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기고 139

묵상이 안될 때

QTzine [2005/03]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슬럼프’라는 말 아시지요? 펄펄 날듯이 잘하는 선수들이 갑자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대표적 케이스겠죠. 운동 선수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슬럼프에 빠집니다. 매너리즘도 그 중 하나겠지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왠지 윤기 없는 얼굴에 휑하니 들어간 눈을 하고 다니는 주변 사람들 종종 보셨지요? 우리 모두는 대개 그런 경우를 겪어 보았을 겁니다. 열정은 식고 의욕도 없어집니다. 비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일은 나 몰라라 하게 되구요. 좀 심해지면 주변 사람들까지 괜시리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일상의 모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 가득 들어찰 때가 ..

기고/QTzine 2015.05.25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QTzine [2005/02]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계의 내 노라 하는 리더들이 온다 하길래 토론의 진수를 보겠구나 하는 기대로 참석했었지요. 그렇지만 제 기대는 첫 시간부터 보기 좋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교장단의 대표로 오신 분이 토론회의 주제며 방식이며 통 잘못되었다고 성토하더니, 교원단체의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걸 핑계 삼아 퇴장해 버린 것입니다. 그 이후의 토론은 안봐도 비디오겠죠?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사실 2004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육계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죠.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들처럼 고집과 고집이 맞붙어 싸우는 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

기고/QTzine 2015.05.25

12월에 부르는 노래

QTzine [2004/12]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몇 해 전의 일입니다. 송구영신예배를 두서너 시간 앞두고 목사님께서 느닷없이 예배 찬양인도를 맡기셨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찬송을 제일 먼저 선택하시겠습니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그 떨림과 긴장된 시간에 어떤 찬송이 가장 적절할까? 고민과 기도를 거듭하던 저는 마음이 암담해지게 되었습니다.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던 제 과거 역사가 하나같이 실패와 좌절, 배신과 게으름이 원인이 되었던 일들이었고, 미성숙과 불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픈 기억들이 스치면서 동시에 여러 노래들이 귓가에 부딪혔지만 제 삶과 그 노래들은 헛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제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들..

기고/QTzine 2015.05.25

우리는 그러지 맙시다

QTzine [2004/11] 김종필 편집장 qtman@young2080.com 실례인 줄 알지만 군대 얘기 좀 꺼내겠습니다. 저는 강원도에서 보병으로 군복무를 했습니다. 보병이다 보니 무진장 걸었지요. 군장 걸머지고 하이바 눌러 쓰고 밤낮 걸었고 더위에 늘어지고 추위에 얼어붙은 두 다리를 이끌고서도 참 많이 걸었지요. 눈길, 빗길, 산길, 길 아닌 길, 안 다닌 곳이 없고, 어쩌다 물집이라도 잡히는 날은 영락없는 가시밭길이었습니다. 한번은 행군 도중 이런 일이 있었지요. 그날따라 몸과 마음 모두 컨디션이 최고였던지라 ‘누구든 도와주리라’ 하고 마음 먹었더랬죠. 마침 퍼지기 일보 직전에 있던 후임병이 눈에 띄었습니다. 순간, 이 친구를 돕는 명분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여 주겠다는 결기가 솟더군요..

기고/QTzine 2015.05.25

염려에서 확신으로

QTzine [2004/10] 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알쏭달쏭 하지요? 아마도 은 들어봤어도 은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다지 어려운 말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모두 염려거리를 가지고 삽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새일염려증으로 고생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은 새일에 모험적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그로 인해 적당히 긴장하고 또 그 긴장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하니까, 어쩌면 적당한 염려는 창조적 삶의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매사 염려가 많은 편입니다. 제가 2년 넘게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아마도 염려를 많이 하는 기질 때문일 거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완벽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능력이 없는 것이다, 능력없는 사람은 사랑받지 못한다’ 는 논리가 무의식 중에 제 사..

기고/QTzine 2015.05.25

아픈 바람

기고 아픈 바람 1995년, 군대에서 막 제대한 저는 중고 자전거를 하나 구입해서 ‘다크호스’라고 이름 붙이고는 밤마다 운동 삼아 타고 나가곤 했습니다. 어느 밤, 한강 다리 중간에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불어오는 강바람과 오래 마주 선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 귓가를 스쳐가는 노랫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홍순관, 바람은 보이진 않지만 나무에 불면 녹색바람이 꽃에 불면 꽃바람 되고요 바람은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강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그 바람에 이름을 붙인다면 어떤 이름이 될까? 몇 가지 작명을 시도해 보았지요. 녹색바람, 꽃바람 같은 낭만적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되레 칙칙한 바람, 우유부단한 바람, 무색무취의 바람, 외로운 바람, 비겁한 바람... 제 ..

기고/양화진 2014.09.05

지금 여기, 눈부신 7시 12분

지금 여기, 눈부신 7시 12분 초대형 베스트셀러 에서 저자는 ‘인생시계’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자신의 책상 위에 죽은 시계를 올려 두고 1년이 지날 때마다 18분씩 옮깁니다. 인간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하루 24시간에 맞춰보면, 18분은 1년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자, 계산 한 번 해볼까요? 스무 살은 새벽 6시, 서른 살은 오전 9시가 되겠지요! 점심시간인 오후 12시는 마흔이고, 퇴근 시간인 저녁 6시는 예순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네 살 젊은이는 몇 시일까요? 오전 7시 12분! 와우! 아직 출근 전이군요. 저자가 ‘인생시계’라는 비유를 들려준 이유는 젊은 청춘들에게 ‘동년배 친구들보다 취업과 성공이 조금 늦는다고 절망하지 마라. 긴 인생에 비하면 그리 늦은 건 아..

기고/양화진 2014.01.31

욱여쌈을 당하여도

100주년기념교회 교회소식지, 2012.4월호 부활절 칼럼. 욱여쌈을 당하여도 김종필 누구나 한 번쯤 통과하는 인생의 눈물 골짜기가 있다면 제겐 2011년도 고난주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난주간 내내 눈물이 주야로 음식이 되었고, 앉고 누운 그 자리는 눈물 자국으로 얼룩지곤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과 그로 인한 이별 때문이었습니다. 사순절 마지막 주간을 앞두고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섬기던 청년부 리더 중에 3년 째 암투병중인 서른두 살 청년이 있었습니다. 고등부 때부터 보아온 참으로 신실하게 잘 자란 청년입니다. 그런데 첫 직장생활 도중 암이 발견되었고, 한 차례 수술 후 회복되는가 싶더니만, 고난주일을 앞두고 말기암 환우들이 머무는 샘물호스피스로 땅 위에서의 마지막 장막을 옮..

기고/양화진 2012.04.17

<버들꽃나루사람들> 2012년 1월호, 신임교역자 자기소개

2012년 1월호, 신임교역자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2030기혼청년들로 구성된 13교구를 섬기게 된 김종필입니다. 인생 80이라 가정하면 저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 후반 레이스를 시작하는 지점을 달리고 있습니다. 전반전에는 소명을 찾기 위한 서투른 모험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인문학과 신학의 어중간한 지점에서 헤맸고, 세상 속 빛된 교회의 알림이가 되려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교육개발원, Young2080 큐티진을 기웃거렸지요. 하나님께서 이모저모 저를 억지로 보내놓기도 하시고, 살살 꾀어 일감을 맡기기도 하셨는데, 학업, 가정, 교회, 일터, 세상 모든 곳에서 서툴고 어색하게만 살아온 듯싶어 부끄러운 전반전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2011년도에 죽음과 상실의 강에서 울고 또 울며..

기고/양화진 201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