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세미한 소리를 듣다 36

방전

1월 초부터 2월 중순인 지금까지 영적 상태가 하강곡선을 그렸다. 귓가에서 무서운 소리가 맴맴 울렸다. "너~ 기도 안하면 주~거!" 목회의 길로 들어선 자가 기도 - 하나님과의 깊은 인격적인 만남에 소홀하다면 그건 치명적이다. 기도와 말씀에 소홀한 목회자의 말로는 뻔하다. 자기도 죽고, 교인도 죽는다. 예배와 설교에서, 교사에게 주는 영향력에서, 이미 내게 영적 감화력이 상실되어 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정에서도 그 기운이 감지된 지 꽤 되었건만 결국 추락하던 자는 낙하산도 펴지지 않고, 날개도 부러지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두뇌에서 번개가 번쩍 치고 가면서 순간적으로 나는 실체를 보았다. 나는 본.성.상.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편이다. 남이 내게 시동을 거는 일은 없고, 내 안에서..

첫 설교

다음 주 수요일에 첫 설교를 한다. 지난 15년 간 강단 위에서 설교하는 꿈을 꾸웠다. 그리고 이제 그 꿈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내가 왜 그토록 설교하고 싶어했는지 정확히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하나님께서 내게 '설교자'로 부르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참 살아있는 제대로 된 설교자가 과연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무척 자신없어진다. 하나마나한 설교, 아무런 울림이 없는 설교, 정말 들어주기 곤란한 그런 설교, 논리도 안맞고 열정도 없는 설교, 성경 얘기만 하고 삶이 없는 설교... 나는 이런 부류의 설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 다음주 수요일에 할 첫 설교의 첫작업으로써 개요를 작성했고, 어설프게나마 내용을 작성해보았다. 물론 지난 며칠 간 머릿속에..

축구와 기윤실

오늘 축구를 했다.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들과 뉴조(뉴스앤조이) 기자들 간에 축구 시합이 있었는데, 기윤실 멤버의 부족으로 호출을 받았다. 전직 기윤실 간사라고 말이다. 용산 한강 고수부지에서 추운 영하의 날씨에 좋은 사람들이랑 꽤 즐겁게 축구시합을 했다. 수많은 골찬스에서 골을 못넣은 것은 속상하지만 말이다.. 경기 중에 핸들링 반칙을 종종 봤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진해서 반칙을 고백하지 않는 게 영 찜찜했다. 적어도 기윤실과 뉴조 멤버들은 그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들이 스쳐갔다. 아뿔사 그런데 어쩌다가 공이 내 손에 맞았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듯하고, 나에게 공격의 기회가 이어졌다. 아주 짧은 영점 영영초의 갈등의 순간이 지나자마자 나는 그냥 모른 척 지나쳤다. 누군가의 이중성을..

가족과 가장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의 운치가 장난 아니다. 왼쪽으로는 지리산이 웅장하게 뻗어있고, 오른쪽으로는 섬진강이 호젓하게 흐른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중간에 화개장터가 있고, 녹차밭이 길게 늘어서있다. 보성에서 출발해서 구례를 거치는 사이 두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잠들었고, 아내도 이 멋진 풍경을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홀로 산길, 강길을 운전했다. 가족들을 태우고 먼길 운전할 때면 조심스러워진다. 한 집안에 가장이라는 책임감과 무게는 특히 이럴 때 인식된다. 조용해서 좋기도 하지만 고독하기도 하고,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기도 하지만, 이내 내 사색의 주제는 '가족'이 되고 만다. 화개장터에 다다라서 온 가족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다. "여보! 오른쪽 좀 봐! 여기가 섬진강이야!" "왼쪽 ..

신입생 포부(抱負)? 포부(怖仆)!

학교에서 발간하는 에 기고한 글이다. 신입생을 대표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신입생 포부에 대해 쓰라고 했지만, 포부가 없어 글을 쓰는 데 애먹었다. 신입생 포부(抱負)? 포부(怖仆)! 김종필(1학년) 포부(抱負)? 신입생 포부를 밝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신입생은 출발선상에 있으니 응당 포부가 있겠거니 생각했으리라. 허나 유감스럽게도 내겐 포부가 없다. 그래도 혹 모르니 마음 속 어딘가에 먼지 쌓인 포부 한조각이나마 있지 않을까 싶어 며칠간 후레쉬를 들고 샅샅이 마음을 뒤져 보았다. 역시 애석한 일이다.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암만 생각해 보아도 내겐 포부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국어사전을 뒤져 보았다. 포부를 이렇게 정의해 놓았다. “마음속에 지닌, 앞날에 대한 생각이나 계획 또는 희망..

나 파마했다

새해가 됐는데, 전혀 새해 기분이 안 났다. 새해 첫날부터 복통으로 고생한 탓도 있고(그 복통의 원인은 맹장염이었다), 아직 남은 학교 과제물도 영향을 준 것 같다. 특새가 계속 새해맞이를 재촉했지만, 내 마음의 중심은 여전히 '옛과제'에 머물러 있었다. 나이도 속일 수 없었겠지... 앞으로의 일에 기대감도 없이, 지난 일에 대한 기억도 없이, 자질구레한 현재 일에 코를 쳐박고 어정쩡한 태도로 우왕좌왕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삶의 주도성이 없었다. 심장이 약동하지도 않았다. 아내의 정서가 통과하고 있는 터널은 아직도 길어 보였다. 쉬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아내를 돕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과 노는 것도 아니고,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뭣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