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1.13 내면을 정확하게 읽을 줄 아는 목회자 (10)
  2. 2009.10.14 역사적 단절의식을 가진 젊은이들 (6)
  3. 2009.10.01 내 인생의 나우웬 (20)

"기도의 사람이란 다른 사람에게서 메시아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며, 숨겨진 것을 드러내고, 구체적으로 잡지 못하던 것의 실체를 파악하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기도의 사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구체적 이유는,
그가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역사를 정확하게 표현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혼란으로부터 빠져 나와 그들도 명료하게 인식하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의 긍휼을 통해, 사람들이 배타적인 내부 집단을 벗어나 전인류의 넓은 세계로 나아가도록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비판적인 묵상을 통해, 이 세대의 강박적인 파괴성을 다가올 새 세상을 위한 창조적 사역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상처입은 치유자>, 68-69)

나우웬 신부님!

오랜만입니다. 아니 사실 저는 매일 밤 당신의 일기를 훔쳐보고 있으니, 오랜만이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개 당신의 글을 읽을 땐 편안히 읽고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기 일쑤랍니다. 한 자 한 자 보석같은 경구들을 꿰어 멋진 글들을 쓰시지만, 제 마음이 보화를 보화로 받질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신이 쓰신 책 <상처 입은 치유자>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뿌리 없는 세대를 위한 사역자들에게 필요한 3가지 자질에 대해서 말씀하셨더군요. 역시 헨리 다운 말씀이더군요.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확하게 읽고 표현하라고 하셨지요. 그게 타인을 일으켜 세우는 거름이 될 거란 말씀은 당신의 책 전 지면에 두루두루 스며들어 있는 메시지이지요.

저도 그러길 원합니다. 수시로 제 내면을 들여다 보고, 그 안에서 속삭이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원합니다. 일상에서 겪은 이런저런 일에 대한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한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표현하고 싶어 저는 내밀한 일기도 쓰고 또 여기 이렇게 글도 쓴답니다.

그런데요...저는 누구보다도 이 일은 잘 한다는 자부심이 아주 조금 있었는데, 목회를 하면 할수록 목회의 핵심인 이 일에 퇴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답니다. 묵상은 연약함을 보게 하고, 인정하게 하고, 고백하게 하는데, 제가 해야 하는 직무들의 양과 속도가 너무 많고 빨라, 숙성되지도 않은 이야기들로 남에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불편합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에 체화되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뻔한 말투와 뻔한 논리와 뻔한 기독교용어들로 채색해서 설교하고 상담하게 되지요. 어눌하고 서툴다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남에게 지적당하지 않게 하려고 하다보니, 그럴싸한 말로 잘도 포장하고, 그럴싸한 열정의 불꽃을 자생시킬 줄 아는 비법도 알게 됐지요. 그게 반복적으로 순환하게 되더라구요. 아~ 묵상 없이도 칭찬받으면서 목회 할수 있구나... 내가 내 속에서 아우성대는 소리에 조금만 무시하면 얼마든지 묵상 없이도 목회 할 수 있겠구나..

나우웬 신부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부유하는 제 마음을 잡아 잠시라도 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래도 당신 덕에 저는 제가 섬기는 젊은이 리더들에게 진실할려고 꽤 애썼고, 위장된 가면을 벗으려고 꽤 애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박적으로 그런 건 아니구요, 그게 훨씬 편안한 제 스타일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끔 제가 모질고 확고하게 말하지 못해서 저들이 더 힘겹게 보내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러나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이 길이 제대로 가는 길임을 믿을게요. 우리 젊은 리더들이 상처를 위장한 채 거룩의 가면을 쓴 리더들이 아니라, '상처 입은 또다른 치유자'로 세워질 수 있도록 오래도록 기도하고 오래도록 인내하고 가장 바닥을 치는 순간에도 곁에서 기도할까 합니다. 지금은 이것밖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오늘 제 편지가 다소 모호한 느낌이 듭니다. 더 늦기 전에 당신께 편지를 써야 한다는 부담이 글을 서두르게 한 건 아닌지 싶어요. 그래도 이 표현 그대로 당신께 부칩니다. 또 연락드리지요.

Posted by 신의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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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rest 2009.11.17 1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밤새 연애편지 썼다가 못부친 편지처럼 다소 모호하지만, 살짝살짝 감정이 드러난...
    그래서 더욱 미소짓게 만드는 편지네요.
    오늘 아침 갑자기 저도 이런 스딸 편지가 쓰고 싶어지네요.

    기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딱 짚어준 이 구절이 가슴에 딱 와 닿네요.
    아, 근데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헛읽은게 분명해요...ㅠ,ㅠ
    그래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이 나는 것으로 위로 삼아야겠어요.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09.11.20 1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면을 정직하게, 정확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생각해보게 되요.
      인정한다는 것일까?, 신뢰할만한 타인 앞에서? 아니면 자기만 볼 수 있는 공간에 말과 글로 쏟아내는 것일까?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것일까?
      기도, 일기, 고백, 이 세 가지는 분명 내면과 표리를 일치시키는 좋은 도구인 것 같아요...

      저도 아주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는 것 같구요. 아마 이렇게 편지를 써도 시간이 지나면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ㅠ

  2. Favicon of https://livinginthedream.tistory.com BlogIcon 뮨진짱 2009.11.19 2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도사님, 이 책 읽구 있는데 ㅋㅋㅋ 쉽지 않네여~
    제 마음 상태가 메롱이어서 그런가 읽고 싶지도 않아서 버스 안에서 책을 덮어버렸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ㅠ.ㅠ
    오늘밤.. 하나님께 매달리는 마음으로 기도일기를 쓰렵니다.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09.11.20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럴 땐 책을 덮고 걷는 거야! 걷다 심심하거나 지치면 대화하는 거야! 하나님과 하다보면 사람이 생각날거야! ^^ 그러니까 뮨진짱은 지금 잘 하는 거야! ^^ 어려운 일 만날 때 포기하거나 숨지 않고 담담하게 맞아 기도하는 네가 참 예쁘게 보이는구나. ^^

  3. 지나가던행인 2010.02.25 1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목회하시는 분인가봐요...
    사모님과의 오글거리는 댓글들이 절 오징어 굽는마냥 뒤틀리게 합니다 ㅋㅋㅋㅋ

    좋은 사랑 나누시고 하나님 사역에도 큰 일 하시길 바랍니다 ^ㅡ^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10.03.16 15: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싱글이신가요?
      지나가는 행인을 오징어 굽듯 오글거리게 만드는
      맛깔나는 배우자 만나 결혼하시길 바래요. ^^
      축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4. Favicon of https://coloringlife.tistory.com BlogIcon 采Young 2010.03.02 2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고 1회 카드 발행 from 티스토리 식구들
    "블로그를 오래 내비두신 결과, 경고1회가 발생하였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속히 업데이트를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10.03.16 1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난 3월1일 고속도로 위에서 챙이가 다시 꺼낸 블로그 얘기 때문에 내내 맘에 걸려, 오랜만에 들어왔구나...
      쓰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쓸려고 했더니, 이미 여기에 써놨네.ㅠㅠ
      자꾸 경고 카드를 날려다오~

  5. seri 2014.08.31 1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목사님! 글이 참 좋네요!! 와서 이것저것 읽다가 폭풍감동하고 갑니다. - 세리드림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14.09.03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이미 손 놓은 블로그인데, 거미줄 쳐진 집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글 읽어주시고, 댓글도 달아줘서 고마워요. ^^ 요즘엔 글을 못쓰고 있어요. 좀 써볼까 해서 뭐라도 막 끄적대면, 그것도 하루 이틀이고. 세리 자매의 짧은 한 줄 댓글에 힘이 납니다. ^^

나우웬 신부님께

신부님, 그토록 소망하던 '주님 곁'에서의 삶은 어떠신지요? 이 땅 위에서 당신이 있는 그 곳을 앙망하는 믿음은 목숨 걸고 지켜내야 할 귀한 것, 맞는거죠? ^^

불현듯 신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손상된 내면을 부둥켜 안고 지리멸렬하게 살던 저를 건강하게 해주셨지요. 제 안을 성찰하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당신 덕분에 저는 제 안에 내주하고 계신 성령님의 음성을 이젠 조금씩 분별하게 되었지요. 두려움이 밀려 올 때,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이젠 씩씩하게 '영적 발돋움'을 잘 한답니다. 당신을 알게 되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신부님의 이름을 부르고, 신부님의 얼굴을 생각만 해도, 저는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답니다. 사실 예수님의 이름, 예수님의 얼굴은 도무지 감이 없어요. 그냥 잘 생긴 서양 배우만 생각날 뿐이지요. 그런데 저는 당신을 통과해서 예수님의 자리에 나갈 수 있을 것 같고, 또 종종 당신의 통역으로 주님과 대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싶을 때가 있어요. 솔직히 제 믿음의 분량이 너무 적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10년 전에 처음으로 당신의 책을 봤었죠. <상처입은 치유자>는 신부님이 쓴 책 중에 제가 첫 번째로 읽은 책입니다. 정확히 1999년 11월 15일에 다 읽었더군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신부님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듣긴 들었는데,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말 외엔 기억이 없더군요. 그래서 얼마 전에 그 책을 다시 꺼내 들었어요. 조금씩 읽고 있는데, 아주 쉬운 내용은 아니더군요. 다소 이론서적 느낌도 들구요. 역시 학자시구나 싶었어요. ^^

읽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좀 나누고 싶어 오늘 편지를 씁니다. 신부님께서는 첫 도입부에서 현 세상을 '단절된 세상'이라고 부르셨어요.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을 '핵 인간'이라 부르셨지요. 과학기술에 대한 낭만적 믿음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현대인들을 그렇게 진단하셨는데, 일단 동의할 수 있습니다. 이 핵 인간의 특징을 세 가지로 보셨지요. '역사적 단절', '단편화된 이데올로기', '새로운 불멸에 대한 추구'... 저는 청년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딱히 제 말로 옮기기는 쉽진 않습니다만, 신부님께서 지적하신 핵 인간의 세 가지 특성 모두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잘 적용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께서 이러한 시대를 치유하는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는 중입니다.

"핵 인간은 자신을 비역사의 일부로 여겨, '지금 여기'라는 바로 그 순간만을 중요시합니다."(20)

젊은이들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 정말 생각보다 크더군요. 자신의 부모 세대와 경험적, 지식적 연계에 대해 도무지 알려고 하지 않는 이들이 저는 좀 갑갑할 때가 있더라구요. 그런 비연속적 단절상태는 마땅히 성경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무릎을 치게 됩니다. '마비 상태'라고 하셨죠? 이들을 해방시키는 방법은 신비주의도, 혁명주의도 아닌 제 3의 길, 예수님의 길이라고 하셨죠?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만, 그 길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다음 읽을 부분이 2부 뿌리 없는 세대를 위한 사역, 2장 '내일의 지도자'더군요. 아마 제 예상으로는 사역자의 삶과 사역과 내면과 묵상을 통해 예수님의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하시지 않을까 싶군요. 맞지요? ^^

이어지는 편지를 더 읽고, 다시 편지 드리겠습니다. 사역자는 누구인가? 사역자가 상대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처한 형편은 어떻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어떤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중요한 문제였는데 하나씩 다시 살피고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9.10.14. -사무실에서.

Posted by 신의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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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4 1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09.10.16 2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축하한다. 굥화야~ 글쓰기는 마비상태에서 깨어나게 하는 힘이지. 진실하고 용기있게 꾸준히 안팎을 살피면서 글쓰고 성장하길 기도할게.

  2. 2009.10.15 1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09.10.16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두 분같은 부모님이라면 역사의 계승은 시간 문제죠. ^^
      암튼 어찌 클지 기대가 되네요. ^^

      한국의 보수교단에서 봉사하는 제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솔직히 난감합니다. 때때로 이 신분의 옷이 아니라면 어땠을까 싶기고 하고요...

  3. Favicon of https://larinari.tistory.com BlogIcon larinari 2009.10.18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부님이 그러시겠어.
    니들은 부분데 어찌 그리 다르냐?
    니 와입흐는 내 글의 글자만 읽고 가볍게 팔랑거리고,
    너는 어찌 그리 진중하고 진지하게 나를 읽는구나.
    나는 하난데 해석하는 건 부부조차도 이리 다르구나.ㅋㅋㅋ

삶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좀 더 내실있게 살고 싶어서, 성찰적 글쓰기, 즉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기로 작정했다. 결정하고 나니 더욱 생각의 고삐를 단단히 잡게 된다. 잘 한 일이다. 아내, 그리고 쥐순희와 챙, 굥화, 뮨진짱의 댓글과 응원도 한몫했다. 그나저나 뭘 쓸까? ㅋ

내 블로그의 타이틀은  "The Wounded Healer"다. 헨리 나우웬이 내가 태어난 해인 1972년에 쓴 책 제목이며, 그의 삶과 사역과 사상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이 문구를 접하는 순간, 필이 팍 꽂혔다. 동시에 나우웬의 사진에서 진리의 세계를 힐끗 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래서 내 블로그의 타이틀도, 사진도 다 나우웬의 것이 되고 말았다. 내가 왜 나우웬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는 객관적 세계를 관찰하기 보다는 세계가 내게 주는 의미를 탐구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내 밖에서 벌어지는 '팩트'를 다루기보다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주관적 "의미"를 분석하길 좋아한다. 왜 그럴까? 난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타고났다고 밖에... 그런데, 나우웬의 글들은 대개 나우웬 자신의 경험, 그것도 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의미를 대상으로 삼아 글을 쓴다. 그는 로저스의 주장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신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듯이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그의 그 실패감, 버림받음, 낙심, 불안, 고독, 상처....가 이상하게도 내게 희망을 준 것이다. 내 빈 속을 '생명'으로 그득하게 배부르게 해준 것이다. 나우웬은 이 진리를 진작 알고 그걸 겨냥해서 글을 쓴 것일까?

"고통을 통해 얻은 상처가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원천으로 이용되는 방법을 사역자가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사역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상처입은 치유자>, 머리말에서..

내 안에 지독한 불안감들, 꼬인 감정들, 우유부단함들...지워지지 않는 10-20대의 암울했던 내면과 거기서 들려오는 부정적 소리들이 나로 하여금 사역자의 길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가 나우웬을 만나면서 나는 서서히 밝고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나우웬의 이야기를 즐겨 들었고, 한 때는 그와 대화하지 않고서는 잠을 자지 않을 정도였다. 어떤 날은 새벽기도 시간에 기도할 힘도 없고 기도의 언어도 잊어버리고, 한숨과 신음만 반복할 때, 불현듯 나우웬 신부님께 기도를 드린 적이 있었다.(설마 이런 표현 때문에 이단 시비가 일지는 않겠지. ㅋ) 아니, 기도를 했다기 보다는, 역사 속의 인물과 대화를 했다고 해야겠다. ^^

"신부님, 당신도 저처럼 지쳐서 무기력해서 기도할 수 없었을 때가 있었죠? 매일 한 시간씩은 규칙적으로 기도하시면서, 이럴 때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내셨나요? 당신이 발견한 진리를 제게도 조금 나눠 줄 수 없나요? 저도 기도는 너무 하고 싶고, 깊이 기도의 세계에 빠지고 싶고, 기도 속에서 하나님을 체험하고 싶고, 대화하고 싶은데, 아무리 해도 기도는 어렵고, 기도의 언어는 진전이 없어요. 의심의 구름이 저를 덮고, 육신의 약함이 저를 유혹하죠. 어떻게 해야 하죠? 주님은 멀게 느껴지고 당신은 가깝게 느껴져서 그래요. 당신을 따라, 주님께 더 가까이 가고 싶어요."

한동안 아내는 나우웬과 대화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가 애니어그램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 길 어디선가 잊었던 선생을 다시 만난 듯싶다. 그러더니 요샌 나보다 더 나우웬과 대화를 많이 한다. 심지어 카페를 할 꿈을 꾸면서 이름을 Cafe Nouwen이라 짓겠다 한다. 카페하겠다는 말에 시큰둥 하며 반응했는데, 나우웬이라고 이름을 짓겠다고 하는 순간 나도 "어쩌면 저 꿈이 현실이 될 지도 몰라"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성찰적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우웬의 책을 하나 꺼내들었다. 매일성경 플러스 매일나우웬(^^;;)을 할까 한다. 내 영성의 스승이니, 그분과 참된 영성에 대해, 참된 인생에 대해, 바른 사역에 대해, 기도, 고독, 공동체, 세상...에 대해 자주 대화를 할 참이다. 그와의 깊이있고 의미있는 대화를 기대하며 '방'을 하나 마련해 놓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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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쥐순희 2009.10.01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olleh! 도님 꾸준한 포스팅 !~

    '상처 받은 후 쓰라려하다가 끝인 사람' 혹은 '상처 받은 후 타인의 상처를 싸매주고자 하는 사람'
    으로 세상 사람들을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워낙 사람들은 다양하다보니..(요즘은 다양성이라며 인정하고 넘어가기엔 미간이 영 펴지지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고요ㅋㅋ) 사람들을 나누어보는 것도 그 이상으로 다양할 수 있겠지만요. 나우웬님의 머릿말을 보고나니 이런 분류가 팍 떠오르네요 ㅎㅎ 결국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 받은 사람'인 것이고 고통이 없어 보인다고 시련 따위는 거칠 것 없는 듯이 보인다고 부러워 할 이유도 없는거 같구용...
    아무튼 도님의 삶에 빛을 쬐어주는 그 한 사람! 을 만나셨군요!!!!! 저는 아직 없는 것 같아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동시대가 아닌 역사적 인물 중에서도 아직은..
    그래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람이 한 명 이상이라는건 엄청난 행복인 것 같아요 '_'-

    • 신의피리 2009.10.01 1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순희야 왠지 '도님'은 '모님'에 비해 없어보이는구나ㅠ

      '상처'에 대한 깔끔한 분류에 성공했구나! ^^ 암튼, 상처란 피할 일이 아닌 건 분명하구나.. G는 언어로 상처를 잘 요리해 보거라...^^
      글구, 네 인생의 그 한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될 거다. 나도 서른 다 되어서야 만났지. '그 한 사람'도 대화가 되는 '좋은 제자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텐데, G가 잘 대기하고 있다가 그분을 깜짝 놀래켜 보렴. ㅋㅋ

    • 라리나리 2009.10.01 1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나는 다섯 칸 가고 그리고도 한 번 더 던질 수 있다.
      당신은 한 칸 밖에 못가고 게다가 빽도면 뒤로 가야한다.

      괜찮타아~아.

    • 쥐순희 2009.10.01 16: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이거 내일모레가 한가위라고ㅋㅋㅋㅋㅋㅋ 윷놀이 모드 들어가시는 건가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라리나리 2009.10.01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진짜!
    내가 '애'니어그램 아니고
    '에'니어그램 이라고 했지!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09.10.01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 첨엔 똑바로 썼었는데, 당신 말이 생각나 바꾼 거였거든?...근데 거꾸로네..쩝~

    • 굥화 2009.10.01 15:41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ㅋ 진짜 사람들이 다 애니어그램이라그래요 ㅠ

      저 맨날 '에'라고!!! 말해주는데

      모님 저 잘했죠??ㅋㅋ

    • Favicon of https://livinginthedream.tistory.com BlogIcon 뮨진짱 2009.10.03 0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싸모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목자엠티때 사모님의 부릎뜨신 눈이 화면을 툭 튀어나오는 거 같아요 ㅠㅠ 무서웠어요. 저 쫄았자나요.
      저 요새 접혀진 날개 후편 '에'니어그램 읽을 때마다
      뇌리에 새기고 있어요 ㅋㅋㅋ
      '애'니어그램이 아니라 '에'니어그램이라고..

  3. 라리나리 2009.10.01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 당신 답지않은 기민한 댓글반응이라니...
    상당히 주도적이 되셨구랴.

    글 좋아. 당신이 생각나는대로 휘리릭 쓴 글이 내가 100번 곱씹어서 쓴 글 보다 깊어.
    깊은 성찰, 진실한 나눔. 인정!

    • 신의피리 2009.10.01 15: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 오늘 줄창 여기 들어와서 쓰고 또 쓴다..블로거 되기 힘들다...ㅠ

  4. Favicon of http://blog.kdongwon.com BlogIcon 털보 2009.10.01 14: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복귀하신 거예요.
    저는 forest님이 나우웬의 책을 머리맡에 놓고 보는 통에
    가끔 중간에서 몇 대목을 뜯어내서 보곤 해요.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생각이 가능한 책같이 보였어요.
    필님 만나면 나우웬 얘기를 그냥 날로 먹을 수 있으려나...

    • 신의피리 2009.10.01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선생님... 어찌 아시고 이렇게 친히 댓글을 남겨주셨나요..^^
      그간 돌이켜 보니, 사적 공간에 글이란 바가지로 마음을 퍼나르는 일을 할 때와 안 할 때 행복지수가 상당히 다르더라구요... 아무리 바빠도, 이건 해야겠기에...다시 시작했습니다. 털보 선생님의 글은 길든 짧든 늘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하세요. 선생님~~~^^
      나우웬 신부님은 성찰과 실천을 통합해서 삶으로 살아낸 분인 것 같아요. 그분이 만약 지금 우리 나라에 계셨더라면 무얼 했을까? 용산에서 매일 미사를 드리지 않았을까?ㅠㅠ 그러고보면 나우웬 못지 않게 훌륭한 성직자들이 우리 나라에도 적잖이 계실텐데...제가 너무 모르는군요. 이것도 선진국 추수주의라고나 할까..ㅠㅠ

  5. 굥화 2009.10.01 1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님~ ^_______^ ㅋㅋㅋㅋ (모님과 더불어 정감있고 좋아요. 있어보여용~ㅋㅋ)
    이제 온라인상으로 도님의 글도 오예오예~! 열심히 와서 댓글 달겠습니다!!!
    상처라는것.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마음가짐이라고 해야할까요??
    위에 쥐말대로 나 상처받았어 나 힘들어 이러고 끝난다면 정말 그걸로 끝인거고
    그 상처로 인해 무언가를 깨닫고 알고 그 상처를 통해 더 나아가 나뿐만아니라
    다른이의 상처또한 안아주고 품어줄수있는 것 까지라면 참 좋은데 말이죠.
    항상 그러고 싶은 마음에 시도하고 노력하는데 그 시도가 가끔 저에게 도리어 다시 상처가 될 때도 있고
    뭐.. ㅎㅎㅎㅎㅎ
    제 힘으로만은 힘들고 그안에서 깊이 깊이 하나님과 만날때만이 가능하다는걸 깨닫고
    열심히 성경을읽고 큐티하고 기도할려고 하는데 참 어렵네용 흐흐
    쓰다보니까 댓글이 주절주절 (나우웬님과와 관련있는 이야기 안뇽~~ ㅋㅋㅋ) 길어졌어요 ㅠㅋㅋㅋ
    도사님의 항상 빠이팅이에용! 원고는 낼까지..부탁드립니다... 그럼 전 뿅

    • 신의피리 2009.10.01 2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상처를 암만 들여다보고 있어봐야 답이 없는 것 같더구나. 상처 입은 치유자의 원조이신 예수님을 가만 묵상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자 끝인 듯 싶어. 그러니 굥화가 열심히 성경을 읽고 큐티하겠다는 결단은 바른 결단.^^ 낼 원고 보낼 수 있을까? ㅋ

  6. Favicon of https://coloringlife.tistory.com BlogIcon 采Young 2009.10.01 2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대학교땐지 고딩땐지 주보 채워넣느라 영혼의 양식을 펼쳐든적이 있는데
    그땐 뭘 몰랐던 헨리나우웬을....세길 그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 같아요.
    세길 그길을 처음 봤을 땐 이렇게 사는 거라고???, 이렇게 살아야겠지, 근데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목자모임 때 맡은 요약도 솔직히 마음이 아닌 머리로 했었는데..ㅎㅎ
    조금씩 보다보니 그 분의 삶 자체가 그길에 대한 오묘한 매력을 풍겨주시는 것 같아요. ㅎㅎ
    도사님 근데 기도하실 때 헨리~!라고 부른다고 하셨었잖아요 ㅋㅋ

    • 신의피리 2009.10.01 2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적인 곳에서 얘기한 것과 공적인 글쓰기에서 살짝 어긋난 것은...뭐시냐... 일종의 무의식 차원에서 일어난 자기검열인 듯싶구나. ㅠ 나우웬님! 이렇게 불렀었나? 부르긴 불렀는데 햇갈리네..^^
      채영이도 헨리와 친해지길...

  7. Favicon of https://livinginthedream.tistory.com BlogIcon 뮨진짱 2009.10.03 0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예전에 '상처입은 치유자' 절반정도 읽고 덮어뒀었어요.
    그 때 읽으면서 '헨리나우웬'이라는 분이 참.. 통찰력 끝내준다!라는 결론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글을 읽어보니 현대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꿰뚫어 보실 수 있는 눈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 저의 감상이 맞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월 중에 '상처입은 치유자' 꼭 읽고 쉐어링 하기로 약속해욤^^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09.10.04 2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우웬을 제대로 봤네. ^^ 나우웬의 책은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책인 것 같아. 정보를 목적으로 읽으면 재미가 없지.
      그래, 11월 중에 책 읽고 쉐어링 해 보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구나. ^^

  8. forest 2009.10.06 14: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너무 오래도록 기다리게 하셨어요.
    저는 두 분이 나눈 댓글 2줄에 용기 얻어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블로그 시작하는 듯 하다 멈추시길래 전 사실 많이 아쉬웠답니다.
    이렇게 다시 시작하셨으니 기록으로 시작되는 생각의 조각들을 저두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블로그 시작할 때 나우웬에 관해
    피리님(전 도사님보다 피리님이란 호칭이 훨 좋아요. 자연인 같아서요^^)과 댓글로 나눌 때도
    너무 어려워서 못 읽었어요.
    읽어도 뭔 뜻인지 잘 모르겠고, 내용도 영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서요.
    꼭 그리 살아야 하는건지, 자꾸만 마음에서 밀어내더라구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쫌 사람이 되어가는지,
    그 글들이 읽히고, 마음에서 감동이 되고..., 그런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고...
    자꾸만 그리 되는 걸로 보아 이건 두 분의 영향인 것이 확실합니다.^^

    울 털보의 글은 온 몸의 감각을 곧추 세우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 같고,
    피리님의 글은 마음 속 깊이 어딘가에 있는 갈피갈피를 열어보여주는 것 같고,
    하여간 피리님의 블로그가 다시 열린 걸 가열차게 환영합니다. 짝짝짝짝~^^

    • Favicon of https://nouwenjp.tistory.com BlogIcon 신의피리 2009.10.06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처음엔 공부에 집중한다고 쉬고,
      그 다음엔 사역에 집중한다고 쉬고...
      그러다보니 너무 주문제작식의 글만 쓰게 되더라구요.
      이러다 안되겠다 싶어서 늦었지만 다시 글을 쓰려고 붓을 들었습니다. ㅋㅋ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예전엔 문장 하나하나 쓸 때 참 많이 생각하고 다시 다듬는 일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기~냥 막 써요. ^^
      글 쓰기가 참 어렵네요.
      전 털보선생님의 글을 통해서 '은혜'를 받을 때가 많아요. ^^ 거 이상하죠?
      forest님은 격려의 달인이신 거 같아요. 막 힘이 나는 거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