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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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와 은총

제임스 K. A. 스미스는 「시간 안에서 사는 법」 2장. "인간 마음의 역사"에서 인간 존재의 역사성을 다룬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은 오롯이 과거, 미래와 단절된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긴밀하게 연결된 현재를 살고 있음을 논증한다. 과거는 오늘의 나의 색깔을 만든다. 과거는 오늘의 나의 성품을 형성시킨다. 회심했다고 해서 과거가 다 리셋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불행한 일은 과거의 실패가 오늘의 나를 규정한 채로 사는 것이다. 그것을 저자는 '수치'로 설명한다. 수치는 뒤를 돌아볼 때 강해지는 은혜의 흉악한 적이다. 수치는 계속해서 우리가 목을 빼고 의기소침한 눈으로 과거를 후회되는 삶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런 집착의 고도로 영성화된 형태는 스스로 거룩함으로 가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은혜..

명료한 통찰은 늦게 도착한다

제임스 K. A. 스미스는 , 제1장 ‘시간의 피조물’에서 철학자 헤겔을 인용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변증법이라는 것은 사실은 역사의 원리가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섭리 교리’를 다시 쓰는 것이었다는 헤겔 연구자 찰스 테일러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헤겔은 역사를 하나의 목적이 안으로부터 펼쳐지고 비극적 대립을 통해 더 높은 화해로 나아감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발전시켰다. … 역사는 그것이 만들어 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움직인다.”제임스는 이 문장을 인용한 후, 이어서 말한다. “안으로부터” 나타나는 이 목적은 “아래로부터” 나타나는 목적, 즉 우리 뒷거울로 역사의 우연성을 볼 수 있는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야 날아오른다”라는 헤겔의 유..

걷기와 탐조, 그리고 기쁨

설 명절이다. 하루 종일 아무 걱정 없이 쉴 수 있다. 오전엔 독서. 더메시지 성경으로 1년 1독을 도전하고 있다. 꼼꼼하게 읽기는 어렵다. 그냥 쭉 읽기만 한다. 스콧 헨드릭스의 와 제임스 K. A. 스미스의 을 읽기 시작했다. 도 사 두었는데, 휴가 때 읽으려고 한다. 오늘은 새로운 코스로 한 번 걸어보려고 한다. 집에서 경안천(오포대교)으로 나가서, 하류 방향으로 내려가 경안동 청석공원까지 간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코스다. 그래봐야 7km 밖에 안 된다. 날씨가 맑다. 구름 한 점 없다. 경안천에 나서자마자 재갈매기가 환영하러 나왔다. 한 녀석은 경안천 오리들 사이에서 고고하게 유영하고, 다른 한 녀석은 멋있게 낮게 머리 위로 날아온다.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내가 늘 걷던 코스에서는 못 ..

홀로, 그리고 함께

아직 설교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해가 질 시간이 다가온다. 더 늦으면 경안천에 못 나간다. 일단 설교문 작성을 멈추고, 가방을 챙겨 나간다. 좋은 일이다. 이럴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괜찮다. 좋은 일이다. 오포대교 한쪽 끝, 양문교회 앞에 주차를 하고, 쌍안경을 목에 걸고 천변으로 나간다. 오늘따라 오리들이 많이 모여있다.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들이 경안천 한가운데에 모여서 신나게 움직이고 있다. 먹이가 많을 때인가.멀리 가시박 덩굴 더미 위에 왜가리 일곱 마리가 앉아 있다. 처음 보는 모습이다. 늘 물가 어딘가에 앉아 사냥을 위해 가만히 있거나, 덤불숲 위에 혼자 또는 백로랑 나란히 있곤 했는데, 오늘은 여러 마리가 함께 모여 있다. 사냥을 잠시 쉬고, 맹금류 등의 공격을 방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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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탐조, 그리고 기쁨

설 명절이다. 하루 종일 아무 걱정 없이 쉴 수 있다. 오전엔 독서. 더메시지 성경으로 1년 1독을 도전하고 있다. 꼼꼼하게 읽기는 어렵다. 그냥 쭉 읽기만 한다. 스콧 헨드릭스의 와 제임스 K. A. 스미스의 을 읽기 시작했다. 도 사 두었는데, 휴가 때 읽으려고 한다. 오늘은 새로운 코스로 한 번 걸어보려고 한다. 집에서 경안천(오포대교)으로 나가서, 하류 방향으로 내려가 경안동 청석공원까지 간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코스다. 그래봐야 7km 밖에 안 된다. 날씨가 맑다. 구름 한 점 없다. 경안천에 나서자마자 재갈매기가 환영하러 나왔다. 한 녀석은 경안천 오리들 사이에서 고고하게 유영하고, 다른 한 녀석은 멋있게 낮게 머리 위로 날아온다.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내가 늘 걷던 코스에서는 못 ..

명료한 통찰은 늦게 도착한다

제임스 K. A. 스미스는 , 제1장 ‘시간의 피조물’에서 철학자 헤겔을 인용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변증법이라는 것은 사실은 역사의 원리가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섭리 교리’를 다시 쓰는 것이었다는 헤겔 연구자 찰스 테일러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헤겔은 역사를 하나의 목적이 안으로부터 펼쳐지고 비극적 대립을 통해 더 높은 화해로 나아감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발전시켰다. … 역사는 그것이 만들어 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움직인다.”제임스는 이 문장을 인용한 후, 이어서 말한다. “안으로부터” 나타나는 이 목적은 “아래로부터” 나타나는 목적, 즉 우리 뒷거울로 역사의 우연성을 볼 수 있는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야 날아오른다”라는 헤겔의 유..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유홍준이 쓴 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만고불변의 진리를 정확하게 표현해 낸 멋진 문장이다. 뭐든지 간에 애정이 생기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다. 경안천 산책을 하다가 큰고니 때문에 새들에게 애정이 생겼다. 쌍안경을 구비해서 목에 걸고 경안천을 나가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의 세계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기쁨이 솟구친다.보 위쪽은 물이 풍부하고 잔잔하다. 오늘은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 한 점 없다. 멀리 고니들이 놀이터를 옮겨왔다. 그 사이에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낯선 새 한 마리가 혼자 놀고 있다.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 바로 이때를 위하여 내가 쌍안경을 ..

수치와 은총

제임스 K. A. 스미스는 「시간 안에서 사는 법」 2장. "인간 마음의 역사"에서 인간 존재의 역사성을 다룬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은 오롯이 과거, 미래와 단절된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긴밀하게 연결된 현재를 살고 있음을 논증한다. 과거는 오늘의 나의 색깔을 만든다. 과거는 오늘의 나의 성품을 형성시킨다. 회심했다고 해서 과거가 다 리셋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불행한 일은 과거의 실패가 오늘의 나를 규정한 채로 사는 것이다. 그것을 저자는 '수치'로 설명한다. 수치는 뒤를 돌아볼 때 강해지는 은혜의 흉악한 적이다. 수치는 계속해서 우리가 목을 빼고 의기소침한 눈으로 과거를 후회되는 삶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런 집착의 고도로 영성화된 형태는 스스로 거룩함으로 가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