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렉시오 디비나

[아가 2:8-17] 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

신의피리 2024. 12. 10. 05:30
아가 2:8-17

(여자)
8 아, 사랑하는 임의 목소리!
저기 오는구나.
산을 넘고
언덕을 넘어서 달려오는구나.
9 사랑하는 나의 임은 노루처럼,
어린 사슴처럼 빠르구나.
벌써 우리 집 담 밖에 서서 창 틈으로 기웃거리며,
창살 틈으로 엿보는구나.
10 아, 사랑하는 이가 나에게 속삭이네.
 
(남자)
나의 사랑 그대, 일어나오.
나의 어여쁜 그대, 어서 나오오.
11 겨울은 지나고,
비도 그치고, 비구름도 걷혔소.
12 꽃 피고 새들 노래하는 계절이
이 땅에 돌아왔소.
비둘기 우는 소리,
우리 땅에 들리오.
13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무화과가 열려 있고,
포도나무에는 활짝 핀 꽃이 향기를 내뿜고 있소.
일어나 나오오. 사랑하는 임이여!
나의 귀여운 그대, 어서 나오오.
14 바위 틈에 있는 나의 비둘기여,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숨은 나의 비둘기여,
그대의 모습,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오.
그대의 목소리, 그 고운 목소리를 들려주오.
15 “여우 떼를 좀 잡아 주오.
꽃이 한창인 우리 포도원을 망가뜨리는
새끼 여우 떼를 좀 잡아 주오.”
 
(여자)
16 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
임은 나리꽃 밭에서 양을 치네.
17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나의 임이여, 노루처럼 빨리 돌아와 주세요.
베데르 산의 날랜 사슴처럼 빨리 오세요.

 
사랑에 빠진 여자는 사랑하는 임이 빨리 와주시기를 원합니다.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나의 임이여, 노루처럼 빨리 돌아와 주세요.
베데르 산의 날랜 사슴처럼 빨리 오세요.”(17)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견디기 힘이 듭니다. 그립고 그립고 그립습니다. 여자의 일상은 ‘기다림’으로 꽉 차 있습니다. 여자에게 있어서 ‘가다림’은 존재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다림은 삶의 토대가 됩니다. 기다리는 그녀의 모든 감각은 그의 도래에 맞춰져 있습니다.
 
“아, 사랑하는 임의 목소리!
저기 오는구나.
산을 넘고
언덕을 넘어서 달려오는구나.”(8)
 
기다리는 그녀는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를 알아차립니다. 존재로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기의 울움소리를 존재로 알아듣는 엄마처럼, 생물의 바스락거리는 움직임을 존재로 알아채는 파수꾼처럼,, 여인은 임의 다가옴을 간파합니다.
 
남자는 생명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그는 봄을 알립니다. 꽃의 개화와 새의 지저귐을 전해줍니다. 봄의 생명과 함께 온 남자는 집 안에 있는 여자를 부릅니다.
 
“일어나 나오오. 사랑하는 임이여!
나의 귀여운 그대, 어서 나오오.”(13)
 
기다리는 이는 일어나서 나갈 수 있습니다. 얽매고 있는 것들을 떨치고 일어나 봄의 생명 속에 찬란하게 서 있는 임에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이만이 할 수 있습니다.
 
“여우 떼를 좀 잡아 주오.
꽃이 한창인 우리 포도원을 망가뜨리는
새끼 여우 떼를 좀 잡아 주오.”(15)
 
그러나 사랑에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방해꾼이 있기 마련입니다. 질투하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포도원을 망가뜨리는 ‘여우 떼’가 남자의 부름과 여자의 응답 사이에서 교란합니다.
 
여우 떼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만 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들 주위에 어슬렁거립니다. 사랑이 찬란하게 빛을 발할 때, 사랑의 빛을 빼앗으려는 교활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만이 아니라, 성도와 하나님 사이에도 있습니다. 교회와 예수님 사이에도 그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놀랄 일이 아닙니다. 그냥 있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결코 여우 떼는 사랑을 파괴할 힘이 없습니다. 사랑은 힘이 셉니다.
 
“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16)
 
사랑은 본질적으로 하나 됨과 연합을 추구합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
 
두 객체가 있으나, 그 둘은 몸으로 한 몸을 이룹니다. 그 둘은 정서적으로 하나를 이룹니다. 그 둘은 세계관으로 하나를 이룹니다. 각각 다른 개성, 다른 취향, 다른 성격, 다른 인격이나, 이 둘은 하나입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굴복시키거나 흡수하는 하나됨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되, 사랑 안에서 양보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하나됨입니다. 상호 내주하는 사랑하는 모든 관계는 서로 진실하고 투명합니다. 거짓이 침투하지 못합니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아낌없이 헌신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끝없이 참아줍니다.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요 15:4)
 
주님, 부부로 짝지어 주신 것은 주님의 사랑이오니, 이 사랑을 사이에 두고, 이 사랑 안에서, 온전히 하나 되고 하나 되어가는 한 몸 부부로 살게 하옵소서. 또한 주님의 다가오심을 기다리며, 주님 안에 거하고, 주님이 우리 안에 거하는 이 기이한 사랑에 머물게 하옵소서.

뉴질랜드 남섬, 푸카키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