날 새벽, 오마이뉴스의 그녀의 글이 실렸다. 눈물 자국이 문장문장 마다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런 글이었다. 아마도 그녀의 글이 지지자들을..

바트 어만, 성경 왜곡의 역사

성경 왜곡의 역사 누가, 왜 성경을 왜곡했는가 바트 D. 어만 | 민경식 | 청림출판 | 2006년 05월 15일 기독교는 '책'의 종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책'의 종교, '한 책'에 의한 종교이며, 전적으로 '한 책'인 '성경'에 근거한 종교다. 성경 없이 기독교는 논할 수 없고, 성경 없이 인간과 하나님을 논할 수가 없다. 성경이 우리 삶과 세계의 토대가 된다. 그런데 성경의 원본이 없다는 사실과 전체적인 틀에서는 비슷하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그런 필사본들이 많다는 사실이 적잖이 혼동을 일으킨다. 구약은 히브리어, 신약은 헬라어로 쓰여졌는데, 필사자들의 수많은 필사본들과 다양한 역본들의 차이점들이 성경의 존엄성을 공격하고 있다. 이 사실이 성경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더불어 오늘..

양낙흥, 체험과 부흥의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

신학교 3학기, 서평으로 썼던 글 책 전체를 서평한 것이 아니라 부분만 다룸 양낙흥, 『조나단 에드워즈의 생애와 사상』을 읽고 1. 생애, 경건, 목회에서 인상 깊었던 점 한 가지씩 2. 그의 신학에서 한 가지 측면 생애 : 산책과 묵상 “당시 나는 많은 시간을 홀로 숲 속이나 한적한 장소들을 거닐면서 명상하고 독백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대화했다. 그럴 때면 나는 항상 예외 없이 나의 명상들을 노래로 표현하곤 했다.”(145) 조나단 에드워즈는 어린 시절부터 홀로 산책과 명상(묵상과 기도)이라는 방법을 통해 하나님을 체험하곤 했다. 숲 속을 산책하거나 허드슨 강변을 거닐며 그는 자연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의 신적 빛을 보았고 노래했으며, 그에 대한 반향으로 자신의 영혼 속에 빛나는 또 다른 신적 빛..

리 스트로벨, 예수는 역사다

신학교 3학기, 과제로 썼던 서평 리 스트로벨, 『예수는 역사다』 쐐기를 박는 증거, 불가항력적 믿음 들어가며 - 매력적인 인상 “이 책은 고전이 될 것이다”. 빌 하이벨스 목사의 추천평이다. 과연 이 책은 내 작은 서가에 꽂힌 책들 중에 내 신학적 방랑의 종지부를 찍을만한 고전이 될 책이다! 세련된 구성, 사실을 향한 치밀하고도 탄탄한 논리와 추리, 이에 바탕을 둔 변증과 도전, 나는 이렇게 매력적인 책을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처음 책을 구입하여 만지작거릴 때만해도 시큰둥했다. 과제라는 특성 때문에 ‘신나는 만남’이기보다는 마지못해 봐줘야 하는 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추천의 글들’부터 범상치가 않았다. 대개 추천평이라는 게 다소 부풀리기 마련이건만, 한 ..

M, 로이드 존스, 설교와 설교자

신학교 3학기, 과제로 제출했던 서평 마틴 로이드 존스 『설교와 설교자』를 읽고 지겨운 설교 두려운 설교 정직하게 고백하겠다. 내 생활에서 가장 지겹고 괴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1857년 안토니 트롤롭이 말한 것처럼1), ‘설교를 듣는 일’이라고 말하겠다. 너무나 빤한 이야기를 주일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은 보통 지겨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가 무례하고 모순되고 삼류도덕선생들의 잔소리 같은 이야기를 설교라는 수단을 통해 들어야한다는 것은 지겹다 못해 괴로운 일이다. 나만 그런가! 나는 설교시간을 무관심과 짜증으로 참아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다수는 진짜 설교를 듣고 싶어 한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말씀..

클라우스 이슬러, 주님과 거닐다

신학교 3학기, 과목에 제출했던 서평 클라우스 이슬러, 『주님과 거닐다』 더 느리게 더 가까이 주님과 거닐다? ‘걷기’는 매력적이다. 정상적인 발육만 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걷겠지만, 걷기는 단순한 동작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걷기는 의미를 창출한다. 일반적으로 걷기는 사고하기와 맞물려 있다. 조직적인 사고가 아니라 할지라도 걷게 되면 자연히 사고하게 된다. 그래서 걷기는 생각하는 인간됨의 조건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걷기에는 사회적 의미가 숨어 있다. 마틴 루터 킹이 걸을 때, 그 행진은 정치적인 함의를 갖는다. 부활절을 맞아 예루살렘을 걷는 이들의 순례의 여정은 종교적 상승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함께 걸을래요?’라고 말할 땐,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 배낭여행을 나선 젊은이의 걸음은 자유를 ..

존 파이퍼, 형제들이여 우리는 전문직업인이 아닙니다

신학교, 3학기 과목에 제출했던 서평 존 파이퍼의 『형제들이여, 우리는 전문직업인이 아닙니다』 십자가를 통한 영광의 신학 목회 소명과 위기 고등학교 3학년 때 목회자로의 소명을 깨달은 지 15년 만에 신학교에 입학했다. 결심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존경할만한 목회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목회란 무엇이며 어떤 목회자가 좋은 목회자인지 몰랐기 때문에 주저하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목회자에 대한 실망은 커져가고 나 자신에 대한 절망도 덩달아 깊어져갔으며 목회소명은 서서히 잊혀져갔다. 나의 젊은 20대와 30대 초반은 그래서 불행했다. 차선으로 선택한 일들마다 내게 열정이 없다는 사실이 슬펐고, 그 결과는 언제나 실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말씀’을 통하여 사람들을 ..

첫 설교 후기

1. 어느 새벽, 교회당 뒷구석에 앉아 기도하고 있을 때, 불현듯 현재 내가 하는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곧 하게 될 '설교'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마음 기저에는 역시 사람들로부터 '좋은 설교를 잘 했다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숨어있었다. 2. '설교'란 무엇일까? 도대체 내가 누굴 가르칠 자격이나 있나? 하는 생각에 이르자, 구상하고 있던 모든 것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곧 당당하게 물 위를 걷다 물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베드로의 공포가 떠올랐다. 나도 두려웠다. 가르칠 게 없고,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설교자'가 되어 곧 '설교'를 하게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3. 말씀을 읽다가 말씀이 나를 읽어 버린 게 있다면, 그걸 드러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내 설교의 ..

미안해는 남자의 언어

2006-3-16에 썼던 글 - 지금도 100% 동의함 --------------------------------------- 결혼 7년차, 아내가 '미안해'라고 먼저 말하지 않는 이유가 풀렸다. 나는 아내와 갈등이 생기면, 우선 그 어색함과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잘못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가급적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편이다. 아주 명백하게 내가 잘못한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 먼저 잘못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난 후 아내와 이것저것 갈등의 이유를 풀어보는데, 그러다보면 꼭 내가 먼저 잘못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럴 땐 좀 억울하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 보아도 어떤 사안에 경우 분명 아내가 잘못한 것 같은데, 내 아내는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잘 안한다.(최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