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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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

사무엘상 18장 1-4 _ 다윗이 사울과 이야기를 끝냈다. 그 뒤에 요나단은 다윗에게 마음이 끌려, 마치 제 목숨을 아끼듯 다윗을 아끼는 마음이 생겼다. _사울은 그 날로 다윗을 자기와 함게 머무르게 하고,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_요나단은 제 목숨을 아끼듯이 다윗을 아끼어, 그와 가까운 친구로 지내기로 굳게 언약을 맺고, _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서 다윗에게 주고, 칼과 활과 허리 띠까지 모두 다윗에게 주었다. 요나단! 그는 왕의 장남이다. 왕세자다. 그는 장차 왕이 될 사람이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 등장했다. 다윗이다. 요나단은 다윗에게 겉옷, 칼, 활, 허리 띠를 주었다. 왕세자의 신분을 상징하는 자랑스러운 것들을 주었다. 요나단은 다윗의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가..

렉시오 디비나 2012.05.03

드보라는 어떻게 이겼는가

구약성경을 읽다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들이 종종 등장한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묘사해주면 훨씬 더 이해하기가 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다보니 사회학적, 정치적, 심리학적 선지식을 가지고 무리하게 해석하려 할 때가 있다. 신학을 하고, 설교자가 되고 보니 예전엔 그런 해석이 멋있어 보였고, 합리적으로 보였는데, 이제는 성경이 말하지 않으면 억지로 해석하지 않고 주어진 본문 안에서 저자의 본의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구약에는 수많은 전투와 전쟁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앞서서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 실제적인 싸움도 하기 전에 이미 적들이 무기를 던지고 도망가 버리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잘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물론 창조주..

렉시오 디비나 2012.04.28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설교

새벽 설교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자괴감이 들었다.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어." 불현듯 그 상황 속에서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꺾기도. - 모든 상황 속에서 뜬금없이 꺾어 공황 상태에 빠트리는 기술. 김준호가 제자들의 다람쥐를 호되게 질책하며 말한다. "너희들의 다람쥐에는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전 첫 주례를 준비하면서 매뉴얼을 살피다가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결혼 서약 순서 중 서약문 낭독에 대해 이렇게 써있다. "읽지 말고 서약하라." 신랑 신부가 하는 서약에도 영혼이 느껴지는 서약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서약이 있다. 개그맨들의 연기에도 영혼이 느껴지는 연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연기가 있다. 설교에도 영혼이 느껴지는 설교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설교가 있다. 복음을 말하고, 사..

욱여쌈을 당하여도

100주년기념교회 교회소식지, 2012.4월호 부활절 칼럼. 욱여쌈을 당하여도 김종필 누구나 한 번쯤 통과하는 인생의 눈물 골짜기가 있다면 제겐 2011년도 고난주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난주간 내내 눈물이 주야로 음식이 되었고, 앉고 누운 그 자리는 눈물 자국으로 얼룩지곤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과 그로 인한 이별 때문이었습니다. 사순절 마지막 주간을 앞두고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섬기던 청년부 리더 중에 3년 째 암투병중인 서른두 살 청년이 있었습니다. 고등부 때부터 보아온 참으로 신실하게 잘 자란 청년입니다. 그런데 첫 직장생활 도중 암이 발견되었고, 한 차례 수술 후 회복되는가 싶더니만, 고난주일을 앞두고 말기암 환우들이 머무는 샘물호스피스로 땅 위에서의 마지막 장막을 옮..

기고/양화진 2012.04.17

주석서를 꽂아둔 이유

새교회, 새자리, 새책상 어떻게 자리를 꾸밀까 고민끝에 주석을 좌우에 꽂아두기로 했다. 사실 여기서 나는 설교 할 일이 별로 없다. 수요설교 1년 1회, 새벽설교 1달 1회, 금요기도회 1년 2회, 2030예배 3개월 1회. 도합 16회! 그리고 심방할 때마다 5분여 정도 설교를 할뿐이다. 책상에 앉아 전화를 하고, 행정문서에 기입하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이런저런 일에 몸으로 봉사한다. 나는 누구인가? 자칫 교회일을 회사일하듯 성과위주의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 자신을 목회자, 그것도 '설교'를 매개로 성도를 섬기고,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 규정하고 싶다. 아니 좀 더 좁혀서 나는 설교자이기를 원한다. 설교를 준비할 때가 가장..

양화진 묘지기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눈이 내리면 100주년기념교회 교역자들은 새벽 5시에 모여 묘원 경내에 쌓인 눈을 쓴다. 묘원 눈치우기는 교역자들의 주요한 일이다. 2005년 7월 10일, 교회 창립예배 때 담임목사님은 청빙을 수락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양화진 묘지기'로 규정했다. 20여년간 양화진묘원 담벼락 옆에 살면서 묘원을 뜨락 삼아 거닐고 기도하고 사색하며 그분이 품었던 묘원에 대한 애정은 분명 남다르기에, '양화진 묘지기'란 말에서 풍기는 깊고 무거운 역사적 책무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부교역자들도 종종 기도와 설교 중에 자신을 '양화진 묘지기'로 묘사한다. 그 때의 그 단어의 무게감은 담임목사님과 비교할 수 없다. 나 역시 이 곳 양화진과 전혀 별개의 삶을 살다가 영문도 모른 채 이 교회 ..

<버들꽃나루사람들> 2012년 1월호, 신임교역자 자기소개

2012년 1월호, 신임교역자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2030기혼청년들로 구성된 13교구를 섬기게 된 김종필입니다. 인생 80이라 가정하면 저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 후반 레이스를 시작하는 지점을 달리고 있습니다. 전반전에는 소명을 찾기 위한 서투른 모험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인문학과 신학의 어중간한 지점에서 헤맸고, 세상 속 빛된 교회의 알림이가 되려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교육개발원, Young2080 큐티진을 기웃거렸지요. 하나님께서 이모저모 저를 억지로 보내놓기도 하시고, 살살 꾀어 일감을 맡기기도 하셨는데, 학업, 가정, 교회, 일터, 세상 모든 곳에서 서툴고 어색하게만 살아온 듯싶어 부끄러운 전반전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2011년도에 죽음과 상실의 강에서 울고 또 울며..

기고/양화진 2011.12.31

주의 징벌을 당하며

여호와여 주의 징벌을 당하며 주의 법으로 교훈하심을 받는 자가 복이 있나니 시편 94편 12절 아버지께서 지난 6월7일(화) 오후 3시30분 즈음,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그 화요일 오후가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아무도 몰랐다. 지난 4월 27일(수), 병원 검사 결과를 누나가 통곡하며 전화해왔다. 암 말기란다. 그리고 불과 40여일인데, 그렇게나 일찍 아버지는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아산병원을 모시고 다니며 검사 받으시던 나날이 눈에 선하다. 한 달 밖에 사실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집을 떠나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겨 가시던 그 절망의 날이 아직 또렷이 기억난다. 목요일 입원하시자마자 아버지는 거의 잠만 주무셨다. 우라질...그 몰핀 때문이다... 3주를 거의 못주셨기에, 우리 가족은 그냥..

존 스토트의 생애

(로저 스티어, IVP)를 구입해서 어제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이른 나이때부터 그는 이미 남다르고 특출났다. 아직 100p밖에 못읽었는데, 벌써 20대 초반의 그의 모습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도전과 감흥이 밀려온다. 부르심, 소명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그에게 있었다. 그는 그 소명이 있었기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며 자신의 생을 드려야 할 지를 일찍 터득한 것같다. 철저한 자기 관리, 말씀 연구에 대한 부지런함과 명석함, 복음 증거에 대한 이론과 실제. 곧 이 가을이 지나면 마흔에 접어든다. 아직 자기 관리조차 안 되고, 꾸준한 성경읽기와 묵상조차 안 되고 있다. '복음제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난 내가 싫다

이거...참... 너무 오랜만에 로긴하다보니 들어올 때마다 패스워드가 생각 안 나 애 먹는다... 우라질... 확 날려 버릴까... 요즘, 내 자신, 김종필이라는 한 사람, MBTI로 치며 INTJ, 에니어그램으로 치면 5번. 이 사람 정말 맘에 안 든다. 나 같으면 이런 사람과 친구 안 하겠다. 매사 대화를 머리로만 하려고 한다. 가슴이 안 느껴진다. 너무 재고, 너무 신중한 척 하고, 너무 시간에 얽매여있고, 너무 뭔가에 쫓기는 듯하다. 사람이 넉넉치 못하고, 안 그런 척 하면서 얼마나 말이 재미없고 많은 지 모르겠다. 가만 들어보면 죄다 변명이고 합리화같다. 말이 행동보다 훨씬 앞서는 건 기본이고, 생각해 보니 말에 무게가 없다. 말한대로 실천하는 게 별로 없다. 말만, 그것도 재미없는 설교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