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책에서 만난 문장

헨리 나우웬, 제네시 일기

신의피리 2007. 2. 13. 14:58
제네시 일기
헨리 나우웬
,  성찬성,  바오로딸, 1989-12-20

1.
이 책은 헨리 나우웬이 1974년 6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뉴욕북부에 있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인 제네시 수도원에서 기거하며 기록한 일기이다.

2.
심리학과 신학을 공부했고, 어려서부터 신비신학과 영성에 관심이 많았던 헨리 나우웬은 그의 바램대로 신학과 심리학을 병행하며 대학에서 가르치는 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알고 있는 '영성생활'에 몹시 혼돈을 느꼈다. 자신의 말과 생각이 매우 이중적이 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이 수도원에 믿을만한 수도원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7개월을 몸 담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단순한 수도생활 - 기도와 노동 - 을 하며 매일매일 일상과 거기서 건저 올린 묵상을 일기로 기록했다.

3.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기성찰'의 대가인 나우웬의 내밀한 고민들을 엿보게 되었다. 그는 모든 상황 속에서 언제든지 '묵상'하는 데에 도가 튼 것 같다. 물론 그 자신은 그 깊은 묵상의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여러번 괴로워했지만, 대개의 진리가 그렇듯이 그런 투쟁을 관찰하는 제3자의 눈엔 이미 그가 진리에 근접해 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4.
묵상이란 무엇인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의미'를 묻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물음은 위로 향하는 '기도'의 몸부림이다. 내가 탐지해내겠다는 욕망이 아니라, 위로부터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몸짓을 느끼는 것이다. 그분의 흔적을 깨닫는 것이다.

5.
나우웬의 일기를 보며, 얼마나 내 자신이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지 깨닫게 된다. 순간순간 나를 스쳐가는 알곡같은 의미들을 놓치고 사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 어떤 상황에서 잠시만 묵상하다보면 하나님의 스쳐 지나가심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오시는 하나님을 영접할 수 있을 텐데.... 하루를 되돌아 보며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언제든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깨달을 수 있을 텐데.... 도대체 나는 '나'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6.
일상에서 위에 계시는 하나님께로 발돋움하고 싶다. 깊이 계시는 하나님께로 침잠하고 싶다. 곁에 계시는 하나님을 누리고 싶다. 조용히 일상에서 하나님의 흔적을 묵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