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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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역사다_리 스트로벨

쐐기를 박는 증거, 불가항력적 믿음 들어가며 - 매력적인 인상 “이 책은 고전이 될 것이다”. 빌 하이벨스 목사의 추천평이다. 과연 이 책은 내 작은 서가에 꽂힌 책들 중에 내 신학적 방랑의 종지부를 찍을만한 고전이 될 책이다! 세련된 구성, 사실을 향한 치밀하고도 탄탄한 논리와 추리, 이에 바탕을 둔 변증과 도전, 나는 이렇게 매력적인 책을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처음 책을 구입하여 만지작거릴 때만해도 시큰둥했다. 과제라는 특성 때문에 ‘신나는 만남’이기보다는 마지못해 봐줘야 하는 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추천의 글들’부터 범상치가 않았다. 대개 추천평이라는 게 다소 부풀리기 마련이건만, 한 두 사람도 아닌 12명의 거장들이 최고의 찬사를 동원하여 이 책을 ..

헨리 나우웬, 『예수님의 이름으로』

낮은 데로 임하는 지도자 친숙한 신부 헨리 나우웬 한국의 개신교도들이 가톨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마리아를 숭배하고, 술․담배를 즐기며, 제사를 허용하고, 연옥이라는 희한한 교리를 믿는 등,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거의 이단에 가깝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부나 수녀들 중에 간혹 개신교도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들이 있다. 낯선 타종교의 이미지를 지우고도 남을 그들의 헌신적인 실천적 신앙이 개신교도의 선입견을 넘어선 것이다. 과거엔 테레사 수녀가 대표적인 인물이었고, 또 헨리 나우웬도 개신교도들에게 꽤 알려진 가톨릭 신부이다. 헨리 나우웬은 세계 최고의 학문 기관의 교수직을 포기하고 장애인 공동체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기거하며 맑..

도모유키

제 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도모유키] 조두진 (지은이) | 한겨레신문사 간결한 문체, 과감한 생략, 불필요한 형용사와 부사 배제, ... 이런 문체가 밀도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처음 몇페이지를 담백하게 읽어내려가다, 순간 엄청난 터보엔진을 장착한 듯, 빠르고 숨가쁘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려갔다. 재미있다. 때는 정유재란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의 전후 상황이다. 주인공은 왜장 고시니 유키나가의 중간급 막장, 낯선 조선 땅에서 전쟁의 살벌함을 체험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거닐고 있다. 매일 피비린내 나는 냄새가 코를 스친다. 아군, 적군, 민간인 할 것 없이,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이 칼은 허공을 가르다가 사람을 찌르고 베고, 몸뚱이는 조각나고 만다. 수없..

드디어 청년부를 섬기다

청년부 사역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꿈들이 꿈틀거린다. 아직 천안에, 학교에, 묶여 있다는 게, 참 갑갑하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은 사람의 꿈을 미워하신다. 공동체를 향한 사람의 꿈은 필경 자기의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부푼 꿈들을 식힐 필요가 있다. 청년부를 지도하면서, 내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칭찬과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내가 매만지고 있는 '꿈'을 이용해서 나는 교묘하게 그걸 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참 다행이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서두르지 말고 부르심의 본질에 충실하고 섬길 청년들의 꿈과 좌절, 두려움과 희망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하나님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건지 그들을 어떻게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줄 건지 그걸 기대하며 ..

낮은 곳으로

최병성 목사님이라는 분을 알고 있다. 그분은 충현교회의 부교역자 자리를 내려놓고 '영성'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그는 이슬 속에 비친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글로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그 자연을 오염시키는 자들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그의 개인 블로그는 뉴스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그의 독특한 영성을 접할 때마다 무색무취의 내 영성이 들통난 느낌이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의 뻐~한 먹사가 될 것이다. 한 가지 내 맘 속에 맴도는 생각이 있다. "낮은 곳으로 가라" 예수님의 삶을 한 마디로, 나우웬은 '하향 지향적 삶'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도 하향 지향적 삶으로 뛰어들었다. 대학교수에서 장애 공동체의 일원으로... 전도사로서 나는 지금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음을 느낀다. 여기가 가장 ..

브루스 모힌니, 목사님 설교가 신선해졌어요

브루스 모힌니, 오태용, 베다니 출판사 김용태 목사님께서 선교지로 떠나면서 넘겨주신 책이다. 무척 재밌게 읽었다. 설교학이라는 강의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펼쳐놓은 이 책은, '설교식'의 교육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가 얼마나 유익한지를 보여준다. 설교도 이렇게 할 수 없을까? 형식은 소설이지만, 소설의 주인공은 현실의 인물과 흡사하다. 그의 고민 역시 현실의 목회자들과 흡사하다. 그에게 필요한 '설교 클리닉'은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그리고 지금 신학도인 내게 설교란 무엇인가? 아무튼, 나는 개념 설명식 설교, 교과서식 설명, 교리 설교, 당위에만 머무는 설교, 이런 설교는 딱 질색이다. 형식이 좀 파괴적이면 어떤가? '열정'과 '아이디어'가 모아져, '성경말씀'을 지금의 '청중'의 특성에 맞..

피랍, 죽음, 목회자, 기도...

지난 밤, 쉬이 잠들지 못했다. 어린이 수련회에 다녀온 후, 여독이 풀리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탈레반에 의해 첫 희생자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가슴이 먹먹하다. 몇년 전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고모님의 죽음의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무력감과 공포감이 순차적으로 가슴을 짓누른다. 돌아가신 분은 배형규 '목사'라고 한다. 죽음 앞에서 그분은 어땠을까? 천국의 소망 때문에 담담하고 담대했을까? 인솔해 간 팀원들의 건강과 생명을 염려하며 말씀으로 잘 격려했을까? 목회자로 살아온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을까? 그분의 죽음을 지켜본 팀원들에게 그 목사님의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목사님의 '순교'의 소식이 이 나라와 전세계에 어떤 메시지로 울려퍼질까? ... 피랍된 분들 명단에 보니 3학년 유경식(55세) 전도사님..

설교준비

갑작스럽게 새벽설교를 하게 되었다. 이틀 전에 통보받았다. ㅠㅠ 수련회를 한 주 앞두고 온통 정신이 그리로 쏠려있는데, 목사님께서 한 번 더 하라 하셨다. 지난 겨울 수요예배 때 처음 강단에 서보고, 이번 새벽기도회에 두 번 강단에 섰다. 이상하다. 그리도 그리던 설교단이었고, 그리도 떨리던 설교단이었는데, 이번엔 별로 떨리지 않는다. 오히려 얼른 강단 위로 뛰어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처음이라 그런가? 설교준비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을 별로 경험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 마음 한결같이 죽는 그 날까지 계속 가야할텐데...

조기숙, 마법에 걸린 나라

마법에 걸린 나라 조기숙 I 지식공작소 I 2007.02.03 지난 대선이 있기 한참 전, 언론과 관련된 100분 토론에서 이분을 처음 봤다. 백분 토론을 볼 때마다 한심한 토론수준 때문에 속이 터졌는데, 모처럼 시원시원하게 토론을 잘 하는 분을 본 것이다. 그것도 말의 현란한 논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극단을 피하되, 역사적 단계에 걸맞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그의 중도적인 입장이 아주 좋았다고나 할까. 여성 정치학자로서 조기숙은 지난 대선 투표 전날 사건을 만들었다. 정몽준이 노무현과 결별을 선언한 날, 조선일보는 만세를 불렀다. 투표가 있는 날 새벽, 오마이뉴스의 그녀의 글이 실렸다. 눈물 자국이 문장문장 마다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런 글이었다. 아마도 그녀의 글이 지지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