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기고/양화진

지금 여기, 눈부신 7시 12분

신의피리 2014. 1. 31. 16:28

지금 여기, 눈부신 712분

 

초대형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저자는 인생시계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자신의 책상 위에 죽은 시계를 올려 두고 1년이 지날 때마다 18분씩 옮깁니다. 인간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하루 24시간에 맞춰보면, 18분은 1년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 계산 한 번 해볼까요? 스무 살은 새벽 6, 서른 살은 오전 9시가 되겠지요! 점심시간인 오후 12시는 마흔이고, 퇴근 시간인 저녁 6시는 예순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네 살 젊은이는 몇 시일까요? 오전 712! 와우! 아직 출근 전이군요. 저자가 인생시계라는 비유를 들려준 이유는 젊은 청춘들에게 동년배 친구들보다 취업과 성공이 조금 늦는다고 절망하지 마라. 긴 인생에 비하면 그리 늦은 건 아니다.’라는 위로를 하기 위함이겠지요. 어떤가요. 위로가 됩니까? 저도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제 인생시계는 낮 1236분을 막 지났거든요. 아직도 점심시간이라니! 물론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가 후딱 지나간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아직 일할 시간이 남았다는 데에 적잖은 위안을 받습니다.

 

인생시계비유를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살짝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비유는 거의 완벽한데, 비유를 해석하는 우리가 너무 완악하기 때문에 생기는 딴죽이라 할까요? 그러니까 사람이란 말이죠, 새벽 6시에는 5시에 일어난 사람들 때문에 조바심이 나고, 11시에는 10시임에도 더 많은 것들을 해낸 사람들 때문에 위축되고, 퇴근시간이 가까이 오면 해놓은 게 없다고 불안해하는 존재 아닐까 싶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 주어진 시간, 즉 오전이든 오후든 바로 거기에 주어진 현재라는 시간을 조바심 없이 누리는 비결이 궁금해집니다. 712분을 지나는 이가 9시를 앞서가는 이와 비교하지 않고, 여전히 쿨쿨 자고 있는 사람을 멸시하지 않으며,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수만 있다면, 단언컨대, 그 청춘보다 더 눈부시고 싱그러운 젊은이는 없을 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다이어리에 새로운 계획을 기록함으로써 새마음을 새록새록 만들어보고자 하는 이들이 지금 여기 712을 눈부시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시간을 만드시고, 시간을 넘나드시며, 천년을 하루같이 여기시는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매일같이 묵상하는 것입니다. 분주함 가운데 쫓기는 불안감을 내려놓고 고요함 속에 고요히 계시는 하나님께로 애써 발돋움 해 본 이라면, 시간 한 조각에 매여 사는 이가 영원을 주관하는 이에게 잇대는 기적이 무엇인지 잘 알 것입니다. 현재에서 영원을 맛보는 것, 시간의 구속(救贖)’이라는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지요. 혹여 풋내기 시절, 무절제하게 살던 묵은해의 아픈 기억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몸은 현재에 있지만 여전히 과거에 매여 사는 이가 있다면, 완벽한 사후처리 전문가이신 하나님께 상처투성이요 실타래처럼 얽힌 과거 그 자체를 고이 넘겨드립시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엉터리 미래예언가 코스프레에 허우적대는 이가 있다면, 그 역시 먼저 가신 하나님께 꿈과 소망을 맡겨드립시다. 그리고 염려하지 맙시다. 그러면 지금 여기 주어진 나만의 시간을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고 살뜰하게 살고픈 따뜻한 소망이 생길 겁니다


100주년기념교회 100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