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세미한 소리를 듣다

현승이의 입대

신의피리 2024. 9. 6. 20:34

현승이가 군대에 갔다. 지난 9/2(월) 강원도 화천에 있는 15사단 신병훈련소에 들어갔다. 
 
아들 둔 부모들에겐 누구나 겪는 일종의 통과의례이건만, 그래도 아들 입대하고 나니, 내내 마음이 짠하다. 아들을 연병장에 내려놓고 나오는 길, 뒷모습을 보니 목이 멘다. 아내는 아들 내려놓은 지 1분도 안돼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나는 1993년 1월 5일에 강원도 고성으로 입대했다. 벌써 30년도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신병 시절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래서 아들이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가 눈에 그려진다. 낯선 환경, 긴장되는 분위기, 완전히 다른 명령 하달 식의 군 문화, 그 속에서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한다. 집에서 입던 옷을 벗고, 군에서 준 단체복으로 갈아입는다. 정해진 시간에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야 한다. 밤엔 불침번을 선다. 잠이 많은 아들이 과연 불침번 시스템을 어떻게 극복할까. 
 
오늘 아침, 드디어, 가져간 옷이 되돌아왔다. 그러고보니, 벌써 입대한 지 4일이나 됐다. 그렇게 시간이 간다. 곧 퇴소식이 올 것이고, 겨울이 지날 것이고, 휴가를 나올 것이고, 제대하게 될 것이다. 그때의 아들은 입대할 때의 모습과 제법 달라져 있을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옷가지들

 
입소하는 날, 차에서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때, 현승이가 말했다. "나는 잘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평소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새롭고 낯선 세계에 유난히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였는데, 걱정하는 부모에게 먼저 그런 말을 하다니. 참 다행이다. 한시름 놓는다.

아들 방 정리

 
아들 방을 3일째 그대로 뒀다가, 비로소 정리하고 청소했다.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바닥에 널려 있는 것들 몇 가지, 현승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벽에 붙여두었다. 오아시스, 헤르만 헤세, 김광석... 그리고 박노해의 걷는독서 엽서가 하나 굴러다닌다. 아마 아들은 이 엽서를 안 읽었을 것이다. 아니 읽었을 수도 있다.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게 있기 때문이야" 
_ 박노해의 걷는 독서

 
 
아들! 아빠는 믿는다. 분명 현승이는 군생활을 아주 잘 할 거라 믿어. 물론 쉽고 편한 일만 만나지는 않을 거야. 못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하나님께서 현승이를 편하고 쉬운 길로만 인도해 달라고, 그렇게 기도하진 않을 거야. 그래선 멋진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깐. 아빠는 현승이가 어려운 일을 만나더라도,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한계 상황을 만나더라도, 그 속에서 그다음을 내다보는 힘으로, '꿈 그 너머에 있는 꿈'을 붙드는 힘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가게 되리라 믿어. 힘들면 울어도 돼. 화가 나면 화내도 돼. 괜찮아. 아들! 아빠는 믿는다. 하나님께서 현승이의 인생을 멋지게 디자인해주셨기에, 현승이는 그걸 찾을 거고, 성취할 거야. 지금은 그 과정이고. 아들! 사랑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