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JP묵상/양화진

삶의 이정표가 되었던 책

신의피리 2015. 9. 30. 15:16

버들꽃나루사람들 2014년 11월호 원고


삶의 이정표가 되었던 책

 

나에게 좋은 것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이 꼭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간청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책을 잘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나에게 있어서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내면과 됨됨이와 세계관을 고스란히 열어 보여주는 것과 같다. 내 신앙 여정에 작은 이정표가 됐던 책들이 진리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책 몇 권을 추천해 본다.

 

이현주, <예수와 만난 사람들>(생활성서사)

이 책은 성경 읽기의 발상을 전복시킨다. 그가 소개하는 예수는 긴 금발머리와 조각 같은 외모에 카리스마 작렬하는 미남 영화배우와 거리가 멀다.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 의해 매끈하게 다듬어진 메시야 예수도 아니다. 저자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직접 갈릴리 현장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거기서 우리처럼 피로를 느끼고 땀도 흘리며 완벽한 한 사람으로 사셨던 예수님을 만나게 한다. 저자 자신의 해석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복음서를 이런 식으로 읽는다면 필경 우리는 이 땅에 사셨던 예수님을 더 가까이 느끼게 될 것이다.

손봉호, <나는 누구인가>(샘터)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너무나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자주 무시되는 질문들이다. 아무리 질문을 던져도 속 시원한 답을 얻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되 명료한 문장으로 이끌고, 복음으로 답을 제시하되 충분히 설득가능한 논리로 변증할 수 있는 이는 한국 교계에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품격 있게 그러나 복음의 논리로 풀어낼 수 있는 최고의 기독지성은 손봉호 교수일 것이다. 교회로부터 보다 합리적인 대답을 구하는 지적인 구도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헨리 나우웬, <세상의 길 그리스도의 길>(두란노)

한국 개신교 안에 카톨릭 사제인 헨리 나우웬 열풍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다 이유가 있는 법 아닌가. 생수의 강으로 인도하는 그의 아포리즘은 영적인 삶을 갈구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마음에 새겨 놓았으리라.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작정한 이래로 제자의 길 위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갈피를 못 잡을 때면 나는 늘 그의 이 문구를 생각한다. “하향성은 신적인 길이요, 십자가의 길이며, 또한 그리스도의 길이다.” 인생의 방향성 좌표 설정이 필요한 이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정언명령들이 책 지면에 가득 채워져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 <신도의 공동생활>(대한기독교서회)

공동체’, 참 가슴 벅차오르게 만드는 단어이다. 동시에 상처와 좌절을 안겨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신자가 되는 순간, 우리는 자동적으로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교회 공동체와 운명을 같이 한다. 그러나 결코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나라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공동체는 애증의 용어가 되어 버리곤 한다. 공동체를 사랑해서 마음 아파본 경험이 있다면 본회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 그는 내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공동체를 위해선 내 꿈이 산산조각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가히 이 책은 교회 공동체 대한 나의 바이블과 같다.

 

스캇 펙, <거짓의 사람들>(비전과리더십),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포이에마)

천국이라는 주제는 우리의 영원한 관심사이면서도 명증하게 풀리지 않는 신비의 영역이다. 외면하고 살자니 삶이 자꾸 그 주제들을 연상시키고, 알려고 달려들면 더욱 멀리 달아나 버린다. 스캇 펙은 천재다. 그의 글은 의 몸서리치는 실체를 경험하게 하고, 별로 기대가 안 되는 천국을 향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한 번 잡으면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결코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 있는데, 스캇 펙의 두 권의 책이 그런 책이다. 지옥도 경험해 보고 천국도 경험해 보시라. 단 우리의 짧은 신학 지식으로 재단하지는 말자.

존 스토트, <제자도>(IVP)

나는 이 책을 사랑한다. 아니 이 책의 저자를 몹시도 사랑한다. 그분의 미소 머금은 사진은 내 마음의 명예의 전당에 영원히 걸려있고, 그분이 별세한 2011727, 종일 눈물이 났다. 그분이 88세에 쓰신 마지막 저술은 자신의 신학과 인생과 목회를 간명하게 정리한 책이다. 거기서 그분은 이런 말을 썼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우리 모두의 소망 아닌가. 또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열망 아닌가