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책에서 만난 문장

도모유키

신의피리 2009. 5. 4. 23:40

 

제 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도모유키]
조두진 (지은이) | 한겨레신문사
 
간결한 문체, 과감한 생략, 불필요한 형용사와 부사 배제, ... 이런 문체가 밀도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처음 몇페이지를 담백하게 읽어내려가다, 순간 엄청난 터보엔진을 장착한 듯, 빠르고 숨가쁘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려갔다. 재미있다.
 
때는 정유재란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의 전후 상황이다. 주인공은 왜장 고시니 유키나가의 중간급 막장, 낯선 조선 땅에서 전쟁의 살벌함을 체험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거닐고 있다. 매일 피비린내 나는 냄새가 코를 스친다. 아군, 적군, 민간인 할 것 없이,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이 칼은 허공을 가르다가 사람을 찌르고 베고, 몸뚱이는 조각나고 만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칼이 징징 울어대는 소리에 공포스러워 하다, 한 낮 하루살이의 목숨처럼 쓰러져 나간다. 이것이 역사였다니... 몸이 부슬부슬 떨리고, 마음이 쓰리다.
 
생명은 고귀하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 이 생명의 소중함을 수천년이 지나 이제야 사람들은 인식했나 보다. 그래서 이 시대에 태어남이 새삼 감사하다. 허나, 여전히 전쟁과 살육은 끊임없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마음 속으로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평화가 더욱 깊이 그리워졌고, 더욱 간절히 주장되어야 할 가치로 여겨졌다. 제 아무리 거창한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생명을 앗아가서는 안된다. 생명을 제거하고 비전을 쟁취한 자, 영원히 눈물을 흘리리라!  

 

 

 

 
더불어, 갈등과 분열과 대결의 문화, 이 시대의 남은 문화를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는 자, 그들의 소멸을 간절히 기도한다. 대화와 타협과 생명의 존중을 고양시키는 자, 그들의 승리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