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기고/TNT

희망과 낙망의 신비

신의피리 2015. 5. 29. 16:30

한 지체가 묻습니다. ‘교회란 무엇인가요?’ 질문하는 목소리에 미세한 파동이 느껴집니다. 질문 이면에 있는 우리 공동체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이 살짝 묻어나옵니다. 교회가 무엇이길래 이리도 우리는 교회에 대한 희망을 갖는가, 또 절망하는가, 좋은 교회 행복한 교회 즐거운 교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질문은 또다른 질문을 낳습니다. 질문에 이은 의문이 또다른 질문의 꼬리를 잡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습니다. ‘교회란 무엇인가?’

 

우리 청년공동체를 생각하면 희망과 낙망이 뒤섞여있습니다. 부흥하는 모습도 보이고, 정체된 모습도 보입니다. 성장하는 이도 있고, 퇴보하는 이도 있습니다. 뜨거운 이도 있고 차가운 이도 있습니다.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님을 뒤따르는 제자도 있고, 가진 것을 포기하지 못해 주저주저하는 부자청년 같은 이들도 있습니다. 신앙의 도약에 목마른 나머지 조용히 사라지는 이들도 있고, 새로운 신세계로 성큼 들어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정확하게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이 모든 이들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 교회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이 안에서 우리는 때론 희망하고 때론 낙망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도사가 달관의 경지에 이른 듯, 말이 알쏭달쏭 합니다. 제가 느끼는 인간적 감각, 해석되지 않고 미화되지 않은 거친 인간적 감각으로만 고백하자면... 지금은 청년공동체에 낙망중입니다. 여기저기 대화하다보면 공동체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공동체의 부흥과 성장을 향한 지체들의 열정에 불이 붙질 않습니다. 제 자신이 가진 리더십의 총량을 따져보니 이게 전부인 것 같아, 그래서 낙망이 됩니다.

낙망이 되니 힘이 빠집니다. 힘이 빠지니 열정이 식습니다.

열정이 식으니 하나님 앞에 다 내려놓게 됩니다.

내려놓으면, 내려놓으면,

내려놓은 자에게 은혜를 주실 하나님만 바라게 됩니다.

그 속에서만, 유일하게 그 순간에만 희망의 빛이 생깁니다.

우리로 인해 낙망할수록, 하나님으로 인해 희망합니다. 이 역설의 신비에 놀랍니다.

 

 

201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