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에 부임하기 전 어느 날,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청년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죽장갑을 낀 이 젊은이는 짤막하게 자기를 소개한 후 곧장 용건을 말했습니다. 조만간 총회를 열어야 되는데,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요지였습니다. 아직 부임도 안했건만 부임도 하기 전에 일감을 안겨준 이 젊은이는 바로 당시 행정목자 김정윤 형제였습니다. 주중에 전화로, 혹은 주말에 교육관에서, 아니면 주일 첫 만남 이후에 해도 괜찮을텐데, 무엇이 저로 하여금 이 새벽에 저를 만나도록 했을까요?
저는 정윤 형제한테서 ‘뚝심’이란 걸 배웠습니다. 한 번 한다면 진짜 하는, 이런저런 크고작은 의견이 있다하더라도 결국 해내는 뚝심, 선배후배 할 것 없이 뭐라 해도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뚝심, 신입생 또래들을 선배들이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결국 20여명의 91또래들을 무사히 빛소금공동체에 안착시킨 그 뚝심, 저는 정윤 형제를 볼 때마다 그의 뚝심이 가져다 준 선한 열매를 헤아리게 됩니다. 그리고 도전을 받게 됩니다.
지나치게 의심하고 신중하며 완벽하게 조건이 구비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제 소심함이 부끄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조금의 반대만 있어도 천하가 다 반대하는 줄 알고 의기소침해지는 제 자신이 싫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어떻게 이런 결기와 뚝심과 리더십을 배웠을까요? 한 번은, 신입생들과 목장을 기도짝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목자모임 때 오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때가 아니니 다음 기회에 하자고 해도 막무가내(?)로 밀어부칠 때는 좀 귀찮기도 했었지요. (^^) 그러나 돌아보면 그게 얼마나 귀한 일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한 달여 전에 복도를 지나치며 어정쩡하게 인사하던 정윤 형제가 너무 귀하게 느껴져서 꼭 안아줬습니다. (본인은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던 눈치더군요. ^^) 글이면 글, 영상이면 영상, 토론이면 토론... 참 다재다능한 정윤 형제로부터 저는 여러 가지를 배웠지요. 실천력, 다양한 독서, 후배를 챙기는 마음, 유머감각... 군대를 간다고 하니 더욱 고마움이 느껴져 여기 이 지면을 빌어 정윤 형제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군대에서도 귀하게 쓰임 받는 하나님의 좋은 군사가 될 줄 믿습니다.
아무래도 정윤 형제는 군대에서조차 글과 영상을 우리 공동체로 정기적으로 배달시켜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 그간 행정목자로,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 영상으로, TNT story 기자로, 새맞단 책임자로, 고등부 교사로... 수고 많았습니다. 하늘의 상이 클 것입니다.
201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