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세미한 소리를 듣다

가족과 가장

신의피리 2007. 1. 29. 11:57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의 운치가 장난 아니다. 왼쪽으로는 지리산이 웅장하게 뻗어있고, 오른쪽으로는 섬진강이 호젓하게 흐른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중간에 화개장터가 있고, 녹차밭이 길게 늘어서있다.

보성에서 출발해서 구례를 거치는 사이 두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잠들었고, 아내도 이 멋진 풍경을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홀로 산길, 강길을 운전했다.

가족들을 태우고 먼길 운전할 때면 조심스러워진다. 한 집안에 가장이라는 책임감과 무게는 특히 이럴 때 인식된다. 조용해서 좋기도 하지만 고독하기도 하고,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기도 하지만, 이내 내 사색의 주제는 '가족'이 되고 만다.

화개장터에 다다라서 온 가족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다. "여보! 오른쪽 좀 봐! 여기가 섬진강이야!" "왼쪽 좀 봐! 저기 화개장터 보이지? 함 들릴까?" 호들갑스럽게 아내한테 얘기했다. 갑자기 차 안이 시꺼러워졌다. 짜증내는 현승, 쉬마렵다고 보채는 채윤, 알았다고 무섭게 화내는 엄마... 시끄럽긴 하지만 아까 홀로 운전할 때보다 더 따뜻하다. ^^

나는 한 여자의 남편이다. 나는 두 아이의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