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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오 디비나

[아가 1:1-6] 검어서 예쁘단다

신의피리 2024. 12. 7. 05:30
아가서 1:1-6

1 솔로몬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
 
(여자)
2 나에게 입 맞춰 주세요, 숨 막힐 듯한 임의 입술로.
임의 사랑은 포도주보다 더 달콤합니다.
3 임에게서 풍기는 향긋한 내음,
사람들은 임을 쏟아지는 향기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기에 아가씨들이 임을 사랑합니다.
4 나를 데려가 주세요, 어서요.
임금님, 나를 데려가세요, 임의 침실로.
 
(친구들)
우리는 임과 더불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포도주보다 더 진한 임의 사랑을 기리렵니다.
아가씨라면 누구나 임을 사랑할 것입니다.
 
(여자)
5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내가 검어서 예쁘단다.
게달의 장막 같고
솔로몬의 휘장 같다는구나.
6 내가 검다고, 내가 햇볕에 그을렸다고,
나를 깔보지 말아라.
오빠들 성화에 못 이겨서,
나의 포도원은 버려 둔 채,
오빠들의 포도원들을 돌보느라고 이렇게 된 것이다.

 
아가서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사랑시입니다. 그런데 대개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위기와 역경을 만납니다. 아가서의 두 주인공도 그렇습니다. 우선 신분의 큰 차이가 위기입니다. 남자는 왕족(솔로몬? 또는 귀족?)이고, 여인은 평범한 시골 출신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위기를 넘어서고, 계속해서 서로를 향한 친밀함을 갈망합니다.
 
아가서를 읽을 때 기억해 두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아가서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부르는 연가입니다. 개역개정 성경으로 읽으면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다행히 새번역은 이를 표시해 두고 있습니다.
 
둘째, 등장인물은 여러명입니다. 술람미 여인과 귀족 남자(솔로몬?) 외에 예루살렘의 여인들과 여자의 남자 형제들의 목소리도 등장합니다.
 
셋째, 기승전결이 명확한 스토리 구조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언듯 보면 여러 연작시의 모음집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아가서는 사랑의 시작 – 사랑의 위기 – 사랑의 완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넷째, 아가서는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사랑 시로만 읽을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사랑 연작시를 하나님과 이스라엘 간의 사랑 이야기로 해석했고, 초대교회와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사랑 이야기로 해석했습니다.
 
“아가서는 비천한 신분의 연인(이스라엘, 교회, 신자)을 추적하고 방문하고 마침내 사랑의 완성을 위해 은밀하고 거룩한 언약의 침실로 초청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이에 대한 하나님 자녀들의 응답 사랑을 노래하는 신학적 극시(劇詩)이다.”(김회권, 하나님나라큐티 해설)
 


 
오페라의 막이 오릅니다. 무대 중앙에 여 주인공이 서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그런 절세미녀는 아닙니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것 같은 풋풋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피부도 거무잡잡합니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 노래를 시작합니다.
 
“나에게 입 맞춰 주세요. 숨 막힐 듯한 임의 입술로
임의 사랑은 포도주보다 더 달콤합니다.”(2)
 
여인은 매력적인 연인의 풍모를 노래합니다. 그의 애정을 사모합니다. 어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갈구합니다.
 
여 주인공은 사랑에 흠뻑 취한 목소리로 연인을 향해 노래하다가 곁에서 노래하는 예루살렘 여인들을 향하여 방백처럼 말합니다.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내가 검어서 예쁘단다.”(5)
 
예루살렘의 세련된 여성들과 비교하면 여 주인공은 촌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빠들의 성화 때문에 어려서부터 포도원 밭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일하다 보니 그렇게 피부가 검어진 것이지만, 여인은 자신이 ‘검어서 예쁘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남자가 그렇게 말해줬을 것입니다.
 
‘검어서 예쁘단다’
 
외적 조건으로만 보면, 여인은 뭇 많은 여성들로부터 흠모의 대상이 되는 남자의 사랑을 받을 만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남자는 이 여인의 단순 외모가 아니라, 다른 매력을 보았음이 분명합니다. 여인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받는 사람은 열등감을 갖지 않습니다. 예루살렘의 세련된 여성들과 비교하여 자신을 비하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서 받는 사랑이면 족합니다.
 
사람들은 검다고 뭐라 하지만, 님은 검다고 예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중요합니다.
 
주님, 지금의 제 모습, 지금의 우리의 모습, 비록 검을지라도, 이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시는 줄로 믿습니다. 사랑받고 있는 이 사실이 제 자신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 되게 해주소서.

뉴질랜드 남섬 와나카, 포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