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분류 전체보기 365

마태복음 27:1-10 / 유다의 비극

마태복음 27:1-10 1 새벽이 되어서,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모두 예수를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2 그들은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주었다. 3 그때에, 예수를 넘겨준 유다는,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신 것을 보고 뉘우쳐, 그 은돈 서른 닢을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돌려주고, 4 말하였다. "내가 죄 없는 피를 팔아넘김으로 죄를 지었소." 그러나 그들은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요? 그대의 문제요" 하고 말하였다. 5 유다는 그 은돈을 성전에 내던지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다. 6 대제사장들은 그 은돈을 거두고 말하였다. "이것은 피 값이니, 성전 금고에 넣으면 안 되오." 7 그들은 의논한 끝에, 그 돈으로 토기장이의 밭을 사서, 나그네들의 묘지로 사용하기로..

렉시오 디비나 2024.04.22

[제주안식 21] 그 사람을 가졌는가

2017년 여름이었다. 병원심방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환우를 위해 기도할 때면 늘 시편 23편을 먼저 외우며 기도하곤 했다. 시편 23편이 환우들에게 큰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편을 수백 번도 더 암송했기 때문에 ‘여호와는~’ 하고 시작하면 막힘 없이 끝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2절을 암송하고 3절로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된 것이다. 그날 저녁부터 불안증세가 시작됐다. 다음날 아침 일어났는데 여전히 불안감이 엄습했다. 교회를 가면 좀 나아지려니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런 증세가 수요일까지 계속됐다. 다음날에도 사라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려 했다. 감사하게도 수요일 밤 음악치료사인 아내가 눈물로 기도해 주고 사랑으로 찬양해 주자 그날 밤부터 평온을 되찾았다. ..

[제주안식20] 친구들

친구들이 왔다. 평소 나 때문에 만나는 데 제약이 많았다. 나는 목회자라서 주말이 바쁘니, 이래저래 함께 모이는 게 어려웠다. 내가 안식월을 맞아 제주한달살이 하겠다고 하니, 주말을 껴서 세 친구, 수영이, 종진이 신구가 내려온 것이다. 처자식들 다 두고 제주에 온 목사친구와 함께 하려고 내려왔다. 그래서 친구다. 안타깝게도 종일 비 소식이다. 동선을 짠다. 오늘은 내가 제주 가이드가 된다. 먼저 카페이시도르에 가서 에스프레소 커피와 막 나온 겉바속촉 치아바타를 먹는다. 예술이다. 죄다 보자마자 사진을 찍더니 가족들에게 카톡 한다. ㅎㅎㅎ 그런 거다. 아름다운 걸 보면 곧장 사랑하는 이에게 공유하는 게 정상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를 잠시 들린 후 신창리 싱게물공원부터 해안길로 드라이브 간다. 생이기..

[마태복음 26:69-75] 몹시 울었다

마태복음 26:69-75 69 베드로가 안뜰 바깥쪽에 앉아 있었는데, 한 하녀가 그에게 다가와서 말하였다. "당신도 저 갈릴리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닌 사람이네요." 70 베드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부인하였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71 그리고서 베드로가 대문 있는 데로 나갔을 때에, 다른 하녀가 그를 보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나사렛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입니다." 72 그러자 베드로는 맹세하고 다시 부인하였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73 조금 뒤에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서 베드로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틀림없이 그들과 한패요. 당신의 말씨를 보니, 당신이 누군지 분명히 드러나오." 74 그때에 베드로는 저주하며 맹세하여 ..

렉시오 디비나 2024.04.20

[제주안식19] 4월엔 가파도에서 청보리밭을 거닐어야 한다

드디어 가파도다. 4월 제주는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 가파도에 가야 한다. 날씨가 맑으면 금상첨화다. 주초부터 수시로 날씨를 체크하며 예매 사이트를 들락거린다. 항상 매진이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또 들어간다. 역시! 엊그제 아침 묵상을 마치고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니 금요일 마지막 타임에 한자리가 나왔다. 성인 1명! 날씨 맑음! 나를 위한 초대장 아닌가! 너무 설렛나 보다. 웬만해선 그런 일이 없는데, 시간을 착각해서 1시간이나 일찍 간 것이다. 30분 일찍 가는 습관이 있으니. 1시간 30분 일찍 간 셈이다. 출발 40분 전에 반드시 와야 한다고 하니, 총 2시간 10분 일찍 도착이다. 3시 50분 출발인데 1시 40분에 도착했다. 배 승선 30분 전부터 줄을 선다. 내 바로 뒤에 60대 초반 ..

[마태복음 26:57-68] '멀찍이' 따르며 '틈에' 숨은 자

마태복음 26:57-68 57 예수를 잡은 사람들은 그를 대제사장 가야바에게로 끌고 갔다. 거기에는 율법학자들과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58 그런데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를 뒤따라 대제사장의 집 안마당에까지 갔다. 그는 결말을 보려고 안으로 들어가서, 하인들 틈에 끼여 앉았다. 59 대제사장들과 온 공의회가 예수를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을 고발할 거짓 증거를 찾고 있었다. 60 많은 사람이 나서서 거짓 증언을 하였으나, 쓸 만한 증거는 얻지 못하였다. 그런데 마침내 두 사람이 나서서 61 말하였다. "이 사람이 하나님의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세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62 그러자, 대제사장이 일어서서, 예수께 말하였다. "이 사람들이 그대에게 불리하게 증언하는데도, 아무 답변도 하지 않소..

렉시오 디비나 2024.04.19

[제주안식18] 차귀도에 가봐야 한다

오늘도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아주나쁨이다. 이틀 연속 숙소에 머물 수 없다. 다행히 오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 오늘은 차귀도(遮歸島)에 들어간다. 차귀도는...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면적 0.16㎢로 제주특별자치도에 딸린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크다. 고산리에서 해안 쪽으로 약 2Km 떨어진 자구내 마을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 걸리는 곳에 있는 무인도이다. 죽도·지실이섬·와도의 세 섬과 작은 부속섬을 거느리고 있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섬 중앙은 평지이다. 신평리에서 용수리 방향으로 걸을 때, 모슬포항에서 고산리 방향으로 걸을 때 계속 차귀도가 눈에 들어왔다. 뉴질랜드 남섬이 유독 많이 연상되는 섬이라, 꼭 들어가..

마태복음 26:47-56 / 배반의 입맞춤

마태복음 26:47-56 47 예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왔다.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그와 함께 하였다. 48 그런데 예수를 넘겨줄 자가 그들에게 암호를 정하여 주기를 "내가 입을 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잡으시오" 하고 말해 놓았다. 49 유다가 곧바로 예수께 다가가서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하고 말하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50 예수께서 그에게 "친구여, 무엇 하러 여기에 왔느냐?" 하고 말씀하시니, 그들이 다가와서, 예수께 손을 대어 붙잡았다. 51 그 때에 예수와 함께 있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손을 뻗쳐 자기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내리쳐서, 그 귀를 잘랐다. 52 그때에 예수께서 그에..

렉시오 디비나 2024.04.18

[제주안식17] 삶은 감자다

미세먼지 매우나쁨 초미세먼지 매우나쁨 아침부터 하루종일 미세먼지가 매우나쁜 상태다. 멀리 한라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숙소에 머문다. 읽고 쓰고 눕고 먹는다. 몸이 근질거려서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 처음으로 분리수거를 한다. 분리수거장은 금등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데, 걸어서 한 600여 미터 거리다. 할머니 한분이 분리수거를 도와준다. 아마도 활동비 조금 받으면서 일하시는 듯싶다. 이왕 나온 김에 또다시 동네 산책을 잠시 한다. 안 가본 골목길만 찾아서 걷는다. 한 집 돌담 앞에 멈춰서 생각한다. 저런 집에서 남은 인생을 살면 어떨까? 조금 공사를 하고, 마당에 잔디를 깔고, 느리게 아주 느리게 사는 것이다. 지금처럼 읽고 쓰고 걷고 생각하고 기도하며 사는 것이다. 그럼 누가 밥은 먹..

승효상, 默想, 여행의 기술

5월에 두 주간 베네딕토 수도원 순례길에 오른다. 아내는 혼자서라도 가겠다는 결기를 보여줬고, 결국 나도 따르기로 했다. 애초에 '베네딕토'에게도, '수도원'에게도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3개월 안식월을 제대로 보내려니 마땅한 계획이 잘 세워지지 않는다. 4월엔 홀로 제주살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독과 침묵을 친구 삼아보려는 마음인데, 어쩌면 베네딕토 수도원 순례와 접점이 있을지 모르겠다 싶었다. 가기로 결정하니 홀가분해졌다. 그러나 나는 베네딕토에 대해서도 모르고, 수도원에 대해서도 모른다. 신학교 시절 교회사 공부를 할 때 중세 1,500년은 한 10여분 만에 건너뛰었고, 내겐 관심 밖이었다. 초대교회에서 곧바로 종교개혁시대로 건너가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곧바로 리서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