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책에서 만난 문장

박흥식,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신의피리 2018. 6. 11. 21:42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박흥식 지음

이 책은 쉽고 재밌다.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 (내일 주일설교 작성해야 하는데, 이 책 읽느라 벌써 토요일 오후가 되어 버렸다. ㅠㅠ) 게다가 어렵고 까다로운 신학논쟁은 나오지 않고, 시대적 상황에서 왜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났으며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객관적으로 쉽게 기술하고 있다. 루터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부끄럽지만 ‘루터’하면 떠오르는 게, 면죄부에 대한 ‘95개조 반박문’과 ‘독일어 성경번역’ 밖에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루터의 개혁운동을 개괄적으로 두루 훑어보게 되었다. 동시에 그의 빛만 본 게 아니라 그늘도 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의 백미는 책의 끝, <에필로그: 루터는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가>에 요약되어 있다. 루터파 교인들은 적잖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시대의 요청에 따라 종교개혁의 전사로 호출’된 마르틴 루터를 영웅으로 묘사하던 관점이 아니다. 당대 가난한 농민들의 삶과 요구를 외면하고 말년까지 귀족들과 가까웠던 점, 자신의 성경해석과 달리했던 다른 개혁신학자들을 형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제한 점, 유대인들에 대한 반감과 폭력적 언사를 가감없이 행사한 점, 저자는 이런 루터의 그늘까지 제대로 살펴 보자고 제안한다.

루터의 시대로부터 500년이 흘렀다. 그 시대 가톨릭의 추악한 유산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시대 개신교로 넘어왔다. 오직 성경에 충실코자 한 루터의 용기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