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세미한 소리를 듣다

좌불안석 횡설수설

신의피리 2009. 9. 29. 18:11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좇아가느라 너무 바빠서, 잠시 멈춰 당신이 그것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소"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과학자 이안 말콤이 공원 창설자에게 한 말.

나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매사 '현재'에 머물지 못한다. 빨리 그 일을 마치고, 다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사 내가 한 일이 흡족하지 못하다. 꼼꼼이 읽지 못했고, 면밀히 살피지 못했고, 치밀하게 구성하지 못했고, 완벽하게 되내이지 못했다. 돌아보면 대개 다 어설펐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에 쫓겨 매 순간순간을 미래에 대한 염려와 과거에 대한 후회로 점철된 어설픈 역사를 만든다.

아내가 지속적으로 지적해 줘서 알게 되었다. 지금 현재에 충실함으로써 구원을 얻으라 한다. (그렇게 느꼈다.) 그러고 싶다. 근데 그게 안 된다.

몇 번의 직장생활과 몇 번의 학교 생활을 돌이켜 보건대, 나는 도서관에서 행복을 누렸고, 사무실에서 불행을 느꼈다. 도서관에서도 종종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을 서툴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종종 그 사이사이, 걷고 대화하면서 읽은 것을 가지고 들은 것을 가지고 의미를 따져 묻고 내 삶에 적용해서 마음의 양식으로 삼으려는 '성찰'의 시간을 이어왔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는 서둘러 해야 할 일을 해치운다. 성찰? 묵상? 의미? - 내 의식을 스쳐지나간 수많은 성령의 음성을 조금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무실은 불안하다. 불안한 영혼에겐 창조력이 가동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내 삶의 구조를, 내 매일의 삶의 구조를 "읽기 - 생각하기(묵상하기 + 경청하기) - 걷기 - 쓰기 - 기도하기 - 대변하기(나는 설교를 대통령의 대변인이 하는 일과의 유사성을 생각하고 있다. 그분의 통치철학을 알고, 그분의 비전을 알고, 그분의 마음을 알아, 그분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하기. 분명 나는 통로일 뿐이나 말씀은 나란 존재에 푹 젖어서 나를 휩쓸고 지나친다.) "로 안착시킬 수 있을까?

쫓기는 마음에서 주도하는 마음으로 마음의 변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쓰기를 다시 회복해야한다. 그동안 JP강도사의 말씀, 설교문쓰기, 댓글쓰기가 나의 쓰기의 대부분이었다. 삶을 관찰하고 의미를 묻고 내게 교훈해주시는 성령의 음성을 듣고 '말'이 흩어지지 않고 내 영혼의 일부가 되도록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야한다. 블로그에 글쓰기가 내 하루 일과의 우선순위로 치고 올라와야 할텐데...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 사랑하기>(제임스 에머리 화이트, IVP)를 읽다가 인용된 문구에 꽂혀 급히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