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책에서 만난 문장

다시 길을 찾다 - 길에 들어서서

신의피리 2009. 10. 6. 20:43

결심을 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결심을 확정하려고 글을 쓰고 있다. 요 며칠 결심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일이 있었다. 이런 서성거림이야말로 나의 주특기...ㅠ 보나마나다. 이러다 말 일이다. 그래서 성장이 느린 게다. 매번 그 모양인 게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지 모른다. 에이~ 될 지 안 될 지 모르지만, 일단 여기에 새겨둔다. 내 사랑하는 티엔터 블로거들이 참새들처럼 짹짹 거리며 응원해 줄 줄 믿고 결심선언문을 발표하는 바이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다. 나는 우리 개신교의 치명적인 결점 중 하나는 영성훈련의 부재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예수믿고 구원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열심히 봉사하고, 예배 참석하고, 헌금하고, 전도하면 된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라는 값비싼 복음을 너무 천박하게 여긴 우리의 몰골이 이 수준이다. 나는 이 이상을 원했다. 성장하고 싶었다. 나는 더 깊어지고 싶었다. 성숙해지고 싶었다. 그런 길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나는 교회와 세상을 연결짓지 못한 채 왔다리갔다리 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나이만 먹었다. ㅠㅠ

사무실 빈 책상에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다시 길을 찾다
브라이언 맥클라렌, IVP  김영봉, 이동원, 신상목, 지성근, 최일도 추천!


책 제목도,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틴 성당의 한 귀팅이의 그림으로 장식된 표지도 내 시선을 끈 것은 아니다. 상단 오른쪽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표현은 이 책이 시리즈의 입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IVP 영성의 보화 001

저자에 관한 정보, 책 추천을 후다닥 읽다가. 뒷표지 안 쪽에 그야말로 오랫동안 찾았던 보화같은 목록이 나열되어 있었다.

1권_ 다시 길을 찾다  _브라이언 맥클라렌
2권_ 중단 없는 기도  _로버트 벤슨
3권_ 다시 찾은 안식  _댄 알렌더
4권_ 되살리는 금식  _스콧 맥나이트
5권_ 거룩한 식사  _노라 겔러거
6권_ 끝없는 순례  _다이애나 버틀러 베스
7권_ 되찾은 절기  _조앤 키티스터
8권_ 다시 채우는 십일조  _더글래스 르블랑

내 결심은 이렇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다 읽으려면 족히 3년은 걸리리라. (뭐 맘만 먹으면 2달이면 다 읽을 수도 있지만 그건 이 시리즈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 나는 이 시리즈를 차례로 조금씩 읽어나갈 생각이다. 그러나 단지 지성의 만족을 위해서만 읽지는 않겠다. "구원 이후의 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자기 훈련의 교재로 삼을 생각이다.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멈춰서서 돌아보고, 앞질러 나아가서 미래 교회를 내다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삶으로 체화시키도록 꼽씹으로 읽을 생각이다. 이런 읽기를 렉치오 디비나Lectio Divina라고 했겠다.  

나는 이 영성의 보화 시리즈를 조교 삼아 영성훈련에 돌입할 것이다. 자칫 길고 지루해서 더디고 무료해 보일지라도 포기하지 말자. 꾸준히 훈련에 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