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두 주간 베네딕토 수도원 순례길에 오른다. 아내는 혼자서라도 가겠다는 결기를 보여줬고, 결국 나도 따르기로 했다. 애초에 '베네딕토'에게도, '수도원'에게도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3개월 안식월을 제대로 보내려니 마땅한 계획이 잘 세워지지 않는다. 4월엔 홀로 제주살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독과 침묵을 친구 삼아보려는 마음인데, 어쩌면 베네딕토 수도원 순례와 접점이 있을지 모르겠다 싶었다. 가기로 결정하니 홀가분해졌다. 그러나 나는 베네딕토에 대해서도 모르고, 수도원에 대해서도 모른다. 신학교 시절 교회사 공부를 할 때 중세 1,500년은 한 10여분 만에 건너뛰었고, 내겐 관심 밖이었다. 초대교회에서 곧바로 종교개혁시대로 건너가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곧바로 리서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