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2024/04 64

[제주안식6] 기다리는 하루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다. 아침식사 후 청소를 한다. 마치 누군가의 방문을 준비하듯. 점심을 먹는다. 누군가와 함께 먹을 메뉴를 대비하듯.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다. 누군가에게 전해줄 문장을 찾듯. 오늘은 목적이 분명한 하루다. 저녁에 그분이 오신다. 그 만남을 기다리며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시간을 체크하고, 끊임없이 생각 속에서 대화를 이어간다. 오롯이 그 순간에 머물러지지가 않는다. 그(녀)는 아직 오지 않았으나, 이미 내 마음에 와있다. 그(녀)가 내 안에, 내가 그(녀) 안에 있다.

마태복음 24:29-35 / 그가 선택한 사람들을 모으기

마태복음 24:29-35 29 "그 환난의 날들이 지난 뒤에, 곧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그 빛을 잃고,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30 그때에 인자가 올 징조가 하늘에서 나타날 터인데, 그때에는 땅에 있는 모든 민족이 가슴을 치며, 인자가 큰 권능과 영광에 싸여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31 그리고 그는 자기 천사들을 큰 나팔 소리와 함께 보낼 터인데, 그들은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그가 선택한 사람들을 모을 것이다." 32 "무화과나무에서 교훈을 배워라.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이 돋으면, 너희는 여름이 가까이 온 줄을 안다. 33 이와 같이, 너희도 이 모든 일을 보거든, 인자가 문 앞에 가까이 온 줄을 알아라. 34 내가 진정으로 너..

렉시오 디비나 2024.04.06

[제주안식5] 걷고 먹고 만나는 일이 이렇게 감사한 일이라니

목회자가 된 후 처음으로 안식월을 맞았다. 3개월이다. 첫 번째 달은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사역과 여행을 겸했다. 결혼 25주년을 맞은 기념 성격도 있다. 두 번째 달은 제주에서 혼자 지낸다. 소위 제주한달살기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 달간 나는 혼자다. 해야 할 의무도 없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그냥 살면 된다.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면 가는 방법을 검색해서 가면 된다.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만남 오늘 사전투표 첫날이다. 이성실 목사님과 함께 인근 한경체육관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성실 목사님은 사전투표제도를 그동안 몰랐다 한다. 이 좋은 제도를! 함께 투표하고 사진 한 컷! 서로 누굴 찍었는지에 대해선 전혀 말하지 않았다. 이성실 목사님은 2년 전 제주로 내려왔다. 목..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훈련

한 형제가 압바 포이멘에게 물었다. "어째서 제가 원로들에게 제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겁니까?" 원로가 대답했다. "압바 요한 콜로부스가 말하기를 '원수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가장 기뻐한다'고 했습니다." 하느님을 본받아 따르는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원로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법을 익힘으로써 수도사는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사막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훈련의 책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로완 윌리암스, 90-91. '원수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가장 기뻐한다' '하느님을 본받아 따르는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원로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모든 훈련의 핵심이다.'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드러내려면 연약한 자신을 공개적으로 인정..

마태복음 24:15-28 / 가증스러운 물건이 거룩한 곳에

마태복음 24:15-28 15 "그러므로 너희는 예언자 다니엘이 말한 바, 황폐하게 하는 가증스러운 물건이 거룩한 곳에 서 있는 것을 보거든, (읽는 사람은 깨달아라) 16 그때에 유대에 있는 사람들은 산으로 도망하여라. 17 지붕 위에 있는 사람은 제 집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고 내려오지 말아라. 18 밭에 있는 사람은 제 겉옷을 가지러 뒤로 돌아서지 말아라. 19 그날에는 아이를 밴 여자들과 젖먹이를 가진 여자들은 불행하다. 20 너희가 도망하는 일이 겨울이나 안식일에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21 그때에 큰 환난이 닥칠 것인데, 그런 환난은 세상 처음부터 이제까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22 그 환난의 날들을 줄여 주지 않으셨다면, 구원을 얻을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

렉시오 디비나 2024.04.05

[제주안식4] 무명서점에서 만난 책

오늘은 비소식이 없다. 무조건 걷는다. 최대한 걷는다. 생각만 해도 들뜬다. 펜션 1층에 있는 "카페온결"이 오늘 오픈한다. 커피가 고프다. 걸을 준비를 갖추고 카페온결에 들려 커피 한잔 마신다.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한 승효상의 을 꺼냈다. 2019년 로마-이탈리아-프랑스에 있는 수도원을 다녀온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전형적인 보수신앙을 가지진 않았으나 영성이 깃들어 있다. 그의 건축 철학은 그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신앙과 무관하지 않다. 5월에 2주간 베네틱토 수도원 순례를 다녀올 계획이다. 여행 전에 수도원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자료 검색하다 알게 됐는데, 재밌고 유익하다. 씩씩하게 밖으로 나왔다. 오늘 걸을 곳은 월령선인장마을과 금능포구다. 야속하게도 가랑비(?..

마태복음 24:1-14 / 끝까지 인내하는 신앙

마태복음 24:1-14 1 예수께서 성전에서 나와서 걸어가시는데, 제자들이 다가와서, 성전 건물을 그에게 가리켜 보였다. 2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지 않느냐?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3 예수께서 올리브 산에 앉아 계실 때에, 제자들이 따로 그에게 다가와서 말하였다. "이런 일들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다시 오시는 때와 세상 끝 날에는 어떤 징조가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4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도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5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말하기를 '내가 그리스도이다' 하면서, 많은 사람을 속일 것이다. 6 또 너희는 여기저기서 ..

렉시오 디비나 2024.04.04

[제주안식3] 4월3일에 제주 두모리를 걷다 거라사 광인을 생각해 본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가 밤새 이어지더니 아침에도 그치지 않는다. 날씨 정보를 보니 저녁까지 내내 비가 온다 한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 읽을 책과 보이차 한잔을 내렸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가 되자 얼른 창문을 열고 창가에 앉았다. 책 서너 권을 사두고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로완 윌리엄스의 책을 펼쳤다. 최근 중세 수도원에 대해 관심이 생겨 연이어 관련 서적들을 읽었다. 수도원의 역사 중심엔 베네딕토가 있다. 개혁주의 신학교에서 공부한 나는 베네딕토를 모른다. 영화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좀 알지만. 그런데 2천 년의 기독교 교회사 중에 가장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친 이가 베네딕토라는데,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게 좀 부끄럽게 여겨진다. 3개월 안식기간 중에 내가 관심을 ..

마태복음 23:34-39 / 박해자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마태복음 23:34-39 34 "그러므로 내가 예언자들과 지혜 있는 자들과 율법학자들을 너희에게 보낸다. 너희는 그 가운데서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십자가에 못 박고, 더러는 회당에서 채찍질하고, 이 동네 저 동네로 뒤쫓으며 박해할 것이다. 35 그리하여 의인 아벨의 피로부터, 너희가 성소와 제단 사이에서 살해한 바라갸의 아들 사가랴의 피에 이르기까지, 땅에 죄 없이 흘린 모든 피가 너희에게 돌아갈 것이다. 36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일의 책임은 다 이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다." 37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네게 보낸 예언자들을 죽이고, 돌로 치는구나!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 아래 품듯이, 내가 몇 번이나 네 자녀들을 모아 품으려 하였더냐! 그러나 너희는 원하지 않았다. 38 보아라, 너..

렉시오 디비나 2024.04.03

[제주안식2] 금등리 마을 산책

내가 머문 숙소는 제주 서쪽 끝이다. 이른 아침에 금등리 마을 탐색을 나선다. 숙소를 나오자 낮으막한 현무암 돌담과 유채꽃이 반긴다. 여기저기 양파밭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수확철인가 보다. 신창풍차해변도로에서 바닷가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전형적인 제주 바닷가 마을길이다. 길 끝자락에 서니 검은 현무암과 10개의 자이언트 풍차가 그림 같이 펼쳐진다. 금등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본다. 제주의 돌담길이 정겹다. 전형적인 옛집과 서울 사람들이 내려와서 짓고 사는 현대식 가옥들이 섞여 있다. 동네 지형을 해치지는 않지만 이게 이 마을에 좋은 건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은 판포포구쪽이다. 거기서 점심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닷물 색깔이 유난히 달라 보인다. 마치 동남아 휴양지에서 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