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세미한 소리를 듣다 42

드디어 청년부를 섬기다

청년부 사역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꿈들이 꿈틀거린다. 아직 천안에, 학교에, 묶여 있다는 게, 참 갑갑하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은 사람의 꿈을 미워하신다. 공동체를 향한 사람의 꿈은 필경 자기의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부푼 꿈들을 식힐 필요가 있다. 청년부를 지도하면서, 내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칭찬과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내가 매만지고 있는 '꿈'을 이용해서 나는 교묘하게 그걸 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참 다행이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서두르지 말고 부르심의 본질에 충실하고 섬길 청년들의 꿈과 좌절, 두려움과 희망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하나님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건지 그들을 어떻게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줄 건지 그걸 기대하며 ..

낮은 곳으로

최병성 목사님이라는 분을 알고 있다. 그분은 충현교회의 부교역자 자리를 내려놓고 '영성'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그는 이슬 속에 비친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글로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그 자연을 오염시키는 자들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그의 개인 블로그는 뉴스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그의 독특한 영성을 접할 때마다 무색무취의 내 영성이 들통난 느낌이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의 뻐~한 먹사가 될 것이다. 한 가지 내 맘 속에 맴도는 생각이 있다. "낮은 곳으로 가라" 예수님의 삶을 한 마디로, 나우웬은 '하향 지향적 삶'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도 하향 지향적 삶으로 뛰어들었다. 대학교수에서 장애 공동체의 일원으로... 전도사로서 나는 지금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음을 느낀다. 여기가 가장 ..

피랍, 죽음, 목회자, 기도...

지난 밤, 쉬이 잠들지 못했다. 어린이 수련회에 다녀온 후, 여독이 풀리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탈레반에 의해 첫 희생자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가슴이 먹먹하다. 몇년 전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고모님의 죽음의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무력감과 공포감이 순차적으로 가슴을 짓누른다. 돌아가신 분은 배형규 '목사'라고 한다. 죽음 앞에서 그분은 어땠을까? 천국의 소망 때문에 담담하고 담대했을까? 인솔해 간 팀원들의 건강과 생명을 염려하며 말씀으로 잘 격려했을까? 목회자로 살아온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을까? 그분의 죽음을 지켜본 팀원들에게 그 목사님의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목사님의 '순교'의 소식이 이 나라와 전세계에 어떤 메시지로 울려퍼질까? ... 피랍된 분들 명단에 보니 3학년 유경식(55세) 전도사님..

설교준비

갑작스럽게 새벽설교를 하게 되었다. 이틀 전에 통보받았다. ㅠㅠ 수련회를 한 주 앞두고 온통 정신이 그리로 쏠려있는데, 목사님께서 한 번 더 하라 하셨다. 지난 겨울 수요예배 때 처음 강단에 서보고, 이번 새벽기도회에 두 번 강단에 섰다. 이상하다. 그리도 그리던 설교단이었고, 그리도 떨리던 설교단이었는데, 이번엔 별로 떨리지 않는다. 오히려 얼른 강단 위로 뛰어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처음이라 그런가? 설교준비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을 별로 경험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 마음 한결같이 죽는 그 날까지 계속 가야할텐데...

첫 설교 후기

1.어느 새벽, 교회당 뒷구석에 앉아 기도하고 있을 때, 불현듯 현재 내가 하는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곧 하게 될 '설교'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마음 기저에는 역시 사람들로부터 '좋은 설교를 잘 했다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숨어있었다. 2.'설교'란 무엇일까? 도대체 내가 누굴 가르칠 자격이나 있나? 하는 생각에 이르자, 구상하고 있던 모든 것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곧 당당하게 물 위를 걷다 물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베드로의 공포가 떠올랐다. 나도 두려웠다. 가르칠 게 없고,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설교자'가 되어 곧 '설교'를 하게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3.말씀을 읽다가 말씀이 나를 읽어 버린 게 있다면, 그걸 드러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내 설교의 수준일 ..

방전

1월 초부터 2월 중순인 지금까지 영적 상태가 하강곡선을 그렸다. 귓가에서 무서운 소리가 맴맴 울렸다. "너~ 기도 안하면 주~거!" 목회의 길로 들어선 자가 기도 - 하나님과의 깊은 인격적인 만남에 소홀하다면 그건 치명적이다. 기도와 말씀에 소홀한 목회자의 말로는 뻔하다. 자기도 죽고, 교인도 죽는다. 예배와 설교에서, 교사에게 주는 영향력에서, 이미 내게 영적 감화력이 상실되어 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정에서도 그 기운이 감지된 지 꽤 되었건만 결국 추락하던 자는 낙하산도 펴지지 않고, 날개도 부러지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두뇌에서 번개가 번쩍 치고 가면서 순간적으로 나는 실체를 보았다. 나는 본.성.상.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편이다. 남이 내게 시동을 거는 일은 없고, 내 안에서..

첫 설교

다음 주 수요일에 첫 설교를 한다. 지난 15년 간 강단 위에서 설교하는 꿈을 꾸웠다. 그리고 이제 그 꿈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내가 왜 그토록 설교하고 싶어했는지 정확히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하나님께서 내게 '설교자'로 부르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참 살아있는 제대로 된 설교자가 과연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무척 자신없어진다. 하나마나한 설교, 아무런 울림이 없는 설교, 정말 들어주기 곤란한 그런 설교, 논리도 안맞고 열정도 없는 설교, 성경 얘기만 하고 삶이 없는 설교... 나는 이런 부류의 설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오늘 다음주 수요일에 할 첫 설교의 첫작업으로써 개요를 작성했고, 어설프게나마 내용을 작성해보았다. 물론 지난 며칠 간 머릿속에는..

축구와 기윤실

오늘 축구를 했다.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들과 뉴조(뉴스앤조이) 기자들 간에 축구 시합이 있었는데, 기윤실 멤버의 부족으로 호출을 받았다. 전직 기윤실 간사라고 말이다. 용산 한강 고수부지에서 추운 영하의 날씨에 좋은 사람들이랑 꽤 즐겁게 축구시합을 했다. 수많은 골찬스에서 골을 못넣은 것은 속상하지만 말이다..경기 중에 핸들링 반칙을 종종 봤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진해서 반칙을 고백하지 않는 게 영 찜찜했다. 적어도 기윤실과 뉴조 멤버들은 그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들이 스쳐갔다. 아뿔사 그런데 어쩌다가 공이 내 손에 맞았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듯하고, 나에게 공격의 기회가 이어졌다. 아주 짧은 영점 영영초의 갈등의 순간이 지나자마자 나는 그냥 모른 척 지나쳤다.누군가의 이중성을 비..

가족과 가장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의 운치가 장난 아니다. 왼쪽으로는 지리산이 웅장하게 뻗어있고, 오른쪽으로는 섬진강이 호젓하게 흐른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중간에 화개장터가 있고, 녹차밭이 길게 늘어서있다. 보성에서 출발해서 구례를 거치는 사이 두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잠들었고, 아내도 이 멋진 풍경을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홀로 산길, 강길을 운전했다.가족들을 태우고 먼길 운전할 때면 조심스러워진다. 한 집안에 가장이라는 책임감과 무게는 특히 이럴 때 인식된다. 조용해서 좋기도 하지만 고독하기도 하고,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기도 하지만, 이내 내 사색의 주제는 '가족'이 되고 만다.화개장터에 다다라서 온 가족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다. "여보! 오른쪽 좀 봐! 여기가 섬진강이야!" "왼쪽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