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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렉시오 디비나

[시편 110:1-7] 주님께서 내 주님께 말씀하시기를

신의피리 2024. 12. 21. 05:30
성탄특별본문
시편 110:1-7

1 주님께서 내 주님께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의 원수들을
너의 발판이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오른쪽에 앉아 있어라” 하셨습니다.
 
2 주님께서 임금님의 권능의 지팡이를 시온에서 하사해 주시니,
임금님께서는 저 원수들을 통치하십시오.
3 임금님께서 거룩한 산에서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시는 날에,
임금님의 백성이 즐거이 헌신하고,
아침 동이 틀 때에 새벽 이슬이 맺히듯이,
젊은이들이 임금님께로 모여들 것입니다.
 
4 주님께서 맹세하시기를
“너는 멜기세덱을 따른
영원한 제사장이다” 하셨으니,
그 뜻을 바꾸지 않으실 것입니다.
 
5 주님께서 임금님의 오른쪽에 계시니,
그분께서 노하시는 심판의 날에,
그분께서 왕들을 다 쳐서 흩으실 것입니다.
6 그분께서 뭇 나라를 심판하실 때에, 그 통치자들을 치셔서,
그 주검을 이 땅 이곳 저곳에 가득하게 하실 것입니다.
7 임금님께서는 길가에 있는 시냇물을 마시고,
머리를 높이 드실 것입니다.

 
시편 110편은 화자가 누군가에 따라서, 시를 읊는 시대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맨 처음 이 시는 다윗이 왕으로 등극할 때, 한 선지자가 왕을 칭송하며 부른 노래였습니다. 선지자는 자신의 나라의 왕좌에 앉는 왕 다윗은, 하나님으로부터 통치권을 위임받은 아들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은 그들의 임금과 함께 즐거이 전쟁터에 나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싸워 이기실 것이고, 하나님의 통치권을 위임받은 그들의 왕이 이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윗은 전혀 다른 계통의 제사장이기도 합니다. 성전에서 종사하는 제사장들은 아론의 후예이지만, 다윗의 아브라함이 십일조를 바쳤던 신비의 제사장 멜기세덱의 계보를 따르는 제사장입니다.
 
이렇게 해석됐던 시편 110편은 세월이 흘러 바벨론 포로기가 끝나고 다윗의 나라를 재건할 때 예배 시 사용되는 찬송집에 포함되었습니다. 이 시의 화자는 한 선지자가 아니라, 다윗으로 여겨졌습니다. 다윗의 고백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시에 등장하는 ‘내 주님’, 하나님의 오른쪽에 앉아 통치권을 위임받은 ‘임금’은 다윗이 아닙니다. 다윗이 막연하게 내다본 이, 다윗보다 큰 이였습니다. 그런 존재가 무너진 다윗의 왕국에 나타나길 사모하는 마음으로, 백성들은 예배 때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다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과 ‘그리스도(메시아)’의 정체에 대해 논쟁을 하시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시편 110편 1절을 인용하셨습니다(마 22:44). 예수님은 이 시편의 화자는 다윗으로 보셨습니다. 다윗이 이 시편을 쓴 것은 성령님의 감동을 받아서 쓴 것으로서, 여호와 하나님께서 통치권을 위임한 이, 다윗이 내 주님이라고 고백한 이, 바로 그가 ‘그리스도’라고 해석하셨고, 넌지시 그 그리스도가 자신임을 밝히셨습니다. 그리스도는 다윗보다 더 높은 분입니다. 혈통으로는 다윗의 계보를 따르지만, 그는 다윗보다 먼저 자신 자시오, 다윗보다 더 높고 위대한 분입니다.
 
“주님께서 임금님의 오른쪽에 계시니,
그분께서 노하시는 심판의 날에,
그분께서 왕들을 다 쳐서 흩으실 것입니다.”(5)
 
어그러진 세상입니다. 공중의 권세 잡은 자가 야욕을 가진 권력자들을 조종하여 세상을 어지럽게 합니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약한 민족을 말살하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무시하며, 인간의 제국을 세우려고 합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세계 시민 의식이 높아졌지만, 인류의 비극은 돌고 돕니다. 과연 세상은 날로 더 좋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더 악해져 가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분명 인간 삶의 복지는 더 좋아지는 것 같지만, 인간 마음과 영혼의 자유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과학기술 문명은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지구의 생명은 점점 쇠락해 가고 있습니다. 과연 온 우주를 통치하시는 그리스도께서 이 거대한 반역의 흐름을 끝장내며 모든 것을 새롭게 바로 잡으실 것인가? 주 예수께서 이 땅에 이미 오셨고, 성령님이 오셨으며, 당신에게 사로잡힌 교회와 성도를 통해 세상 왕들을 굴복시키실 것인가? 아무래도 주님이 오셔야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님, 주님은 높고 높은 데 계시고, 우리는 낮고 낮은 데 있습니다. 우리는 미처 다 보지 못하는 바를 주님께서는 높은 곳에서 이미 다 보고 계십니다. 주님, 십자가의 사람들, 주 예수의 복음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매료된 사람들, 바로 우리들이 이 교회를 통해 주님의 통치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부디 저희를 단련하여 사용하여 주옵소서. 이미 오신 주님의 말씀을 붙들고, 오늘도 오고 계시는 주님의 영과 함께, 앞으로 오실 주님의 심판과 영광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내게 하옵소서.

감람산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성전 터,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