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여 년 만에 폴 투르니에의 얇은 책을 한 권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이해가 된다.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뜻이겠다. 올해 이 분이 쓴 책들을 다시 정독해 보면 좋겠다.
"복음이 요구하는 자기 부인이란 영원히 유아기로 뒷걸음질하는, 절단된 인생으로 퇴행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자기 부인이란 좀 더 큰 충만함을 얻기 위해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 자신의 인생 주도권을 내려놓는 것을 말합니다."
(60p. 3. 기독교, 자유인가 구속인가 中)
"좋은 열매를 거두려면 반드시 충분히 무르익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활동의 계절인 여름을 활동만으로 채워서는 안 됩니다. 묵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계절이 깊어 갈수록 묵상의 시간에 점점 더 많은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묵상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찾고 개인적인 가치 기준을 확립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행동은 초조하거나 산만한 활동이 아니라 일생에 걸친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82p. 4. 인생의 성취 中)
"성공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기에 성공의 가치를 폄하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어쩌면 성공보다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실패도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합력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실패에 의미가 있다는 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공에 위험이 내재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사람과 민족이 연승의 행진을 하다가 돌연 파국을 맞은 역사에서 이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조지프 폴리에(프랑스의 사회학자)가 영국을 두고 재미있게 한 말처럼, '영국은 조용히 패배만 거듭하다가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안정감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 핀란드에 다녀왔는데, 위험에 사달리는 나라들에 갈 때마다 진실로 우리 스위스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다른 아닌, 번영과 안정입니다.
... 번영은 때 이른 급격한 노화를 불러옵니다. 번영이 가져오는 노화는 내적 성숙이나 가치 체계가 깊어진 결과이기보다는 따분함과 생명력이 고갈된 데서 오는 결과입니다."
(93-95p. 5. 여름에서 가을로 中)
"자신의 가치 체계를 재검토할 시간은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성공적으로 맞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이 침울한 기분에 잠겨 이미 끝나 버린 인생의 여름을 그리워하고, 인생의 환멸 앞에 저항하고, 그도 아니면 이미 지나간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하는 것을 끝없이 늘어놓습니다. 자기만족과 원망, 이 두 가지는 노년기를 망치는 주범입니다. 따라서 성인기를 행복하게 보냈다 하더라도 노년기를 실패하면 인생을 충만하게 살았다고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96-97p. 5. 여름에서 가을로 中)
"우리가 발견해야 하는 것은 인생의 참의미입니다. 권위에 순종하며 학업에 힘쓰는 것이 유년기의 법칙이고, 자주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 성인기의 법칙인 것처럼, 인생의 참의미를 찾는 것은 노년기의 법칙입니다.... 인생이 선택이고 성인기에 그 선택의 중요성이 훨씬 중해진다면, 삶이 궁핍해지고 이 땅의 보물들이 빛을 잃는 노년기에는 선택이야말로 최고의 소명이 됩니다."
(106p. 6. 인생의 의미 中)
"인생의 부요는 한 사람의 인생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 있습니다. 어느 누구의 인생에나 다른 순간들보다 더 중요한 특별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특정 순간에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고 헌신하고 결정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헌신할 때 한 사람의 인격이 만들어집니다. 헌신할 때자신의 인간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110p. 6. 인생의 의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