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기고/하나님나라큐티

내 발에 등, 내 길의 빛

신의피리 2018. 6. 8. 17:04

내 발에 등, 내 길의 빛

100주년기념교회 김종필목사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화사했던 봄, 짙푸르렀던 여름, 고즈넉한 가을을 지나 쓸쓸한 겨울을 또다시 맞는다. 한 해의 끝자락에 이르니 자연스럽게 걸어온 길을 반추하게 된다.

 

‘지금의 내 모습은 일 년 전 내가 꿈꿔왔던 그 모습일까?’, ‘지금의 내 삶은 젊은 날에 내가 꿈꿔왔던 그 미래였을까?’ 그렇지 않다. 내 계획은 처음보다 많이 빗나갔다. 내 계획대로 된 것이 별로 없다. 몸무게는 줄지 않았고, 관계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고, 믿음은 생각만큼 진보하지도 성숙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다. 여전히 주님과의 소통이 끊어지지 않았고, 되돌아올 말씀의 자리가 있으니, 이 정도면 최악은 아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잠 16:9)임을 온 몸으로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어쩌면 잘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내년엔 내 뜻 앞세워 전전긍긍하며 살지 않고 주님 뜻 안에 더 많이 머무르려고 애쓸테니, 이 정도면 괜찮은 성찰이고, 괜찮은 한 해다.

 

‘일 년 후의 내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질까?’, ‘내 젊은 날의 꿈에 조금이라도 근접한 인생이 될까?’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말씀의 조명하에 선명하게 내다보이지 않을 것이고, 울퉁불퉁한 거친 길이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몸은 무거울 것이고, 건강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살림살이는 쪼들리고, 친구는 더 생기지 않고, 공허와 유혹은 거세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다. 미래가 더 나아질지 악화될지 알 수 없고, 감사가 절로 나올지 한탄이 멈추지 않을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지라도 괜찮을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말씀, 다시 말씀 앞에 서는 것이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대개 주님의 말씀은 내 한 걸음 앞만 비춰준다. 내가 내디뎌야 할 지점과 방향만 조명해준다. 그러다보니 그 말씀의 길이 맞는 길인지, 잘 선택한 것인지 마음 졸이며 살며시 근심하게 된다. 그러나 한 걸음의 앞길만 말씀이 비춰주고 있음을 내가 믿고 의지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안전한 것은 없다. 내가 가진 자원들을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말씀만 의지하여 걸어가라 하시는 하나님만의 특별한 인도하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먼 앞길, 목표지점이 안보인다 해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한 걸음 앞만 말씀이 여전히 비추고 있다면, 그러면 내 과거는 최선이었음이 드러나고, 내 현재는 선물이며, 내 미래의 끝은 안전한 주님의 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