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수도원 2

[수도원기행13: 후기] 똑똑해 보이려고 말하지 않으며

휴대폰으로 지난 수도원 여행 사진을 훑어본다. 꿈만 같다. 아주 기분 좋은 긴 꿈이었다. 순례가 내 일상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 25일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선한 다짐을 하게 된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여러 수도원을 다녀오며 작은 소망의 불꽃이 타오른다. 무엇보다도 기도가 깊어졌으면 좋겠다. 예전에 기도는 힘을 써야 하고 시간을 내야 하며 마음을 쏟아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기도 안 하는 것이 기도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의식이 깨어 있는 모든 순간,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그분의 영과 친밀한 사귐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들숨과 날숨의 무한 반복으로 생명이 유지되듯이, 하나님께 나아가고 하나님을 받아들이는 영적 들숨과 날숨을 무한 반복하여 영혼이..

<사랑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페터 제발트

긴 꿈을 꾼 것 같다. 13일 간 이탈리아와 독일 일부 지역을 다녀왔다. 성베네딕토 수도원 기행이었다. 모든 날, 모든 장소, 모든 상황이 내내 좋았다. 낯선 풍경을 보는 것, 그 풍경 안에서 해가 지고 해가 뜨는 것, 위대한 성인들이 걷고 기도하고 살아냈던 그 땅에 서서 그 마음 품어보는 것, 다른 민족들이 과거에 살아온 삶의 방식과 건축물들을 헤아려 보는 것, 이탈리아와 독일의 시골 마을을 걸어보는 것, 로마네스크-고딕-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중세의 수도원 성당 한 구석에 앉아 기도해 보는 것, 그 모든 것이 좋았다. 내 삶의 속도를 줄이라고 한다. 내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 한다. 내 삶의 경계 세우기를 그만하고 평화롭게 살라 한다.  꿈에서 겪은 것, 느낀 것, 간직한 것들을 내 일상과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