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순례, 그 땅을 걷다

일상순례자4_포옹

신의피리 2015. 6. 1. 23:35
포옹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 중에 하나는 타인을 껴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가 아니고서는 타인을 껴 안을 때가 별로 없습니다. 아내와 자녀라고 해서 매일 껴안는 것도 아닙니다. 보통의 경우 우리는 '사랑스러울 때' 껴안게 됩니다. 

포옹을 하려면 먼저 팔을 활짝 벌려야 합니다. 어? 그런데 희안합니다. 팔 벌린 모습이 왠지 십자가를 닮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많은 사형틀 중에 하필 '십자가형'으로 죽으셨을까요? 그것도 골고다 언덕 꼭대기에서 말이지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십자가란 집 나간 자식 돌아오길 팔 벌려 기다리는 탕자의 아버지를 형상화 한 건 아닐까, 그것도 멀리서도 보라고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닐까 말입니다.

살아 있는 한, 할수만 있다면 최대한 아내와 자녀를 안아주려고 합니다. 사랑하고플 때만이 아니라, 더욱 사랑이 필요할 때에도 안아주려고 합니다. 껴안는 일은 너를 용서한다, 너를 보호하겠다, 너와 연결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니까요.

돌아보니 참 많이 안아줬습니다. 밧모섬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서머나교회 문밖 길 위에서, 루디아 세례터에서, 그리고 네압볼리 마지막 예배에서, 우리는 서로 껴안고 축복했습니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천국에 갈 때 제일 먼저 하게 될 일은 아마 우리 주님과의 포옹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자주, 더 많은 사람과 격의 없이 주님 사랑으로 포옹하고 싶습니다. 

예수님 품에 안겼던 사도 요한, 그 평생 '사랑받는 자'였음을 잊지 못한 건, 그 품 때문이었겠지요. 

"예수의 제자 중 하나 곧 그가 사랑하시는 자가 예수의 품에 의지하여 누웠는지라"(요한복음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