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없는 공동체가 건강할 리가 없습니다. 토론이 없으면 누군가 독재하거나, 무정부상태로 흩어지기 쉽습니다. 어떤 주제든 누구든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열린 토론이 없는 공동체에는, ‘뒷담화’만 무성할 뿐입니다. 생산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기대로 충만해서 모든 지체가 유기적으로 자유로이 참여하는 성령의 공동체가 되려면 우리는 용기 있게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할 수 있는 토론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유로이 담대하게, 그러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신중함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공동체 안에서 토론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괜히 문제제기를 했다간 신앙 없는 사람 소리 들을 것 같고, 문제만 더 키울 것 같고, 누군가를 비난하게 되는 결과를 나을 것만 같아서 선듯 토론광장에서 문제제기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결국 산적한 문제들을 두고 함께 지혜를 모으는 일을 하지 않으면 수퍼맨이 나타나 해결해 주지 않는 이상 좋은 공동체 만드는 일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주님께서 세우시고 부탁하신 교회는 반드시 토론이라는 격랑을 거쳐야만 되게 되어 있지요.
어떻게 해야 교회 안에서 모두가 윈-윈하는 건강한 토론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요 며칠 우리 클럽에 한 ‘익명’의 지체가 올린 글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내용들에 다 수긍할 수는 없었지만 내심 기대가 되었지요. 서로를 배려하면서 장점은 격려하여 세워주고, 단점은 세심한 배려 가운데 지적하여 보완해 주며, 그래서 서로의 생각이 나보다 나을 수 있음을 배우는 가운데 자신의 생각을 용기 있게 수정한 끝에, 그래서 서로의 사랑과 지혜가 덧붙여져서 공동체에 유익한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길 기대했습니다. 잠시 토론이 증발되는 소동이 있긴 했지만, 저는 이 논의가 다시 재개되길 바랍니다.
공동체를 위한 토론이 잘 되기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굳이 다 토론에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도에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은 더욱 열심히 기도로 토론을 보호해 주시고, 토론자들은 토론의 동기가 공동체를 세우기 위함인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여 주장하고 싶은 것인지 항시 되돌아보며 수위를 조절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혹여나 타인의 주장이 맘에 들지 않을 지라도 상대방의 태도나 인격보다는 최대한 논점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도록 사회자들은 물꼬를 만들어 터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거나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거나 하는 태도는 매우 성숙하고도 아름다운 일이니, 토론에서 우리는 결코 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중에 완전한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용기 있게 토론을 시작한 지체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혹은 그녀)에게 반응을 보여준 지체들의 용기 있고 사려 깊은 생각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이번 첫 토론이 우리 공동체에 큰 보탬이 되리라 믿습니다.
2009/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