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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렉시오 디비나

[아가 3:1-7] 놓칠세라 그를 꼭 붙잡고

신의피리 2024. 12. 11. 04:30
아가 3:1-7

(여자)
1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사랑하는 나의 임을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2 ‘일어나서 온 성읍을 돌아다니며
거리마다 광장마다 샅샅이 뒤져서
사랑하는 나의 임을 찾겠다’고 마음먹고,
그를 찾아 나섰지만 만나지 못하였다.
3 성 안을 순찰하는 야경꾼들을 만나서
“사랑하는 나의 임을 못 보셨어요?” 하고 물으며,
4 그들 옆을 지나가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나의 임을 만났다.
놓칠세라 그를 꼭 붙잡고,
나의 어머니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어머니가 나를 잉태하던 바로 그 방으로 데리고 갔다.
5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노루와 들사슴을 두고서 부탁한다.
우리가 마음껏 사랑하기까지는,
흔들지도 말고 깨우지도 말아 다오.
 
6 거친 들을 헤치며,
연기 치솟듯 올라오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몰약과 유향 냄새 풍기며,
장사꾼들이 가지고 있는 온갖 향수 냄새 풍기며 오는구나.
7 아, 솔로몬이 탄 가마로구나.
이스라엘 장사 가운데서도
빼어난 용사 예순 명이 그를 호위하는구나.
8 모두들 칼로 무장했구나.
전쟁에 익숙한 군인들이
야간 기습에 대비하여
저마다 허리에 칼을 찼구나.
9 솔로몬 왕은 그 가마를
레바논의 나무로 만들었구나.
10 기둥은 은으로 입히고,
닫집은 금으로 꾸미고,
자리에는 보랏빛 털을 깔았구나.
그 안은 사랑으로 가득 찼구나.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11 시온의 딸들아, 나와서 보아라.
솔로몬 왕이다.
그가 결혼하는 날,
그의 마음이 한껏 즐거운 날,
어머니가 씌워 준 면류관을 쓰고 계시네.

 
사랑하는 사람은 연약해 집니다. 혼자라는 사실을 자각할수록 더욱더 약해지고, 고통을 받습니다.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사랑하는 나의 임을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1)
 
여인은 곁에 사랑하는 임이 없음을 자각하는 순간, 반쪽짜리 실존이 가진 고통을 느끼며, 나머지 반쪽을 찾아 헤맵니다. 그녀는 광장으로 나갑니다. 꿈인지, 환상인지, 그저 비유일 뿐인지 잘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그녀가 임과 단 한순간이라도 떨어져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 옆을 지나가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나의 임을 만났다.
놓칠세라 그를 꼭 붙잡고,
나의 어머니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4)
 
여인은 온 성읍을 샅샅이 뒤지다가 드디어 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놓칠세라 그를 꼭 붙잡’습니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으려 합니다.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노루와 들사슴을 두고서 부탁한다.
우리가 마음껏 사랑하기까지는,
흔들지도 말고 깨우지도 말아 다오.”(5)
 
이 구절은 2:7, 8:4에서도 반복된 표현이며, 아가서의 주제를 드러냅니다. 우리말 번역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오, 예루살렘 아가씨들아, 노루를 두고
그래, 들사슴을 두고 그대들에게 경고한다.
때가 무르익기 전, 준비되기 전에는
사랑에 불을 지르지 마라. 사랑이 달아오르게 하지 마라.”(메시지 성경)
 
노루와 들사슴은 하나님을 상징합니다. 여인은 예루살렘 아가씨들에게 부탁합니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 사랑은 인위적으로 피어오르게 할 수 없는 것, 육체적 에로스의 이끌림에 도취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6절부터 11절까지는 새로운 연작시입니다. 앞선 연이 임을 향해 갈망하는 여인의 마음이었다면, 이번 연은 혼인 잔치입니다. 혼인 잔치로 행진하는 신랑의 늠름함을 묘사합니다. 그 누과 봐도 멋있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솔로몬 왕의 신부의 시선에 신랑의 모습은 얼마나 멋있을까요. 신랑에게서 풍기는 향수, 신랑을 태운 가마, 신랑을 호위하는 무사들, 신랑과 연관된 모든 것들이 멋있습니다. 그런 멋있는 사람의 신부가 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또 얼마나 클까요?
 
사랑이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랑은 한순간이라도 떨어지기 싫은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연약해 지는 것입니다.
사랑은 꼭 붙드는 것입니다.
놓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친밀감과 신뢰감이 서로 균형있게 깊어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랑은 눈에 콩깍지가 씌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관련된 것이라면 다 좋아 보입니다.
 
말씀을 거울 삼아 제 얼굴을 보니, 사랑받기에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서투른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놓칠세라 그를 꼭 붙잡고”
꼭 붙잡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꼭 붙잡습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주님을 꼭 붙잡습니다. 그래서 말씀 앞에 섭니다.
 
사랑하는 주님, 주님은 은밀히 숨어 계시며, 은밀한 중에 계시오나, 제가 찾고자 부르짖을 때에 그 영의 숨결로 실재하심을 나타내 주소서. 아주 미세한 흔적이라도 발견할진대, 두 번다시 놓지 않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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