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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안식26] 차귀도 일몰과 돌고래

신의피리 2024. 4. 26. 22:24

두 형제가 제주에 내려왔다. 종훈 형제는 청년부 시절부터 친구였고, 동조 형제는 내가 기윤실 간사할 때 대학생위원회에서 만난 사람이다. 오래전 알았으나 그 이후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최근 우리 교회에 합류했다. 든든하고 편안한 사람들이다. 지난해에 캄보디다에 함께 다녀왔고 올해도 두 번째 캄보디아 단기선교에 다녀왔다. 그 두 형제가 제주에 내려왔다. 한라산에 오르기 위해서다. 

 

오후 해질녘에 내 숙소로 왔다. 날씨가 너무 좋다. 왠지 일몰이 멋있을 것 같다. 짐을 내려놓지 마자 서둘러 싱게물해변으로 나간다. 

싱게물 공원

 

두 사람 뒤로 멀리 한라산이 또렷하게 보인다. 바로 그 산에 우리 세 사람이 오를 예정이다. 해 질 녘 싱게물 공원에 처음 나와 봤는데 참 아름답다. 아직도 내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아무래도 제주 한 달 살이 가지고는 안 되겠다. 한 일 년을 살면 제주의 많은 부분들을 보고 알게 될까?

 

일몰을 보기에 좋은 장소를 알아뒀다. 지난번 아내와 함께 갔던 생이기정이다. 차귀도 옆쪽으로 해가 지는 풍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시간도 적합하고, 날씨도 좋다. 서둘러 간다. 

차귀도 일몰

 

해가 잘 내려가다 또다시 구름에 가린다. 아쉽다. 그래도 아름답다. 세 중년의 남자가 남자 아이들처럼 즐거워한다. 셋이 쪼그리고 앉아 해 넘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그때 눈앞에서 무언가 큰 것이 튀어 오른다. 돌고래다. 아니, 여기서 돌고래를 보다니!

 

차귀도 앞 돌고래

 

내 눈에 선명하게 돌고래가 보인다. 카메라로 찍으니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보인다. 뜻밖의 선물이다. 기대하고 찾아나서서 기다리면 나타나지 않는데, 기대를 다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면 갑자기 나타난다. 로완 윌리암스가 그랬나? 하나님의 임재는 새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 것 같다. 새를 찾아보려고 하면 새는 나타나지 않는다. 숨는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을 때 뜻밖의 장소에서 새를 만난다. 하나님의 임재가 그러하다 했다. 그분의 임재를 구하고 찾고 준비하지만 그 임재와 연합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일에 집중하고 깨어 있을 때 하나님은 뜻밖의 방식으로 임재하신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감사했다.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한 듯싶었다.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즐거웠다. 날씨와 돌고래와 멋진 노을을 이끌고 온 두 남자, 중년을 함께 지나는 좋은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