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있는 4대 대성당을 방문하는 마음이 이상하게 착잡하다. 착잡한 마음을 가져야만 하는 어떤 종교적 의무가 있는 것 같다. 미안해하고, 착잡해야 개신교 목사의 최소한의 자격이 있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런 마음이 나와 남의 '선'을 긋게 만든다. 마냥 기대하는 마음으로 즐겁게만 순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의 그 순수한 신심을 폄훼해서도 안된다.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인파들은 무재몽매한 이들이 아니다. 저마다 사정이 있다. 저마다 이유가 있다. 저마다 하늘을 향해 호소해야 할 이유가 있다. 형식이 다르고, 방식과 절차와 전례가 다를 뿐이다. 그중 나도 한 그리스도인이다. 우리 의지로 살아낼 수 없는 이 세상을 품는 저 너머의 하나님, 우리 생각으로 건져 올릴 수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