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란 시가 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이 시로 만든 노래를 부르고픈 ‘타는 목마름’이 생기는군요. 운동권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자유에 대한 목마름은 누구에게나 본능적인가 봅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 진출 후 이탈리아 전을 앞두고 한국의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 도중 “나는 아직도 목마르다”고 했지요. 수 십 년간 월드컵 본선진출을 기다렸던 우리 국민들은 16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는데, 히딩크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우리 예수님도 십자가 위에서 모진 고통을 감내하며 그 수치와 모멸감 속에서 “내가 목마르다” 하셨습니다. 시인이 민주주의를 그토록 목말라 한 것과, 축구 감독이 우승을 그토록 목말라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목마름’이지요. 아니 비교하는 행위 그 자체가 너무 신성모독적인 것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타는 목마름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제목을 책상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려놓을 때마다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 때문에 텁텁한 절망감이 몰려옵니다. 그럴수록 생수의 근원이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이 이룬 샘물로 터벅터벅 걸어갈 뿐이지요. 지난 겨울수련회를 통해서 우리는 작은 승리를 경험했습니다. ‘다시 복음 앞에’ 서는 승리였습니다. ‘성령이 오셔서’ 그분을 통해 우리는 지독하게 우리를 옭아맸던 과거를 털어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또다시 밀려드는 취업과 학업의 난관, 가족과 친구간의 고된 관계, 몰려오는 불안과 의심들. 이것이 전부는 아닐 거야. 다음 여름수련회 때는 더 새롭고, 더 놀랍고, 더 큰 ‘승리’를 우리에게 안겨주실 거야. 그래서 우리를 ‘교회를 교회되게, 예배를 예배되게 해서 하나님 나라의 전진을 보게 하실 거야. “주님, 우리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과 열정, 그것을 남김없이 열어 보여주소서! 나는 아직도 목마릅니다”
2009/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