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캄보디아를 걷다

LOM TOEM. 땀 형제

신의피리 2024. 3. 13. 10:20

2023년 6월. 캄보디아 올프렌즈센터교회

 

땀 형제는 캄보디아에서 이주노동자로 왔다. 4년 10개월짜리 비자를 두 번 받았고 10여 년을 한국(경기도 광주 지역)에서 살았다. 마침 광주에 있는 올프렌즈에 합류하여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했다. 우직한 성격인데 말이 없다. 캄보디아 사역자가 캄보디아로 돌아가자 급하게 임시 통역자로 몇 차례 섬기게 됐다. 평소 말은 잘 안 하는데 통역할 때는 유창하게 하는 듯싶다. 
 
2018년 캄보디아에 처음 방문했다. 올프렌즈 이주노동자 친구들이 서로 돈을 모아 땀 형제 마을, 셋째 누나의 땅에 작은 교회를 세웠던 것이다. 현판을 걸기 위해 올프렌즈에 갔다. 땀도 잠시 휴가를 내서 동행했고, 거기에서 처음으로 함께 예배를 인도했다. 그 이후 2019년 광주 올프렌즈에서, 2023년 캄보디아 올프렌즈에서 또 같이 설교한 적이 있다. 
 
땀 형제는 이제 고향으로 귀국했다. 깜뽕짬 바띠 면 뜨러바엑 마을에서 한국어학당을 운영한다. 학생이 7명이라고 한다. 영업엔 영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올프렌즈센터 교회에서 마치 장로님 역할을 한다. 선교사님 설교 통역도 하고, 종종 다른 선교사님들 집회에 통역하러 다닌다고 한다. 

2024년 3월 깜뽕짬 올프렌즈축구대회 개회기도


땀 형제 집 마당에 허름한 교회당이 세워졌다. 동네 아이들이 모인다. 이우교회 성도들이 방문하고, CCC출신의 선교사님을 섭외하여 연결시켜 준다. 정후식 선교사님의 헌신이 더해지니 교회가 번듯하게 세워져 간다. 주일학교 청소년들 중에 캄보디아 프놈펜 장신대 유아교육과에 두 친구가 입학한다. 이우교회에서 학비를 지원해 줬다. 그 두 친구가 매주일마다 선교사님의 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와 교회를 섬긴다. 매년 갈 때마다 겨자씨 한 알이 나무가 되어 점점 자라나는 것이 보인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가 딱 이에 해당된다.

 

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마 13:31-32)


그나저나 땀의 기도제목이 마음에 걸린다. 아내가 여전히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가끔 도와주러 오는 모양이다. 매형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큰 불교 사찰의 스님이라 한다. 불교집안에 예수 믿는 이가 나타난 것인데, 아내와 같은 신앙으로 섬기는 것이 기도제목이다. 아주 조금 나아졌다. 두 사람은 어려서 한동네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서로 맺어줘서 결혼했다 한다. 결혼하자마다 한국에 왔고, 함께 한 시간들이 많지 않다. 두 자녀가 있다. 두 사람은 거의 대화가 없단다. 매콩강 유람선 위에서 해 질 녘, 부부간의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 준다. 

2024년 3월. 메콩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