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자리, 그분의 마음김종필 100주년기념교회 목사 어느 해 겨울 2박 3일의 피정(避靜)을 맞아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는 를 방문했다. 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이 침묵과 노동 속에서 그리스도를 깊이 묵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많은 이들의 오랜 기도가 흰 눈과 더불어 수북이 쌓여 있었던 까닭인 지, 예수원의 뜰을 밟는 것만으로도 세속의 때가 말끔히 씻기는 듯한 기분이었다. 삐걱대는 마룻바닥에 방석을 깔고 살포시 무릎을 꿇으면 침묵을 깨는 순명(順命)의 기도가 흘러나오고, 성경을 펼치면 주목하는 활자마다 마치 돋보기를 통해 보이듯 또렷하고 굵은 문자로 도드라지게 보인다. 추위에 얼어붙은 딱딱한 산길을 따라 오롯이 걷다 보니 성령님께서 중요한 미션을 막 귀띔해 주실 것 같은 거룩한 신비감에 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