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렉시오 디비나

마태복음 15:21-28 / 간청기도의 표본

신의피리 2024. 3. 2. 06:00

마태복음 15:21-28

 

21 예수께서 거기에서 떠나서, 두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셨다.

22 마침, 가나안 여자 한 사람이 그 지방에서 나와서 외쳐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내 딸이, 귀신이 들려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23 그러나 예수께서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때에 제자들이 다가와서, 예수께 간청하였다. 저 여자가 우리 뒤에서 외치고 있으니, 그를 안심시켜서 떠나보내 주십시오.”

2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의 길을 잃은 양들에게 보내심을 받았을 따름이다.”

25 그러나 그 여자는 나아와서, 예수께 무릎을 꿇고 간청하였다. 주님, 나를 도와주십시오.”

26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27 그 여자가 말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

28 그제서야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참으로 네 믿음이 크다. 네 소원대로 되어라.”

바로 그 시각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

 

예수님의 모습이 낯설다. 이스라엘의 지식인들에게나 매섭게 대하셨지, 죄인과 세리들, 병든 자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분이 예수님이셨다. 그런데 귀신 들린 딸을 고치기 위해 간절하게 매달린 이방 여인에게 예수님은 왜 이리 매정하신 것일까? 보통의 이스라엘 남성들이 이방인 여성들을 대할 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

 

여인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물러남이 없다. 자존심이 상하면 대개 화를 내든가 자기 속으로 사그라지든가 한다. 그러나 여인은 이도 저도 아니다. 상대의 말을 받아 완성한다. 여인의 대답 이후,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참으로 그대의 믿음이 크군요.”

 

일부러 그러셨을 가능성이 높다. 이방인 여인의 믿음이 유대인 남성의 믿음보다 더 큼을 보여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이방인에게도 복음의 문이 활짝 열렸음을 선언하기 위한 멋진 기획일 수도 있다. 진정한 치유는 간절함, 나을 것이라는 간절한 믿음, 거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보여주기 위함일 수도 있다. 분명 목적이 있는 행동이셨다.

 

예수 앞으로 나아가서 구해야 할 일들이 있다. 여인의 말보다 더 좋은 간구, 더 뜨거운 요청, 더 완벽한 기도가 없기에 그녀의 대답에 주목한다. 나를 낮추고 주님을 높이되, 노예적 물러남이 아니라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요청이다.

 

주님, 이제 와 물러날 곳도 없습니다.
주님께서 행하시는 그 위대한 일들의 부스러기 은혜들일지라도 제게는 한없는 보화입니다.
물러날 수 없습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