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모과나무가 총 다섯 그루가 있다. 내가 사는 동 뒤에 세 그루가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단지 내 오솔길을 걸을 때면 모과나무가 탐스럽게 시선을 끈다. 겨울이 오고 나뭇잎은 다 떨어졌지만 큼지막한 모과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과 하나를 한 달 전쯤에 집에 가져다 두었는데, 금세 썩었다. 매일 그 앞을 지나며 또 떨어져 있는 거 없나 살펴본다. 매일매일 모과를 기다리는 나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왔다. 얼른 달려가 모과를 쥐고 코로 가져다 향을 맡는다. 1991년 스무 살 대학 새내기가 되어 무심코 읽은 천상병의 '귀천'. 죽은 이의 부인이 인사동에서 운영하는 귀천 카페에 가서 따뜻한 모과차를 마신 기억이 있다. 그 시절 그 자리에서 마신 모과차를 또 마셔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