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세미한 소리를 듣다

한예종 기독교 연합 개강예배 소회

신의피리 2024. 3. 9. 11:03

 

한예종 기독인 연합 개강예배 포스터

 
 

한예종 기독인 연합 개강예배 후 단체사진

 
외부에서 설교하는 일이 거의 없다. 요청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어쩌다 있다 하더라도 왠만하면 거절한다. 지금 내 교회일로만도 벅차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단기선교 귀국 이틀 후, 한예종 기독인 연합 개강예배 설교를 하게 됐다. 마침 안식월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젊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해본지가 오래됐다. 청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경험도 없어서 본문을 정하기가 어렵다. 전도사 시절에 했던 설교 중에 그래도 청년들이 많이 반응했던 본문을 정했다. 마침 사순절 기간이라, 베드로가 세 번 부인한 본문을 잡았다. 
 
설교 중에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뭔가 헛도는 느낌이다. 말씀이 청중들 마음에 쑥 들어가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와 나눔 시간을 갖는다. 4개의 동아리 연합이다보니 서로들 잘 모른다. 6명씩 둘러앉아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오늘 들은 말씀을 나눈다. 어린 친구들이 말씀을 듣고 받은 은혜라고 하며 나누는데, 내가 의도했던 바와는 별로 상관없는 방식으로들 나눈다. 
 
설교나 성경공부를 마치고 난 후 '수치심'이 몰아칠 때가 종종 있다. 설교를 잘 못했다는 생각, 청중들과 연결되지 못했다는 생각, 별 영향도 못주는 지겨운 '설교'만 했다는 생각, 그런 부정적인 목소리들이 나를 괴롭힌다. 설교 후에 찾아오는 수치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청중들의 반응보다 하나님의 반응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하나님의 반응을 난들 어찌 알겠는가. 
 
두려움과 기대감 속에서 새 학기를 맞이하며 개강예배에 참여한 어른 대학생들을 보자니, 막 새학기 첫주를 보낸 아들이 떠오른다. 우리 아들은 누구에게서 도전을 받고, 어떤 방식으로 격려를 받을까. 주님께서 아들에게 친히 말씀과 영으로 인도해주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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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기독인 연합 예배는 '한 방향을 향한 진정성 있는 오랜 헌신'의 열매다. 
한 사람, 신선희 선생님은 예배에 헌신한 분이시다. 그분을 중심으로 수년 간 한예종 기독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각 젊은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신선희 선생님이 28년을 교직원으로 섬기고, 이제 은퇴했다. 은퇴 후 처음 드리는 예배란다. 놀랍다. 다시한번 단순한 진리를 확인한다. 
 
'한 사람의 진정성 있는 헌신이 하나님의 역사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