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세미한 소리를 듣다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설교

신의피리 2012. 4. 27. 18:16

 

 

새벽 설교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자괴감이 들었다.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어."

 

불현듯 그 상황 속에서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꺾기도. - 모든 상황 속에서 뜬금없이 꺾어 공황 상태에 빠트리는 기술.

 

김준호가 제자들의 다람쥐를 호되게 질책하며 말한다.

"너희들의 다람쥐에는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전 첫 주례를 준비하면서 매뉴얼을 살피다가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결혼 서약 순서 중 서약문 낭독에 대해 이렇게 써있다.

"읽지 말고 서약하라."

 

신랑 신부가 하는 서약에도 영혼이 느껴지는 서약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서약이 있다.

개그맨들의 연기에도 영혼이 느껴지는 연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연기가 있다.

설교에도 영혼이 느껴지는 설교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설교가 있다.

 

복음을 말하고, 사랑을 말하고, 용서를 말하고, 십자가를 말하고, 하나님을 말하고 싶다.

다른 건 다 부수적인 이야기일뿐.

내 영혼 속에 복음이 숨쉬고, 사랑이 피어오르고, 용서를 결단하고, 십자가를 꽂고, 하나님이 들어오시면,

내 영혼의 생기가 돌고, 영혼이 느껴지는 설교자로 쓰임 받을 수도 있다.

 

자괴감은 더 기도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