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캄보디아를 걷다

캄보디아 아이들 : 생하이와 코엑

신의피리 2024. 3. 9. 10:39

깜뽕잠 주에 있는 올프렌즈센터 교회에 가면 뜨러바엑 마을의 아이들이 몰려든다. 한국사람들이 와서 선물을 준다는 소문이 퍼지면, 평소 70~80여명 되는 주일학교 아이들이 150여명으로 늘어난다. 선물 받으로 교회 가는 것은 어느 나라나 다 똑같다. 

어린이 예배

 
순하고 착한 아이들, 말썽쟁이 아이들, 동생 손 꼭 잡고 있는 언니/누나들, 누구 하나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다. 
 

 
 

예배 끝나고 귀가 하는 길

 
예배 마치고 아이들이 선물 하나씩 받고 귀가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온다. 반면에 청소년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다. 선물을 받고 나가는 아이들은 캄보디아 식으로 인사를 한다. 두 손을 가슴께 모으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쭘 립 리어'라고 한다. 실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한 네 가지 방식으로 인사한다. 좀 큰 아이들에게는 캄보디아 식으로 인사한다. 개구장이 아이들에게는 하이파이브나 주먹 인사를 한다. 착하고 순하게 생긴 아이들은 꼭 안아준다. 팔을 벌리면 자동적으로 와서 안긴다.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아니 실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말한다.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셔!" 
 

 

생하이와 동생

 
많은 아이들 중에 유독 마음에 남는 아이가 있다. 방문 첫날 교회 근처 아기를 낳은 집 심방을 가던 중이었다. 착하고 모범생처럼 생긴 남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길래 인사 차 손을 흔들어줬다. "Hey! Boy! follow me!"
이 녀석이 교회에 자선거를 세워두고 가방을 멘 차 내 옆으로 따라온다. 이왕 따라오니까 조수를 시켰다. 아기 선물로 준비한 분유와 기저귀 하나를 들게 했더니 씩씩하게 들고 따라온다. 세 집을 그렇게 따라왔다. 이틀 후 주일 예배 때 이 녀석이 교회에 나왔다. 앞에 와서 인사를 한다. 어린 아이들 중에 처음으로 이름을 물어봤다. "생하이? 생까이?" 예배가 끝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돌아가고 우리는 남아서 청소년들과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날 즈음에 생하이가 동생과 함께 예배당에 왔다. 나한테 인사하러 온 것이다. 착한 녀석이다. 부디 저 아이 마음 속에 예수님의 말씀이 들어가 하나님의 자녀 삼아 주시기를!
 

 
축구대회가 열리는 내내 꾀죄죄한 녀석이 근처에서 어슬렁 거린다. 축구 공이 경기장 담 밖으로 나가면 얼른 뛰어가서 공을 찾아온다. 오전부터 내내 그 일을 한다. 오후에는 조금 지쳤나보다. 공이 나가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의 이름을 물으니 '코엑'이라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공을 주워오면 공 하나를 주겠다고 했다. 이 녀석이 말을 알아듣는 모양이다. 하루 종일 한 열번은 공을 주으러 열심히 뛰어다닌다. 깔끔한 이범주 집사님이 이 녀석이 맘에 드는지, 한 번 신은 새 축구화를 선물로 준다. 코엑도 다음날 똑같은 복장, 똑같은 머리, 똑같은 얼굴로 교회에 나타나서 선물을 받아 간다. 이범주 집사님은 그 꾀죄죄한 녀석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내년에 다시 가게 되면, 이 두 녀석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